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자개 파도무늬 3단 접시」
전통이 아닌 옛것
늦은 시작이지만 누구보다 빠른 열정으로 앞서나가는 도예가 이영희는 반상기와 찻잔 등 우리의 일상 속 가장 가까이 있는 식기들을 만든다. 그릇들은 모두 단정하게 정리됐으나 아름다움을 더하는 장식의 묘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식기를 장식하는 일은 늘 까다롭고 고민스럽다. 식기이기에 장식이 부스러져서도 안 되며 인체에 유해해서도 안 된다.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할 일이 바로 식기를 만드는 일이다. 자신의 그릇이 어떤 이에게 선택돼 어떤 음식이 담길지, 도예가는 그저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 앞에서 지긋이 상상할 뿐이다. 영롱한 무지갯빛으로 수놓은 자개장식, 푸른 청자에 모던하게 어울리는 옻칠, 존재 자체로 화려한 금칠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들로 도자의 얼굴을 꾸민다. 전통을 쫓되, 그 모습은 옛것이 아니다.
“옻칠, 자개 등 예로부터 전해지는 기법들을 사용하지만 저는 아주 모던하게 디자인해보고 싶어요. 유럽이나 해외에서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아주 모던한 그릇이요.”
운명처럼 만난 끝없는 배움의 길
늦은 시작이라 담담하게 고백하는 작가의 얼굴에서는 아직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내비쳤다. 그녀에게 도자란 대체 어떤 이끌림일까. 그녀가 처음 배움으로서의 도예를 접한 건 미국에서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머물렀던 그곳에서 그녀는 산호세의 디안자 컬리지De anza college 도예과를 다닐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놓고 남은 시간 수업을 들으면서 도예의 즐거움에 푹 빠진 그녀는 2년 과정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귀국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도예를 전공으로 발전시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찰나 한국에서 우연히 단국대 도예과 박종훈 교수를 만났다. 이를 인연으로 도예과 연구반에 들어간 그녀는 학부생으로서 본격적인 배움의 길에 들어섰다. 연구반에서부터 학부를 거쳐 대학원까지, 도합 8년이 걸린 만학도의 졸업은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뿌듯한 성과를 거뒀다. 동기들과의 나이 차이라는 벽은 그녀의 노력과 성실로 허물 수 있었다.
“저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작업 끝나면 꼭 마쳐야 하는 청소도 제일 먼저 나섰죠.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동기들과도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하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가갔어요. 나중엔 모두 친해져서 학교생활을 무척 재밌게 했어요. 사실 처음 시작하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동기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또 늦게 시작해 취미로만 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저 스스로도 제일 열심히 했고요.”
졸업 후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배움을 이어갔다. 도자를 하려면 정말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며 애정 섞인 한숨을 내쉬는 그녀는 별도로 붓글씨, 동양화, 그리고 옻칠과 금칠기법 등을 배울 정도로 도자에 접목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관심을 쏟는다. 어릴 때 배운 동양화를 발전시키고자 대학에서 따로 1년 과정 수업을 듣는 등 배움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최근 작업을 시작한 자개기법은 아직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스스로가 꼭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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