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존재, 그리고 기억>
2016.10.7~11.6 여주세계생활도자관 반달미술관 1층 1관
「축배」 잔 5×4×5㎝, 볼 18×18×7㎝
현대를 ‘불안과 위기’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서고금, 그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불안과 위기가 없었던 때를 찾기 힘든 것을 보면 ‘인간의 삶’ 자체가 불안과 위기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삶 뒤에 자연스레 따라붙는 단어가 바로 ‘상실’과 ‘고독’이다. 이 문제는 바로 실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도예가 박인숙의 4번째 개인전 <존재, 그리고 기억>에서는 ‘실존’에 관한 이야기들을 ‘존재’와 ‘기억’이라는 주제와 연결해 작품으로 보여준다. 과거를 회상하듯, 긴 목을 빼고 뒤를 돌아보는 맑은 사슴의 눈망울에 ‘상실’에 대한 고독과 그리움이 맺혀 있다. 어렵고 부족했지만 정情이 있었고, 청결하진 않았지만 사람 냄새가 났던 골목길, 이름 모를 들꽃이 있던 풍경들…….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진솔함이 통했던 추억에 대한 ‘기억’을 빚는다. 「사슴」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실존주의’는 자기를 찾으려는 태도와 실천적 자세를 취한다. 박인숙 작가의 이전 작품 「코끼리와 피에로」는 실존의 내용을 담고 있는 대표 작품이다. 거대한 몸집을 지닌 코끼리를 대담한 선의 형태로 강조했고 그 위에 피에로가 올라타 있다. 인간의 열 배가 넘는 크기의 코끼리가 ‘이성’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지닌 인간에게 정복당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각자의 무대 위에서 진한 분장으로 자신을 가린 채 주어진 대본에 따라 춤추는 피에로에 불과하다는 것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고 자문하는 것이다.
작가는 샤르트르Jean-Paul Sartre의 ‘기투己投 되어 행동하는 존재’에 대한 물음들을 거듭한다. 박인숙이 보여주는 ‘호박’ 시리즈가 그중 하나다. ‘부富’를 상징하는 호박은 인간의 ‘욕망’으로 연결되고, 작가는 금권이 우선시되는 자본주의 사회 속 욕망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자신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한다. 즉, 창조적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자신과 생활 속 자신 사이에서 순간마다 자신이 자신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 문제는 ‘상품인가, 작품인가’라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춤을 추듯 그어대는 선과 붓 터치를 하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면서 작가는 비로소 자신이 ‘존재’함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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