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17.05월호 | 뉴스단신 ]

자유분방하고 소탈한 철화청자의 미美
  • 편집부
  • 등록 2018-01-08 14:59:52
  • 수정 2018-01-08 15:00:41
기사수정
  • <철鐵,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
  • 2017.3.21~9.30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전시실 전경

 

당연한 사실이지만 자주 잊는 것들이 있다. 고려청자의 대부분은 사실 무늬가 없다던가 하는 것들. 생각해보면 그릇은 대개 쓰기 위해 만든 것이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만들다 보니 무늬를 넣으면 품이 한번 더 든다. 안료가 필요하니 돈도 들고 그리는 시간이 필요하니 제작도 늦어질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조질粗質 청자에까지 무늬를 넣은 그릇을 보면 사람이 참 밥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철화청자鐵畵靑磁가 꼭 그렇다. 기면을 파내고 흙을 채워 넣는 상감象嵌 기법만큼의 공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비색翡色 청자라 불릴 만큼의 기술과 정성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검은빛의 철사鐵砂 안료로 슥슥 그린 듯 시문한 도공陶工의 필치가 살아있으면서 잎맥까지 하나하나 묘사하여 감상의 맛을 더한다. 1996년 이후 20여 년 만에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열리는 <철鐵,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전展은 총 220여점의 다양한 철화청자를 한 자리에 모았다.

철화청자의 아름다움
이번 전시는 호림박물관이 수집해온 방대한 규모의 청자가 전시되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한 ‘명품名品’ 철화청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는 총 세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4층에 위치한 1전시실에서는 ‘철화청자_철鐵, 꽃으로 피어나다’라는 소주제 하에 엄선된 유물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짙은 회색과 검은 색이 어우러진 전시실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유물 및 진열장을 띄엄띄엄 배치하여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

 

1전시실에 진열된 「청자철화모란당초문호靑磁鐵畵牡丹唐草文壺」는 철화청자에서는 드물게 담청색의 유약이 고르게 시유된 작품으로 강진康津 혹은 부안扶安 청자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면에 꽉 차게 그려진 모란당초문이 대담하고 시원스러운 느낌을 준다. 전시실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끄는 「청자철화모란문통형병靑磁鐵畵牡丹文筒形甁」은 남아있는 예가 적은 원통형圓筒形의 기면 위에 간결한 형태의 활짝 핀 꽃무늬가 반복적으로 장식됐다. 현대적 감각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디자인적인 문양 구성이 눈에 띈다.
또한 1전시실에서는 철화 뿐 아니라 철채鐵彩 또는 철채상감鐵彩象嵌 등 철사 안료를 활용한 다양한 기법의 유물도 함께 전시하여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철채청자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청자철채상감운학문매병靑磁鐵彩象嵌雲鶴文梅甁」은 표면 전체를 산화철로 칠한 뒤 어깨 부근에 학과 구름을 회화적으로 상감했다. 상감청자 하면 연상되는 은은한 청색과 세밀한 문양과 대치되는,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보기 드문 파격적인 문양이 돋보이는 유물이다.

「청자철화모란당초문난주靑磁鐵畵牡丹唐草文欄柱」 높이 (좌)48.5cm, (우)48.3cm, 고려 12세기

 

기형에서 문양까지
철화는 특정 종류의 그릇에만 한정적으로 장식됐다. 가마터 등 생산지에 묻혀있던 유물을 보면 대부분의 수량을 차지하는 대접이나 접시에서는 철화 장식이 확인되지 않고 병이나 합盒, 대반大盤, 장고杖鼓와 같은 소량 생산된 기종에서만 나타난다. 이처럼 철사 안료로 장식한 청자는 식기食器와 같은 일반적인 쓰임새보다도 의례儀禮나 연회와 같은 행사용, 고급 실내장식이나 화장용기化粧容器 등으로 쓰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2전시실은 ‘철화청자의 종류와 용도’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기종의 유물이 전시됐다. 현존하는 예가 극히 드문 「청자철화모란당초문난주靑磁鐵畵牡丹唐草文欄柱」는 연꽃봉우리蓮峯 모양의 장식이 달린 원통형의 기둥 상단에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어 그 사이에 다른 재료를 끼울 수 있도록 한 난간 기둥으로 추정된다. 철화로 그린 모란꽃이 덩굴처럼 청자 기둥 전체를 감싸듯 장식되어 화려함을 더하는 한편, 청자로 난간 기둥을 세울 정도였던 고려 건물의 호화로운 면면을 상상하게 한다.
3전시실은 ‘철화문양의 종류와 특징’을 주제로 이어지는데 <철鐵,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라는 이번 전시 제목처럼 풀무늬草文와 꽃무늬花文가 많다. 전시 자체는 백토를 혼용하여 철백화鐵白畵로 그려진 국화문 병 옆, 상감 기법으로 장식된 국화문 병이 나란히 배치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동일한 주제의 문양이 장식 기법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오도록 하여 흥미를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1, 2전시실에 비해 밝은 조명 덕분에 개별 문양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월간세라믹스
전시더보기
작가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