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무늬 그릇>, 타루트 추정, 기원전 3천년기, 녹니석, 사우디아라비아 국립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이 유럽과 중동, 국내의 미술 공예품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세 개의 특별전을 마련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아라비아에 대한 전시인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단추를 중심으로 18-20세기 프랑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프랑스 근현대복식, 단추로 풀다>,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국내 여행 같은 <선인들의 마음, 보물이 되다>가 7~8월동안 이어진다. 무더운 여름, 가까운 피서지를 찾는 마음으로 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약 1만 년 전, 아라비아 반도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건조한 기후가 아니었다. 비옥한 습지와 깊은 호수, 나무가 무성한 ‘초록의 아라비아’였다. 그러나 기원전 5천년 경부터 기후가 변하기 시작했다. 점차 건조해지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건조한 아라비아의 기후가 됐다. 그 시기의 아라비아의 인류는 아라비아 전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녹니석은 고대 중근동 문화에서 주로 사용했던 재료로, 녹니석으로 제작한 그릇은 고대 중근동 전역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뱀 무늬 그릇’은 이란 남부 지역에서 타루트로 수입된 그릇이다. 특히 이란 남부에서 생산된 녹니석 그릇은 당시 매우 귀했다. 단순히 생활에 필요하기 때문에 제작한 그릇이 아니었다.
기원전 1천년 경부터 아라비아는 향료香料와 몰약沒藥의 중요한 교역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아라비아의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풍요를 누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622년,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옮기면서, 아라비아에 이슬람 시대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교역로 외에도 무함마드의 순례길을 따라 걸었다. 교역은 물론, 순례 역시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순례를 이어가기 위해서 많은 물품을 지고 다녔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도자기들은 순례자들의 짐이자, 생존수단이었다.
그릇은 늘 삶과 밀접해있다. 그릇은 생활용품이자, 사치품이었다. 사람의 생활은 결국 그릇과 함께한다. 물을 떠먹기 위해 손으로 그릇을 만들었을테고, 누군가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열매를 반으로 쪼갰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단단하고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그 시간의 결 위에서 완성된, 아라비아 반도의 토기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