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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월호 | 전시토픽 ]

이천세계도자센터 특별기획전 <오래된 미래, 황종례>
  • 편집부
  • 등록 2018-01-09 2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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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8.26~2017.1.29 이천 세계도자센터 1전시실

「귀얄문 호」

 

갈대가 흩날린다. 바람을 안고 흐드러진 갈대는 저 멀리 수평선 아래 펼쳐진 대지를 풍요롭게 장식한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풀벌레가 우는 때부터 소복소복 내린 눈이 가문 땅을 적시고 다시 햇살이 이 아름다운 광경을 비출 때까지 갈대는 언제나 말없이 이 땅에 서 있었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모두가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황종례 작가(1927~)는 도자기의 기면器面을 화폭 삼아 갈대를 그린다. 작품의 형태는 제각각 다르지만 둥글고 모난 것 없는 비슷비슷한 모양새의 도자기에 ‘귀얄刷毛(넓고 굵은 붓으로 형체가 완성된 기면 위에 백토白土를 바르는 도자 장식기법)’로 여러 번 붓질하여 갈대밭이 펼쳐진 한 폭의 정경을 도자기에 담는다. 이렇게 완성된 ‘귀얄문 기刷毛紋 器’는 한국의 것을 지켜오고자 했던 가계의 장인정신으로부터 연유한다. 황종례 작가는 일제강점기 사라진 고려청자의 명맥을 다시 잇고, 재건했던 부친 황인춘黃仁春(1984~1950) 작가의 정신을 이어받아 고려 말, 조선 초의 독특한 도자 장식기법인 귀얄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우리의 독자적인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보드라운 햇살과 친숙한 정경이 펼쳐지는 갈대밭과 논두렁, 그리고 이름 모를 들풀들이 제멋대로 이리저리 줄지어 자란 너른 대지는 그것이 나고 자란 이 땅이 어떤 곳인지 보여준다. 절로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는 이 풍광은 아주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었다. 이 아름다운 대지가 입혀진 황종례 작가의 ‘귀얄문 기’는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본디, 한 대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공통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보고 배우고 경험한 것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렇기에 어떤 나라보다도 가난했던 한국이 유례없는 발전을 이루기 전까지 오래된 이야기와 물건들은 삶의 교훈과 미덕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은 전통의 중요성이 사라져가고 공통된 정서가 균열되고 있는 시점에 놓여 있다. 우리의 외적인 삶을 풍족하게 해준 경제적 발전은 애석하게도 극심한 후유증을 선물해 준 셈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는 환경과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는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정신 그리고 신념을 그들의 몸에서 서서히 도려내고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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