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편성진 도자조형전 2002. 4. 2 ~ 4. 13 경원아트홀
토우와 같이 친근감이 있는 편성진의 도자조형
글/김선태 예원대학교 조형미술학과 교수, 미술비평가
오늘날의 현대도예는 실용과 순수라는 장르의 구분 없이 방향설정을 다각도로 분류해볼 수 있으나 분류자체가 이제는 무의미한 일이다. 실용성과 순수성의 추구라는 이분법적인 편협된 사고의 틀을 깨고 또 다른 도예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시도한 편성진의 이번 전시는 흙 작업을 통한 순수 조형성의 모색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러한 실험적 도예는 회화나 조각처럼 순수 조형미를 나타낼 수 있다는 확신으로 흙을 통한 자유로운 사고의 영역 확장이며, 흙의 새로운 조형언어로 도예의 틀을 부셔버리고 새롭게 탄생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명과 삶을 좀더 적극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표현인 것이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그의 이전 작품을 상기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서정적 색깔의 비교적 커다란 작업을 해왔던데 반해서 그의 이번 작품은 팝 아트적인 대중적인 요소가 다분하게 내재되어 있다. 팝 아트적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요소가 일상적인 오브제와 결합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다소 딱딱하고 획일화된 산업사회의 일면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는 이러한 점을 유머스러운 다양한 제스처의 개구리를 등장시킴으로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해 나간다.
그렇다, 그의 작업은 ‘독특하다’, ‘친근하다’, ‘해학적이다’ 하는 말들이 참으로 어울린다. 또한 웃음 뒤에서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화현상으로 소비문화를 항변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이 감상자에게 친근감을 유발시키는 것은 바로 신라시대의 토우를 대하는 것과 같은 해학의 미를 담보로 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토우와 조선시대의 민화적 표현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
토우나 민화는 소박주의적 표현과 가식 없는 자유로운 표현, 무기교의 기교, 그리고 해학미가 특징이라면 이러한 요소를 고스란히 편성진의 작품에서도 간추릴 수 있는 것이다. 유달리 한국적인 소재를 작품의 표현에 응용하고자 추구하는 작가는 서로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비밀스러운 오브제의 나열을 통해 3층 석탑이 갖고 있는 안정된 조형미까지도 감상자에게 상기시킨다. “좋아하는 작업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작품을 보는 사람도 즐거워하고 좋아할 수 있다면 작가로서 만족한다.” 라고 말하는 그는 시류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지키며 작업을 진행시킨다. 예술이 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때, 편성진의 작품에 담겨있는 의미를 그 나름대로 감지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