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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1월호 | 뉴스단신 ]

박세연 일러스트레이터와의 만남
  • 편집부
  • 등록 2018-01-02 17:08:22
  • 수정 2018-01-02 17: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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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

 

유럽의 벼룩시장을 돌며 하나 둘 사 모으던 장난감들 틈에 앤틱 잔이 끼기 시작했다.
장난감과 함께 장식장 위에 놓여지는 잔의 갯수가 늘어났고, 그 찻잔들에 무언가를 담아놓기 시작했다.
짧아 쓰지 못하는 몽당색연필, 짧게 잘라서 말린 꽃, 커피의 원두,
뜨개바늘과 쪽가위, 안쓰는 단추, 작은 옷핀.
작고 낡아 쓰지 못하는 것들을 잔 하나하나에 담아 놓으며 물건들에 담긴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잔』中-

 

2012년에 발간된 이후 덤덤하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책, 『잔』. 동화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박세연의 첫 번째 책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잔들과 그에 얽힌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겨 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생각과 마음에 공감이 된다.

농후하게 익어가는 가을에 읽는 『잔』은 따뜻한 여유 한 잔을 선물한다. 천천히, 그리고 은근하게 찻잔에 다가선 박세연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그녀를 찾아갔다.

 

책 내용에서 보면, 찻잔을 ‘탐닉’했다고 하던데 언제부터 어떻게 탐닉이 시작 됐나요

탐닉이랄 것 까지도 없어요. 대학교 졸업을 하고 영국으로 일러스트 공부를 하러 떠났던 적이 있었는데 영국은 워낙 차 문화가 발달이 돼 있잖아요. 원래 커피를 좋아하는데다 차 마시는 것까지 좋아하게 되면서 찻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죠. 그리고 영국에는 벼룩시장 문화가 잘 형성돼 있는데. 벼룩시장에 가서 제 눈에 예뻐보이고 따뜻해 보이는 찻잔들을 하나둘씩 구매하면서 그렇게 잔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갑자기 ‘찻잔에 미친 듯’이 끌렸다기보다는 ‘서서히 좋아하게 됐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처음엔 제리코가 어느 해외 도시의 카페인 줄 알았어요.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이 평범하지만은 않던데

제리코에 오는 단골손님들의 애칭 때문에 해외라고 느끼셨나 봐요. 제리코의 백마담은 우리에게 별명 붙여주는 걸 좋아 했어요. 각각의 직업이나 성격에 맞는 별명으로 불러줬는데, ‘마감녀’, ‘미에코상’ 등등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별명들만 보면 특이해 보이고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 다 저랑 비슷한 사람들이 었어요. 프리랜서로 일을 하거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 그래서 그렇게 에피소드가 많이 생겼는지도 모르죠. 우리는 아직도 연락을 하고 있어요. 서로 근황도 묻고 얼굴도 보고 그렇게 지내요.

 

기타에 대한 소소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의 기타 실력이 궁금해요
책에 마지막 공연했을 때 엉터리로 쳤던 그 곡 그대로에요. 더 잘하고 싶었는데 어쩐지 잘 안되더라고요.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아직은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지요.

『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귀

 좋아하는 구절은 처음과 끝 인사말이에요. 중간중간에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기도 하지만 처음과 끝에 제 마음이 다 담겨있는 것 같아요. 끝인사말이 긴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단은 마지막 두문단이에요.

누군가와 첫 대면을 하고 가까워지는
나의 이야기에는 늘 차와 찻잔이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카페 사장과
친구가 된다거나,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다시 이별
을 한다거나,
외롭고 슬퍼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는
모든 시간에는
따스한 차와, 차를 담는 찻잔이 있었다
.                                 

커피를 마시건, 홍차를 마시건
우리는 그 시간을 마신다.
맛과 색과 향 뿐 아니라
찻잔 위로 흐르는 삶의 이야기가,
고되지만 씩씩하게 견디는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의 책에, 나의 잔에
담겨있기를 소망한다
.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글을 쓰는 일,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책을 내겠다는 결심이 섰는지

홍익대학교 근처 상상마당이라는 곳에서 ‘잔’을 그린 일러스트로 전시를 열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전시를 보고 출판사에서연락이 왔어요. 정말 작은 소책자를 전시했었는데, 글씨는 아무것도 없이 그 땐 그림만 있었죠. 저 혼자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세상에 보여줄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글을 넣을 자신이 없어서 그림만 넣으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번번히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허락을 했고 지금의 『잔』이 나왔어요.

책을 집필 할 때의 마음

한 번도 제가 글을 쓸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예전 일기를 찾으면서 사진과 일러스트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을 퍼즐처럼 맞추는데 그 과정들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책에 있는 모든 잔이 제가 소유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료조사하는 그런 과정들이 꽤나 힘들었어요. 만약 제가 일기를 매일매일 썼던 습관이 없었다면 『잔』은 탄생할 수 없었을 거예요.
책을 만드는 동안 저는 굉장히 힘든 시간들을 보냈는데, 그 힘든 시간들이 책에는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오은지 기자 fkffkdkdld@naver.com

 

## 일부 내용과 이미지는 생략 되었습니다.전체 내용은 월간도예 본지 2014년 11월호를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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