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경
적층
언젠가부터 차곡차곡 포개진 접시, 층층이 쌓인 책, 겹겹이 누적된 지층의 단면이 보여주는 규칙적이고 정적인 수평의 선들에 자꾸만 시선이 머무른다. 그리고 쌓인 층 사이사이에 숨은 듯이 자리한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비슷한 형태를 층층이 쌓아 올려 일련의 순서와 규칙을 만들고, 그 안의 작은 변화를 통해 균형을 만드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어렵다. 자연이나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수평선의 적층은 여러 면에서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보편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쌓아서 어떤 아름다움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작업 내내 따라다닌다.
겹쳐 쌓을 수 있도록 동일한 받침 구조를 가진 얇은 접시형의 원들은 정확히 의도된 지름과 높이를 지닌다. 원판들은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서로 간 아주 작은 크기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작은 차이가 쌓여 균형을 이룬다. 의도보다 지름이 조금이라도 작거나 커지면, 수평선이 조금이라도 휘면, 층간 높이에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균형은 바로 무너진다. 모든 층이 원래 지녀야 하는 모습으로 각자 있어야 하는 위치에 제대로 자리해야 비로소 내가 의도한 형태가 완성된다.
그림자의 부피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