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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0월호 | 작가 리뷰 ]

심천 김종필
  • 편집부
  • 등록 2017-04-13 10:06:38
  • 수정 2017-04-13 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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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곽수경

대학 입학 오리엔테이션 전공 소개 시간 때였다. 흙투성이 작업복 차림의 선배가 던진 “한가지 일에 미치도록 빠져들고 싶다면 흙을 만져보라”는 한마디에 김종필 도예가의 흙작업 인생은 시작됐다. 흙에 미쳐있던 25년의 시간이 지나 한번 몸에 배면 바뀌기 어려운 어릴 적 습관처럼 흙은 그의 인생 일부가 됐고, 이제 그는 일생일완一生一碗의 마음으로 찻사발을 빚는다.

「웅천 입학 찻사발」12.9×8.2cm,상주백토+조합토, 2014,40만원

경상북도 문경에서의 시작
태백산맥에서 뻗어 나온 지맥이 험준한 산악지대를 이루고 있는 경상북도 문경은 화목火木을 비롯해 도자기의 원료인 질 좋은 태토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요장과 가마, 그리고 전통 찻사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은 지역이다. 찻사발을 주 종목으로 작업하는 도예가 김종필 역시 문경에서 요장을 운영하고 있다. 철없고 아무것도 몰랐던 학부 시절부터 관문요觀聞窯의 대표인 지금까지, 도예가란 이름으로 삶을 살면서 자신이 꾸준히 작업하고 싶은 단 하나의 종목을 만났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의 강렬한 끌림은 찻사발이였다. 학부생이였던 21살 방학 때마다 문경에 위치한 선배 작업장에 내려와 작업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찻사발에 매료된 된 그는 전통적인 찻사발을 배우기 위해 원로 도예가 도천 천한봉 선생을 찾아갔다. “본격적으로 사발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 찻사발의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스승님이 꼭 필요했습니다. 사발은 혼자 연습한다고 해서 되는 그릇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문경요聞慶窯에 무작정 찾아가 우선 가마 짓는 일을 도와드렸습니다. 그때 천한봉 선생께서 며칠 동안 저를 지켜보시고, 재빠르고 일 잘한다며 수하로 받아주셨어요. 다음날 바로 배낭 하나 들쳐 매고 들어가서 4년 동안 스승님의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녔습니다.” 천한봉 선생은 지금까지 그의 도예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스승이다. 4여 년의 시간 동안 스승의 그늘 밑에서 물레를 돌리고 습작을 거듭하며 그릇을 빚고, 선생의 작업을 도우며 작업의 노하우를 익혔다. “선생님께서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매시간 일정을 정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작업을 시작하셨는데, 그 당시 젊고 생활 패턴이 달랐던 저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을 다 마친 후에 제 작업을 틈틈이 해 작업 방식, 유약제조 비율, 가마재임 방법들을 터득했습니다.”

관문요觀聞窯의 작품 전시공간

전통 찻사발에 다가가는 길
김종필은 처음 사발을 배울 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모든 사발을 섭렵했다. 사발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익히며 전통을 답습했는데, 어떠한 학문이든 전통을 익혀야 그다음 자신의 색을 낼 수 있다는 지론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 분청기법 위주의 찻사발 작업을 한다. 다양한 흙으로 1~2회 분장하는데 원토原土의 색감과 분장 흙의 색감을 적절히 매치시키고, 흙만이 가진 고유의 특성과 불의 우연한 효과를 합쳐 도기의 표면을 극대화시킨다. 태토는 원료를 3년 이상 숙성시켜 3~4가지 흙을 조합해 사용하는데, 장작가마의 특성상 기후변화와 원료 등 재임 위치에 따라 불량률이 높지만 안정된 형태나 색감보다는 예상외의 변화와 색감이 나오도록 의도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유약은 장석질 사토와 사과나무재, 콩깍지를 태운 재, 북극의 흙(지인으로부터 얻은) 등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사용한다. 최근 그는 이동식 망댕이 장작가마를 만들었다. 장소 구애 없이 소량의 작업들을 번조할 수 있고, 워크숍 등 축제장에서 이동 설치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든 장작가마를 이동해서 불을 뗄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흔히 가마는 도자기를 구워내는 도구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가마를 여러 번 축조하다 보니 작품 못지않은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마를 축조하기 위해 재료를 모으는 준비과정을 거치고, 불이 잘 들기 위한 노하우를 익히며, 가마의 전체적인 선과 균형 등등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마를 축조하는 자체가 하나의 행위 예술 같아요. 완성된 가마는 예술작품 못지않은 스케일이 느껴지는데 정말 매력 있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그에게 있어 손의 감각으로 이루어진 흙과의 교감과 불의 만남은 또 하나의 인생이 시작되는 길이다. 그 교감이 즐거웠기에 때로는 좌절하고 피로로 인해 쉬는 날도 있었지만 25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예가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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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내용은 월간도예 본지를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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