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동감각> 전시 전경
공예품의 쓰임과 형태가 생활공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공예품의 기능과 조형이 공간에 따라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왔는지를 다루는 우란문화재단이사장 최기원의 우란기획전 <율동감각>이 11월 8일부터 29일까지 열렸다. 올해 여러 번 주목된 공예와 공간의 관계 탐구에 대한 전시 중에서도 <율동감각>은 공예품을 보다 ‘한옥’이라는 생활공간의 특징과 결부시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방에서 대청마루, 마당 등 공간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율동감’을 수반하며, 전통 한옥의 기단 단차에서 오는 수직성으로 인해 그 움직임은 더욱 다양해진다.
공간의 변화무쌍한 율동감은 공예품의 형태와 기능에 더해진다. 소재와 쓰임에 충실한 한국 전통 공예품은 단순한 기하학적 조형을 형성하며, 반복되고 교차되는 율동감을 바탕으로 비례미를 형성해왔다. 가령 그릇과 사용자에 맞게 높거나 낮은, 또는 크거나 작은 소반들은 지역에 따라 제각각의 상판과 다리를 지니고 놓여있다. 사방탁자나 책장, 찬탁과 같은 가구 또한 반복적인 사각의 틀이 중첩되어 하나의 수납공간으로 기능한다. 전시장에서는 전통 장인의 길을 걷고 있는 기능보유자와 전승공예 이수자들의 작품과 전통 공예품이 한 자리에서 어우러진다.
<율동감각>에서는 또한 전통 공예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풀어낸 공예품이나 전통건축의 미감을 조형적 원리로 풀어낸 영상·사운드 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됐다. 미닫이창에서 영감을 받은 이현정 작가는 찬탁에 움직일 수 있는 색색깔의 천을 덧댄 ‘색의 변주곡’을 선보였다. 이정혜 디자이너는 벽에 걸어두거나 쌓아두었던 전통 소반처럼 층층이 쌓아서 수납할 수 있는 모듈러 테이블을 제작했다. 이처럼 전통 미감을 재해석한 현대공예가의 작품을 통해 생활영역의 공간이 어떻게 채워지고 구성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공간과 공예를 접목시키는 전시는 늘 여러 가지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쓰임이 담긴 모든 물건과 공예품의 경계에서 때로는 ‘너무 작고 많은’ 작품들을 만나면 관객들은 전시에서 익숙함 또는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전통 공예만을 다룰 때, 현대 사회와의 괴리 속에서 관객들은 자칫 ‘공부해야만’ 알 수 있는 오래된 일상에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부드럽게 가로지르는
<율동감각>은 좌식에서 입식으로 이어지는 공간 구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가구의 쓰임을 잘 보여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