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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7월호 | 뉴스단신 ]

사랑과 헌신을 다하는 예술 재독작가 이영재Lee Youngjae
  • 편집부
  • 등록 2018-01-10 17:18:48
  • 수정 2018-01-10 17: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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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ndel Vase」

 

그녀의 예술은 현재진행형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박제되지 않으며 벽이라는 고정된 공간에 메이지 않는다. 어느 곳에도 놓일 수 있으며, 또 어느 곳에도 없을 수 있다. 그녀의 도자기는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한 예술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일상을 가로지른다. 도자는 음식을 담기도, 또 담지 않기도 한다. 항아리들은 그 자체로 조형적 미감을 자아낸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단순하다. 형태는 간결하고 유색은 차분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감정은 요동친다. 마치 마크로스코의 작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눈물과 같이, 정제된 아름다움은 우리의 눈을 빼앗고 마음을 동하게 한다.
도예가 이영재는 1972년, 파독 간호사로 지원한 어머니를 따라 독일로 떠났다. 독일에서 도예가로서 꾸준히 활동하다 작년 봄, 한국으로 들어와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로 도예전공 학생들과 한 학기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다시 독일로 돌아간 작가는 그로부터 1년 뒤, 지난 4월 폴란드 국립 예술대학―브로츠와프 예술대학Eugeniusz Geppert Academy of Art and Design in Wroclaw―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의 도예공방 마르가레텐회에Keramische Werkstatt Margaretenhöhe GmbH의 수장이면서 유럽 내 괄목할만한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영재. 그녀가 말하는 도자란 무엇일까. 철학자 권터 피갈Günter Figal은 이영재의 도자를 ‘Simplicity’라 칭했고 이를 한충수 철학교수가 번역하면서 ‘소박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에 작가는 반색을 표하며 스스로를 ‘소박함’을 동경하고 재해석하는 사람이라 낮춘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기에 옛 도공들의 깨끗한 소박함을 가질 수 없다 말하는 그녀는 말에서 오는 저릿한 감성을 아는 작가였다.

 

Interview

 

폴란드 브로츠와프 예술대학Eugeniusz Geppert Academy of Art and Design in Wroclaw과는 어떤 인연으로 명예박사학위를 받게 됐나요?
현재 폴란드 브로츠와프 대학 도예과 교수로 재직 중인 키엘란 카타치나 교수prof. Kataryzna Koczynska-Kielan와는 오래 알고 지냈죠. 1989년도 쯤, 아직 예술대학 학부생이었을 때 우리 공방에 와서 제게 물레를 배웠던 친구입니다. 당시 여름방학마다 우리 공방을 찾아와 유약도 배우고 번조법도 배우고, 공방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사이입니다. 그런 인연을 맺은 학생들이 카타치나 교수처럼 지금은 각자 어느 곳의 강사로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을 가르쳤던 저는 막상 박사학위에 별 뜻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이민 온 70년대, 그 당시 독일 사회는 이른바 반항의 시대였어요. 미술대학에서는 학위를 위한 가르침보다, 학생 개개인의 생각이 예술이 될 수 있다 믿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였지요. 학위가 필요하다면 종이쪽지 하나 써주는 정도였으니까요. 작품을 위해 스스로 개념을 공부하는 것을 모두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도공은 그저 도자기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 처음 카타치나 교수가 명예박사학위를 제안했을 때도 송구스러운 마음에 거절했었습니다.

처음엔 명예박사학위를 거절했었다니 놀라운데요, 그럼에도 다시 마음을 돌린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작년에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처음으로 브로츠와프 대학 디자인과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 ‘디자이너인 멘디니도 받는데 도예가로서 나도 못 받을 건 없지!’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80년대 독일을 포함한 유럽 디자인 업계의 분위기는 대게 ‘물성’을 중요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러 어려운 용어들을 써가면서 디자이너 자체의 중요성만 강조하면서 승승장구했죠. 흙이라는 물성에 애착이 강한 도예이니 만큼 저는 그런 분위기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디자이너인 멘디니가 명예박사학위를 받는다니, 저로서는 은연중에 질 수 없다는 마음이 드는 게 아니겠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드디어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로 용기를 내니 여러 가지 서류나 논문 등 생각보다 많은 절차에 놀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동안 키엘란 카타치나 교수가 저를 위해 모든 것들을 준비해 놓고 있었더라고요. 감사하게도 덕분에 무사히 올해 4월,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도움이 있었지만, 결국 작가님의 꾸준한 작업으로 이룬 성과가 명예박사학위 수여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감이 궁금한데요.
우선 박사학위를 받는 날 처음으로 제가 순수한 마음이 아녔던 것에 반성했습니다. 수여식이 있었던 브로츠와프 대학 강당은 벽화와 모든 가구들이 바로크 시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수여식을 마치고 강당에 브람스의 <대학축전서곡Akademische Festouvertüre Op.80>이 울려 퍼졌어요. 그 음악은 브람스가 브로츠와프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때 작곡한 것입니다. 그때 부끄러움이 절정에 달했죠. 그럼에도 생각건대, 이 명예박사학위는 제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도자기를 하는, 불에 구워낸 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었던 것입니다. 또 이곳에선 도예로는 처음으로 제가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것이기에 지금 도자기에 인생을 바치려는 젊은 친구들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나도 열심히 하면 도자기로 명예박사학위도 받을 수 있어.”하는 희망 말이에요.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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