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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8월호 | 전시리뷰 ]

도칼陶刀이 펼치는 하얀 풍경!
  • 편집부
  • 등록 2018-01-10 1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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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주 <白林>전
  • 2016.7.19~7.31 서울 세종갤러리

(왼쪽부터)「당초문함」, 「수국문함」, 「매화문함」, 「모란문함」 2016

 

 

김은주는 옛 목가구에 영감을 받은 백자기白磁器을 만든다. 작가는 옛 목가구가 지닌 비례미와 절제미, 자연미, 여백미를 백자로 전이轉移시킨다. 전통의 형식과 수법을 재해석하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단순히 전통의 외형을 모사, 변형하는 것이나 혹은 전통의 재해석 같은 거대한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작가는 옛 목가구와 백자가 공유하고 있는 한국적 미를 분석하고 교집하되 외형 대신 옛 사물을 태동시킨 근본 의도와 감성을 자신이 만든 사물에 이입시키고 자기화한다. 단순히 작품의 외형에 드러난 목가구, 백자, 전통 도상, 양각과 투각 등 전통의 편린片鱗들에 근간한다면, 그의 작업은 전통이라는 거울을 통해 한국 도예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규명하려는 일, 혹은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을 진두지휘하는 서구 현대미술론에 맞서 전통의 소재들을 이리저리 섞은 이질적인 것으로부터 현대성을 찾으려는 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김은주는 공예와 예술, 전통과 현대, 입체와 평면을 수시로 오가며 우리 전통 도자에 없는 새로운 표상과 형식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혹을 명료하게 걷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김은주는 합盒과 도판을 바탕 삼아 양각과 투각 기법으로 이미지를 재현하는 두 가지 유형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작가는 옛 목가구와 도자합이 지닌 공간성과 형태적 특징 그리고 ‘담음’이라는 기능성을 교집합 삼아 기물의 형태를 만든다. 합은 다른 기물과 달리 몸체와 뚜껑이 흔들리지 않도록 암수의 턱을 만들어 아귀를 맞추고 다듬는 복잡한 공정을 별도로 요구한다. 뚜껑 없는 그릇에 비해 그만큼 작업자의 수고로움과 살핌, 정성이 더 요구된다. 백자 표면 위에 복잡하면서도 예리하게 표현된 선과 면의 투각에서 꽃잎 하나하나 잎맥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자신의 솜씨를 완벽히 구현하려 순간순간 정주하고 높은 수작手作 완성도를 지향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김은주의 작업은 도자라는 공예 매체 속에서 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파헤친다. 작가는 무엇보다 날카로운 상감 칼로 쫀쫀하고 매끈한 자토磁土의 표피를 깎고 뚫는 물리적이고 촉각적인 특질과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다. 색과 기형器形으로 옛 백자의 미를 새롭게 타진는 시도가 대세를 이루고 점점 높은 수준의 투각과 조각기술의 경지를 보기 힘든 우리 도예의 현실 속에서 목가구의 형태와 장식성에 기인하여 양각과 투각으로 재현하는 젊은 작가의 백자의 해석은 유독 반갑다. 그만큼 백자와 조각을 쥐고 절제된 여백의 미, 백색 미감 그리고 시원한 선과 면 처리를 제대로 구사하며 현대 조형감각을 추구하기가 여느 도예 수법보다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백자 조각의 미는 도칼이 하얀 표면 위를 활주하고 살을 덜어내며 복잡하면서도 예리하게 그리고 강약을 경주하며 펼치는 선과 면의 세계에 근간한다. 여기에 표면의 고저의 사이로 투공이 주는 시원함과 공간미는 붓과 유약이 보여줄 수 없는 칼의 독특한 화면이다. 이 모든 것이 조화하는 바탕 위에 작가만의 해석이 더해질 때 옛 도자가 지향했던 절제미와 시원한 여백미, 정치精敵한 세기細技는 오늘의 미美와 용用으로 자리할 수 있다. 작가가 오늘을 대표하는 공예품이자 예술품으로 견인하려면 오랜 숙련으로 흙과 칼을 다루는 감각과 공력을 더 키우되 옛 물건이 지닌 전통미의 실체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관념에 매몰되지 않으며 그것을 자신의 시선과 방법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란이나 연蓮풍경 같은 옛 도안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과 사물을 작가의 예민한 관찰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새롭게 들여다보는 일도 필요하다. 작가의 지난 그리고 오늘의 작업들은 오랜 숙련을 감당하는 작가의 의지, 감각, 재기의 수준을 충분히 가늠케 한다. 그를 통해 그의 기법들은 더 발전될 수 있고 그 솜씨는 더 다양하고 의미 있는 새로운 도자예술의 표현을 등장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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