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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8월호 | 전시토픽 ]

백토의 미래와 활용가능성 <한중일 백토 합토전>의 의미
  • 편집부
  • 등록 2018-01-10 16: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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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7.22~9.4 양구백자박물관

한국 양구 백토

 

하얀 흙, 백토는 백자의 근원이다. 예나 지금이나 백자를 비롯한 자기 제작 기술의 핵심에 백토가 자리한다.1) 인류는 백토의 발견으로 백자의 가능성을 찾아냈고, 그것을 고온으로 번조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백자를 완성했다. 공예에 있어 재료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일은 너무 당연해 무의미할 정도이나, 백자 제작에 있어 백토는 대체 불가능한 재료라는 점에서 일반 공예 재료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를 거치며 수없이 많은 중국의 백자가 전 세계에 첨단산업 제품으로 수출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땅에 묻힌 엄청난 양의 백토 덕분이었다. 중국의 백자를 매우 비싼 가격으로 수입하던 서양이 18세기 말 드디어 스스로 백자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도 마이센 부근에서 하얀 흙을 발견한 덕분이었다. 또한,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의 도공 이삼평이 일본에서 백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즈미야마의 백토를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이삼평은 백토가 채굴되는 부근의 아리타 지역에서 일본의 첫 백자를 만들었고, 이후 아리타는 이름도 없던 곳에서 일본 도자산업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강원도 양구는 조선 백자의 근원인 백토의 산지이다. 전라도 강진에서 청자를 만들던 도공들이 왜구의 괴롭힘을 피해 내륙 안쪽으로 들어와 정착한 곳이 현재 양구군 방산면 지역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도자기를 제작하기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다. 맑은 물을 구하기 쉽고, 땔감으로 쓸 수목이 무성한 것은 물론 도자기 원료인 백토가 산출되는 곳이다. 그리하여 고려 말부터 이 지역에 수많은 도자기 가마가 지어졌고 지역의 백토를 이용한 백자가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조선시대 왕실과 국가기관용 자기를 제작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설치한 사옹원 분원에서도 양구의 백토를 가져다 사용했다.2) 이러한 역사를 볼 때, 현 양구백자박물관이 내걸고 있는 “양구는 조선백자의 시원지이고 양구백토는 조선백자의 중심입니다.”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역사적 의미나 유물로서의 가치를 지닌 양구 백자보다 양구에 묻혀있는 백토가 지금의 도자 분야에는 훨씬 더 중요하다. 백토가 가진 현대적, 즉 동시대적 가능성을 탐구하여 인류의 도자 문화가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거나 현대적인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자기 제작을 위한 질 좋은 백토의 매장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아리타 이즈미야마의 백토 광산은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았고, 한국의 또 다른 백토 산지인 산청 부근에도 질 좋은 암석이나 흙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도예가들이 사용하는 백자 제작용 태토는 중국산과 뉴질랜드산 백토를 주재료로 가공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백토의 채굴과 활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채굴 과정에서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 세계 백토에 대한 연구에 힘을 합해 보다 의미 있는 활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측면에서 양구백자박물관 1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한중일 백토 합토전>은 매우 유의미한 시도이자 유례없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양구 백토, 일본 이즈미야마 백토 그리고 중국 경덕진 백토를 같은 비율로 혼합한 흙을 이용하여 만든 3개국 도예가들의 작품 전시이다. 조선 백자의 원토를 공급했던 양구, 천년의 백자 제작 역사를 가진 중국의 경덕진, 그리고 앞서 언급한 일본 백자의 출발점인 아리타는 세 나라의 도자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백자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세 지역의 도자문화를 한꺼번에 모아 보여준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역사적 상징성이 다분하다. 그러한 상징성만큼이나 백토 실험의 차원에서도 이번 전시가 가지는 중요성은 크다.

양구 백토는 백운모계 고령토질 도석으로 번조 후 강도, 수축률, 백색도 등에서 고품질의 백자 제작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융제인 칼륨 함량이 다소 많아 소결 온도가 자기의 평균 번조 온도에 약간 못 미치는 경향이 있다. 즉, 1,250도 이상이 되면 소결점을 지나 형태를 지탱하지 못하고 유약처럼 흘러내리게 된다. 그래서 예전부터 양구 백토를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진주백토 혹은 산청고령토 등과 혼합하여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원토에 철분을 비롯한 불순물이 소량 섞여 있어서 친근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기는 하나 완벽한 백색을 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구 백토의 단점은 활용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장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구군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이 함께 설립한 양구백자연구소에서는 융제 성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양구 백토의 특성을 활용해 태토가 아닌 유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다른 백토들과의 적절한 혼합을 통해 품질이 우월한 새로운 백자 재료를 탄생시킬 수도 있다. 이번 전시가 바로 이러한 시도들 중 하나인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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