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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7월호 | 작가 리뷰 ]

전통으로부터 최희진
  • 편집부
  • 등록 2018-01-10 17: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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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the ocean」 17×4×16㎝

 

작품을 창조하는 일에 있어서 옛것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과함이 없다. 형태와 색, 문양, 쓰임까지 여러모로 참고하고 응용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그대로 재현해내는 ‘전승傳承’의 의미하고는 차별을 갖는다. 옛 것의 미감과 방법을 계승하여 현대의 미감을 더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우리는 비로소 ‘전통傳統’이라 한다. 그리고 그것에 ‘전통적’이라는 수사를 쓴다.

‘전통’이란 것은 시간이 흘러 어찌하다 나온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선각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바뀌고 고쳐지고 다시 다듬어져 더 이상 고칠 것이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경지가 되었을 때. 그리고 드디어하나씩, 한 부분씩 만들어져 일반적인 공감대라는 채에 걸러진 후 선택되어 비로소 고착되어 온 것이다. 그 선과 면과 형태, 문양이 나오기까지 수천 년이 걸릴 수도, 수만 년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에 과감히 손을 대고 가감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색다른 도전을 하고 있는 중견작가 한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 ‘최희진’은 도예가이기 전에 디자이너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그녀의 작업은 보다 현대적 시각에서 흙을 해석한다. 그녀는 특히 도자의 원류와 원시적이고 전통적 미감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작가가 선택한 제작기법 또한 3,0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테라시질레타’라는 기법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이탈리아 등지에서 사용했던 장식 마감 기법이다.

재벌한 도자기 위에 ‘테라시질레타’에 안료를 섞어 시유하고 1050℃에서 1100℃ 사이에서 삼 벌 번조한 뒤 연마하듯 문질러서 자연스러운 색과 윤기를 얻어낸다. 1920년대 이후 현대 조형도자작가들에게 의해 많이 사용된 이 기법은 고대의 작품에서 현대적 미감을 찾아 활용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한 예라 하겠다. 역시 미감과 유행은 윤회輪回하는가 보다.

작가는 방법뿐 아니라 문양과 형태에 집중한다. 특히 동양의 도자기 형태와 그 안의 문양을 재해석하여 현대적인 형태와 문양을 만들어낸다. 나선형의 문양과 당초문의 모양을 자신만의 선으로 디자인해내는가 하면 고려 시대의 연리문 문양을 모던한 느낌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때로는 양각으로 찍어내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면서 시질레타의 텁텁하면서도 중후한 맛과 함께 전통미를 우려낸다.

작가 최희진의 작업은 옛것과 지금의 것, 서양의 것과 동양의 것을 잘 녹여낸 새로운 전통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좌우대칭의 호壺와 병甁에서 보이는 형태와 문양이 현대적 느낌의 형태와 문양으로 재구성되어 보는 이들의 눈길을 머물게 한다. 이질적이지 않지만 새로운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때로는 대칭을 깨기도 하고, 곡선을 직선으로, 구를 편구로 변형하기도 하면서 전체의 형태에서 오는 선線의 느낌에 집중한다. 또한 직선의 면과 곡선의 면이 맞닿아 만들어내는 선의 긴장감은 도자를 넘어 입체 조형으로서의 구조미構造美를 보여준다. 또한 색상은 파스텔 톤의 발랄한 색조를 보여주기도 하고 중후한 맛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시질레타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사진을 통해서 본 작가의 작품과 실제 작품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바로 디테일한 기법에 의한 일루전illusion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문양과 색감에서 특히 그러한데, 닦아내면서 얻어지는 미묘한 질감의 느낌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만큼 공력과 시간을 요하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가 최희진의 작품들은 이전의 작품에 비해 보다 농익은 형태와 질감을 보여주고 있다.

익숙한 듯 처음 본 형태의 깎아낸 듯 찍어낸 문양은 조선 시대의 힘 있는 조각도의 놀림을 연상케 하고, 상감한 듯 그린 선들은 고려 시대 장인의 손길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 ‘최희진’은 과감히 완벽한 형태와 문양을 깨고 자신의 형태와 선으로 재해석해 낸다. 그 형태는 완벽을 추구한 형태가 아니다. 그리고 그저 아름다운 문양과도 거리가 멀다. 직선과 곡선, 원과 구, 사각기둥과 원뿔이라는 조형의 원형적 형태를 빌어 자기만의 형태와 문양, 그리고 색을 찾는 지난한 과정일 뿐이다.

작가는 닦아내고 또 색을 입히면서 또 다른 맛을 찾아간다. 아마도 어제의 그 색은 다시 내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옛 형태와 문양, 그리고 색에 대한 경의를 표하게 될는지 모른다. 그녀가 추구하는 것은 ‘완벽’이 아니라, ‘발견’이기 때문이다. 깎고 또 깎고, 닦고 또 닦고 있을 작가를 생각하며 앞으로 그녀가 선보일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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