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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월호 | 전시토픽 ]

타일, 경계를 허물다
  • 편집부
  • 등록 2018-01-09 20:24:52
  • 수정 2018-01-09 20: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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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8.9~12.25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모함메드 도미리 「Little Planet Vakil Mosque」 80x80cm, Photography

 

불분명의 예술
이성의 철벽성을 세우던 모더니즘이 무너졌다. 반복되는 본질에 대한 집착과, 인간 무의식의 탐구는 예술과 대중의 철저한 분리 속에 이뤄지다 결국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다. 더욱이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가치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모더니즘에 대한 날선 반발로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양성’을 테제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 혼합과 융합, 절충과 인용, 그리고 복고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일부를 설명할 뿐이다. 모더니즘이 제한했던 본질과 이성의 틀을 부수고 모든 가능성을 향해 열어두기에 포스트-모더니즘은 종종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런불분명의 예술은 명백한 기준을 두었던 모더니즘과 달리 예술을 판단 불가능의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 이 사이에 공예가 등장한다. 키치와 아방가르드를 분리하는 이분법이 사라진 시대에 ‘공예’를 예술로 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러한 기저 위에 ‘타일’이 예술표현의 한 방법으로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다.

포스트-타일
인간은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다. 짓기로 살아가는 인간은 기본 욕구 충족을 넘어 ‘자기표현’의 욕구를 드러낸다. 표정을 짓는 것에서부터, 노래와 시를 짓기도 한다. 건축에서의 자기표현 욕구는 장식裝飾에서 드러난다. 주요 장식·마감재인 타일은 벽체를감싸 주요 구조물의 손상을 막아주면서 미관에도 좋다. 타일은 기능적인 면 이외에도 벽을 꾸민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히 미관을 고려할 이유가 있다. 수많은 벽화와 회화, 사진과 액자가 그러했듯 인류는 끊임없이 벽에 아름다움을 덧입혔다. 그렇기에 타일은 공간을 장식하는 기능을 뛰어넘어 벽을 꾸미는 태생에 있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변모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다. 포스트 모던에서 타일을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시를 위해 모인 아홉 명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에 각각 다른 모습으로 타일을 차용한다.작가들은 각자의 해석을 바탕으로 타일의 여러 가지 속성을 드러낸다. 타일은 전통성을 지니나, 반복되고, 벽을 꾸미고, 또 다른 매체와 경계를 넘나든다.

 

전통성을 지니고
건축에서 타일은 벽과 바닥을 꾸미는 장식·마감재다. 5천 년이 넘도록 사용된 타일은 산업혁명 전까지 왕실과 귀족, 종교인 등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장식이었다. 사진가 모함메드 도미리Mohammad Reza Domiri Ganji는 정방형과 와이드 한 화면을 오가며 모스크의 모자이크 타일과 색유리의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본래 화려한 색으로 해충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지만, 색감과 패턴의 아름다움은 모스크 건축의 자랑이다. 기둥과 아치형으로 이어지는 천정, 그리고 타일이 그려내는 완벽한 대칭과 색감은 모스크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한다.

아시아에서 타일의 기원은 전돌과 기와의 형태에서 엿볼 수 있다. 처마 지붕 아래 부는 바람, 흔들리는 풍경과 함께 떠오르는 한국의 전통건축은 공간을 장식하는 기능보다 지붕을 구성하는 실용적인 기능이 앞서있었다. 그럼에도 전돌 등에 새겨진 문양들은 오늘날까지 전해져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혜경은 기와를 스크린 삼아 그 위에 전통문양을 재생한다. 날개를 활짝 펼치는 봉황에서부터 물고기 뛰노는 모습까지, 기와 위에 그려지는 다양한 문양들이 마치 물결치는 듯하다.

 

반복되고
타일의 성격 중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반복성’이다. 반복과 복제Copy로부터 오는 괴이함Uncanny은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우리가 종종 일란성 쌍둥이를 볼 때의 느낌과 도플갱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모두 ‘반복’에서 기인한다. 타일은 ‘반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타일’은 한 장의 타일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의 반복된 군집을 뜻하기로 한다. 도예가 네이튼 클레이븐Nathan Craven은 ‘군집’을 잘 활용한다. 몇 개의 패턴을 가지고 압출 성형된 작은 유닛들은 개별 오브제로도 손색없지만, 모여 있을 때 비로소 확실한 힘을 발휘한다. 별다른 접착제 없이 서로의 틈을 메꾸는 유닛들은 다채로운 형태와 유색들로 배치와 조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유닛들로 전시장 공간의 틈을 메우거나 바닥에 놓아 관객들이 직접 위를 다녀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타일의 모습과는 다르나, 작품은 반복과 군집이라는 타일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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