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생」
립스틱 짙게 바른 여인들이 밖으로 나와 서서히 달궈지는 축제의 분위기에 젖어든다.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 그녀들은 상처 입기도,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축제의 가면은 모든 슬픔의 얼굴을 가린다. 도예가 김현희의 작품 속 여성들은 모두 화려한 속눈썹과 가면, 그리고 붉은 입술로 환하게 미소 짓는다. 다양한 색으로 소용돌이치는 유약빛이 그녀들의 시끄러운 속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늘 장밋빛일 수만은 없는 인생이리라. 작가는 “다만 축제의 순간이라도 우중충한 고민들을 떨치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도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 또한 ‘축제’였다고 말한다. 혼자만의 축제를 끝내고 모두와 함께 판 벌려 제대로 놀아보려 나왔다는 그녀는 하얗고 고요한 전시 공간마저도 활기찬 기운으로 채우는 에너지가 있다. 작가는 스페인어로 축제를 뜻하는 ‘FIESTA’를 전시와 작품의 테마로 삼으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좌절하지 않고 작업실을 지켜온 스스로를 위로한다.
인생을 꼭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 뿐......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
작가는 이 시구절을 써 내려가면서 FIESTA를 준비하는 수년간의 작업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고 한다. 주부이면서, 또 도예가인 그녀는 두 가지 일에도 성에 찰 만큼 해내지 못하면서,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은 넘쳐나는 자신을 돌아본다. 어느 날 갑자기 멋진 사람이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작가가 실감한 인생은 늘 어려움의 연속이다. “만나게 되는 상황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과업들이 있듯이 산다는 것은 언제나 큰 숙제 보따리를 던져주는 것 같다”는 작가는 그럼에도 인생을 ‘멋진 일’이라 말한다. 릴케의 시처럼 인생은 축제가 아닌가! 한껏 자신을 꾸미고 일상에서 벗어나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처럼 그녀의 작품을 통해 일상을 견디게 하는 힘, 축제FIESTA의 힘을 느껴볼 수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