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햇볕이 따갑고 가물은 초여름, 도예를 포함한 현대공예의 오늘을 짚어볼 수 있는 단비 같은 두 개의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선보이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전시 <하이라이트Highlight>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8월 15일까지 진행된다. 공예工藝의 오늘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기획전 <공예의 자리Rethinking Craft>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서 7월 30일까지 펼쳐진다.
강석영 「무제」 도자, 2008, 서울시립미술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전시<하이라이트Highlight>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1984년부터 꾸준히 동시대 미술 컬렉션을 꾸려왔다. 단순히 신진작가를 후원하고 소장품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재단을 중심으로 작가간 교류를 통해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리는 데 그 목표를 두었다. 한국 작가 이불의 ‘천지’와 콩고 태생의 작가 쉐리 삼바의 ‘진짜 세계 지도’, 광저우 출생 차이 구어치앙의 화약 페인팅 ‘화이트 톤’을 한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동시대 미술가를 발굴하고, 후원함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러운 아카이브를 ‘서울’에 맞게 차려놓은 기획전이었다.
도예에 관심이 있는 관람객이라면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디자인한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강렬한 붉은 좌대 위에 늘어선 도예 작품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키타노 타케시의 도자 조각은 가시 대신 수국 꽃을 한껏 피운 고슴도치와 같이 동물의 신체에 꽃의 머리를 한 형상으로, 일본식 꽃꽂이에 대한 유쾌한 왜곡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파라과이 출신 도예가 후안나 마르타 로다스1925-2013와 훌리아 이시드레스1967- 모녀의 도자기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기법과 전통의 영향 아래 예상치 못한 특유의 동물 형상과 둥근 외곽선을 담아냈다. 라틴 아메리카 현대 도자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로 꼽히는 두 작가의 작품은 병이나 항아리의 전형적인 꼴을 갖추지 않은, 즉 실용적인 기형에서 멀어짐으로써 점차 고유한 조각 작품으로 변형된다.
방 안쪽에 전시된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의 도자 작품 「얼굴 모양의 병」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석에서 건축까지, 세련된 작업에서부터 대중 예술에까지 인간은 언제나 자신들이 만드는 사물 안에 자신들의 모습을 재현해왔다. 내가 만드는 이미지에 나를 모델로 활용함으로써 나를 나 자신의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조각은 그의 설명처럼 먼 그리스 문명 어느 도자 조각의 고풍스러운 눈빛처럼 우리를 사로잡는다.
까르띠에 재단에서 고용한 큐레이터들은 전 세계의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기존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작업을 권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장품과 커미션 컬렉션을 구축하고,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동시대 미술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작가들이 협업하고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곧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펼치는 아름다움에 대한 노력이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전시<하이라이트Highlight>는 다양한 동시대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장이며, 세계의 유수한 도예가 및 미술가의 작품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축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