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2016 서울공예박람회>
2016.9.22~10.2 DDP 배움터 둘레길, 갤러리 문
DDP 둘레길에 연출된 <생활의 발견>전
생활의 발견 ‘밥그릇’
공예의 존재가치는 일상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데 있다.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며, 끼니마다 밥그릇과 마주한다. 따라서 한국인의 일상이 아름다워지려면 밥그릇이 아름다워야 한다. 2016년 현재 한국인의 밥그릇은 아름다움과 멀다. 식당에서는 ‘스텡 공기’, 집에서는 외국 회사의 ‘깨지지 않는 그릇’을 쓰는 것이 일상이다. 이들 기물의 형태가 어떤 계통 안에 있는 것인지 먹고살기에 바빠 더듬을 여유가 없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영광은 한국인의 일상이 아니다. 박물관에서, 역사 책에서, 텔레비전 다큐에서 가끔 접하는, 이제는 너무 낡아 민족적 자존심을 덧붙이기에도 진부한 유물일 뿐이다. 현재의 일상에서 이어받지 못했으면 전통도 아니다. 밥그릇으로 한국인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Section1 스텡과 식판
‘스텡’ 공기 국가가 밥그릇을 통제하다
지름 11.5cm × 높이 6cm. 국가가 국민의 밥그릇 규격을 정했다. 식당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행정적 처벌을 받아야 했다. 쌀이 부족하니 밥을 덜먹게 하자는 국가의 기획이었다. 마침 ‘스텡의 시대’였다. 녹나지 않고 가벼우며 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 식기는 첨단의 기물이었다. 뚜껑 달린 ‘합’ 모양의 스텡 공기는 순식간에 식당에 번졌다. 식당 입장에서는 밥을 덜 내어 이득인 데다 밥을 미리 담아 보관할 수 있으니 인건비도 줄일 수 있었다.
식판 끼니와 여물 사이
산업사회의 끼니는 매식이다. 자본이 매식의 효율성을 위해 단체급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산업사회의 공적 교육기관인 학교에서도 이 시스템이 받아들여져 단체 급식의 식기로 식판이 주어졌다. 식판의 밥그릇은 네모의 칸으로 존재한다. 밥그릇 없이 판 위에 밥이 올려지고, 국이 부어지며, 찬이 나눠진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식판은 그릇이 아니다. 영어로 tray, 쟁반의 한 종류이다. 쟁반에 밥과 국, 찬을 올려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에 흠집을 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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