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특히 옹기의 매력은 꾸밈없는 아름다움에서 온다. 풍만하게 배가 부푼 아래 지방의 옹기와 달리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경기도 지방의 옹기에는 경기도 지역의 자연환경이 반영되어 있다. 남쪽에 비해 일조량이 강하지 않아 햇빛을 차단할 필요가 없는 경기도 지방의 옹기는 입과 바닥의 지름이 엇비슷하다. 어느 날 갑자기 길쭉해진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완만해져왔을 것이다. 사람의 손이 닿은 모양새대로 물레를 따라 둥글게 둥글게,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사람이 들 만한 한아름의 크기로. 긴 시간동안 지역의 특성을 촘촘히 반영해온 옹기는 이제 개개인을 통해 느슨하지만 고집 있게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옹기의 전통과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한향림옹기박물관 특별기획전 <경기도 옹기와 옹기장>이 6월 23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 김일만 옹기장을 중심으로 경기도 옹기의 전통을 잇고 있는 ‘오부자옹기’의 옹기와 한향림옹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경기도 옹기가 함께 전시됐다.
전시된 옹기에는 긴 시간 축적된 경기도의 지리적 요건과 함께 옹기장 개개인의 손놀림과 팔길이 등 신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사람이 들 만한 폭과 무게의 큼직한 옹기 독은 김일만 옹기장의 대표 작품으로, 어깨 부분에 음각으로 선문을 넣고 시유 후 손끝으로 자유분방하게 초문草文
을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된 작품은 대부분 난초형의 초문을 그린 작품이며 일부는 나선형 초문을 그리거나 음각으로 붕어 등을 새긴 옹기도 있다. 이는 전형적인 경기도 옹기의 장식문양으로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기물과 어우러진다. 또한 ‘길할 길吉’과 같은 독특한 문자문이 장식된 박물관소장품 옹기 항아리 등도 함께 전시돼 흥미롭다.
그릇 제작 방식이 많은 부분 현대화된 오늘날에도 김일만 옹기장을 필두로 ‘오부자옹기’에서는 재료의 준비부터 기물을 성형하고 여러 번 말리고 가마에 굽는 일련의 과정을 손과 눈으로 겪어낸다. 만들기 적당한 흙은 손으로 만져보며, 굽기에 적당한 불은 눈으로 보면서 평가한다. 옹기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몇 개월, 옹기장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몇 십 년이 걸리는 이유다. 김일만 옹기장과 그의 가족들은 <경기도 옹기와 옹기장> 전시를 위해 전 작품을 제작해 선보였다. 김일만 옹기장의 옹기와 아들 김성호-김정호-김창호-김용호 네 형제와 며느리, 손자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