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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8월호 | 작가 리뷰 ]

21세기 동시대 도예의 역할 이창화
  • 편집부
  • 등록 2018-01-04 15:56:20
  • 수정 2018-01-04 16: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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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화 도예가의 작업실

 

도예의 고유성과 그 본질
모든 예술은 저마다의 고유성이 있고 장르마다 또 매체마다 각각 다른 울림과 미감이 있다. 공예에는 공예의 언어가 있다. 예술 장르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21세기에도 공예는 기본적으로 특정한 질료와 형태를 기본으로 한다. 인류 역사에서 탄생한 수천, 수만 가지의 도자기는 기본적으로 유사한 흙의 질감과 빛깔을 가지며, 대개 일정하게 기능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와 같은 본질적이고 고유한 공예의 속성은 공예를 구성하는 요소인 동시에 공예가 그 외연을 확장할 때 공예를 규정하는 바탕이 된다.

 

기능성과 조형성 사이, 공예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도예가 이창화는 2016년부터 <삶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 릴레이New Design Relay-for Life>를 주제로 500개의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는 그릇器의 형태를 끊임없이 비틀면서도 기능적인 쓰임을 고려해 작품을 만든다. 공예의 기능성은 그의 도예 작품에 기본적으로 깔린 고유한 속성이다. “접시 형태의 작품이라면 벽에 걸거나 무언가를 담을 수 있게” 만드는 이창화의 작품은 사용 시의 쓰임새를 전제함으로써 보편적인 공예의 조형 원리를 획득한다.

 

자칫 난해하고 낯선 현대예술의 영역에서 그의 실험적인 작품은 ‘그릇’의 언어를 바탕으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500개의 작품 제작 초반에는 주전자만 주구장창 만들었고, 지금은 겹쳐진 항아리 형태의 ‘어부바’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다. “500개를 작업해보니 한계나 제한을 두는 게 무의미한 것 같아요.” 당분간, 어쩌면 평생 새로운 작업들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하는 이창화 도예가를 여주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현대 도예의 확장과 실험
최소한의 기능을 고려하는 동시에 기능적 편리함을 비껴나가는 지점에서 그의 조형 실험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기 릴레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전자’는 손잡이, 뚜껑, 몸체, 수구 등 각 부분의 조형 요소가 뚜렷하기 때문에 선택됐다. 그로서는 변형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껴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정복할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주제처럼 다가오면서 주전자에 더 빠져들었다. 물도 잘 따를 수 있고 손잡이 잡는 것도 편해야 되는데, 또 일반적인 형태와 다르면서 완성도가 있는 그런 주전자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한번 시작하면 대개 동일한 기형이나 주제를 반복적으로 작업한다. “처음에 특정한 생각을 갖고 주제에 접근하더라도, 하다 보면 여러 생각들이 튀어나와 의도하지 않게 얻어지는 것이 많아요.” 미술이론가 피터 도머의 말처럼 공예는 수공 작업의 특성상 임의성, 무작위성, 우연성 같은 상황에 계속 놓이게 된다. 같은 작업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이렇게 만들면 더 재밌겠다 싶다. 아이디어를 적용해보고 또 변형하다 보면 몇 단계를 거쳐서 나온 결과물은 처음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일련의 작업 과정은 곧 작품의 개념과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작품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머리속에 떠오른 아름다운 조형 이미지를 입체적인 실물로 그대로 표현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실험을 거듭하면서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고 이창화 도예가는 말했다. 동시에 생각만큼 표현하지 못한 부분은 당시의 그 자신이 갖는 한계와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갤러리 다운재 <이창화 그릇전>
2016.7.13.~8.7에 전시된 Relay 초기 작품

 

21세기 동시대 도예의 역할
이창화의 조형 탐구는 기형에서, 문양에서, 때로는 기법에서 시작된다. 같은 가마, 같은 유약이어도 재임 위치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진사 작업은 100개를 번조해도 같은 작업이 하나도 없다. 최근에는 도판에 손 형태를 그리고 오리는 작품 실험을 진행 중인데, 다음 작업에서는 집·구름·나무 등의 형태를 청화 등 다른 안료와 함께 결합하는 방식으로 변주할 예정이다. “이 작업을 위해 몰드를 만들고 있어요, 이 자체가 회화적 성격의 오브제가 될 수도 있겠죠.” 그의 머리 속에서는 여러 장의 도판이 이미 벽에 나란히 걸려 하나의 풍경을 이룬 듯했다.

 

모더니즘의 신봉자처럼 유일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작업을 선보이면서도 그의 작품 곳곳에는 전통적인 요소가 묻어난다. 백자라는 매체부터가 그렇다.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는 색채가 화려하지만 우리 미감에는 맞지 않는 것처럼, 저도 한국인으로서의 DNA를 가진 사람이니 당연한 얘기죠.” 그에게 21세기 동시대에 맞는 도자기란 전통을 똑같이 모방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백색의 바탕에 때로는 현대적인 장식을 덧대고, 때로는 붉고 푸른 우리 안료를 사용해 문양을 그려넣는 작품들인 듯싶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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