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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월호 | 전시리뷰 ]

일상의 미학
  • 편집부
  • 등록 2018-01-09 20: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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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원 <색조면각色調面角>
  • 2016.8.10~8.16 KCDF 갤러리

‘친숙하면서도 생소하다.’
새로움을 창조하면서 몸에 익은 쓰임새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공예가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나 친숙함과 생소함, 그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두 가지 속성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어딘가 낯익은 작업 또는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처럼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혜원의 작품이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을 작가만의 조형적 언어로 치환하여 친숙함과 생소함 사이의 정점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만드는 다기와 생활 오브제가 한국 민예의 비례와 각도, 제작 수법과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작품들은 단순히 옛것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예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생활 속에 일관되게 흐르는 미의식과 감성을 작가가 자기화한 선과 면, 색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에 투영시킨다.
한국적 심상은 전통적 자연관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자연을 단순히 물체 감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모든 사물을 다스리는 정신적 힘을 끌어내며 삶과 생각의 근원을 찾는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1) 작가는 작품에 지극히 일상적인 한국의 자연과 그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조적 시선을 함께 담아낸다.

그의 첫 개인전 <색조면각>에서 처음 선보인
「도리율桃李栗」 시리즈는 깎아 놓은 알밤의 표면에서 형태적 영감을 받아 시도된 것이다. 작가는 기존 작업을 통해 줄곧 사용해온 면각기법과 선각기법의 구사를 통해 기벽의 면을 세심하지만 시원하게 분할하여 단순화한 밤 표면의 면들을 표현했다. 그 면들 위에 하늘, 모래, 강, 들과 같이 내내 눈에 익은 우리네 자연과 사물을 관찰하고 자기화한 빛깔을 입힘으로써 수수하고 질박하지만 단아하고 절제된 기물을 완성했다. 이렇듯 작가에게 주변의 일,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는 예술의 원천이자 근거가 된다. 가장 평범한 일상에서 작가가 일깨운 미적 관심과 가치들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소통하고 공감하게 한다. 이러한 소통과 공감은 개별적인 우리를 넘어서 공동체 안의 우리의 모습을 비춰준다.2)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 깃든 시선은 다기의 형식 뿐 아니라 여럿이 즐기는 다기에서부터 혼자서도 편리하고 간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구성과 용도의 다기로 귀결되었다. 앵통櫻筒의 개념에서 착안한 운반, 수납, 찻상의 기능을 겸비한 함, 나무와 결합된 수납이 용이한 도자 찻상, 손잡이가 있는 찻잔 등 작가는 변화하는 현대 생활양식에 적합한 다구를 개발하여 개별 사용자 각자의 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찻자리의 형식과 다구의 용도에 따라 내구성과 제작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된다. 이질적인 재료의 혼합이 주는 조화와 대비의 묘미는 현대인들과 미적,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된다.
일상의 미학은 평범한 일상에서 지각할 수 있는 미적인 것에 대한 탐색이다.3) 작가의 작업은 매일을 살피고 계절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의 미묘하고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일상을 예술로 끌어들인다. 그것은 치열한 일상의 현장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오늘, 작가의 작업이 잠시나마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휴식이 되는 이유이다. 무수한 하루가 모여 세월이 되듯이 작가의 하루가 켜켜이 쌓여 연륜이 되고 작품의 결로 드러나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것은 성실히 일상을 견디고 살아내는 우리들을 위한 헌사로도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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