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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월호 | 전시리뷰 ]

신이철복고적 우일신又日新, 사이보그 뮤지엄 프로젝트
  • 편집부
  • 등록 2017-03-20 14: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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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7~10.25 아트파크

<Cyborg-思利寶具> 전시 전경

유기적 형태와 생동하는 빛을 통해 ‘생성生成-소멸消滅-환유換喩’라는 통시적 스펙트럼을 보여준 신이철 작가의 새로운 행보가 시작된다. 이른바 ‘사이보그 뮤지엄 프로젝트Cyborg-Museum Project’. 과거와 미래를 잇는 뮤지엄Museum, 博物館이라는 개념 속에서 종래의 복고를 뛰어넘는 미래적 ‘디스토피아 속 유토피아’를 담아내려는 시도이다.

작가가 지향하는 ‘미래적 복고復古’ 속에는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오늘의 문제의식’이 내재돼 있다. 곧 이어질 거대한 기술혁명 속에서 생명의 근본적 규칙은 변화할 것이고, 예술의 오랜 주제였던 ‘자연과 인간’은 ‘사이보그’와 융합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작가에게 끝은 새로운 시작이자 생生을 향한 유례없는 활력이다. 예술의 원형原形을 간직한 ‘흙+물+불’이라는 재료 속에서 ‘무한無限의 생명’을 좇아온 작가는 도자의 전통과 새로운 시대 미감을 융합시킴으로써 재료가 가진 규율을 깨고 새로운 미감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재료로서의 형식과 가치로서의 내용을 어느 하나 버리지 않고, 도자재료가 펼칠 수 있는 원형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미지의 박제술」, 「이미지 채집놀이」, 「돌연변이 시리즈」 등에서 보여준 변이 종자에 대한 실험은 ‘유기체와 비유기체가 결합한 독립체, 사이보그’ 프로젝트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신이철 작가는 미래적 사이보그의 반대급부로서 ‘전통傳統’, 그 가운데서도 왕실자기였던 「청화백자대호靑華白瓷大壺」를 요청한다. 도자기에 반영된 ´시대미감´을 문양 속에서 읽어냄으로써 어느덧 과거가 되어 버린 ‘상상 속 신화-용’의 존재를 ‘기술적 서사敍事-사이보그’로 대체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갑번자기甲燔磁器(광주일대의 왕실관요에서 제작된 자기)가 사라진 21세기, 전통성에 기반한 새로움을 기술혁신의 상징인 ‘사이보그’로 대체한 것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사이보그의 혁명 뒤에 ‘길가메시의 서사Gilgames project; 인간이 영원히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자리한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이 프로젝트 속에서 ‘사이보그’는 새로운 기회일 수도 끝을 위한 전주곡일 수도 있다. 죽음과 자신의 운명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길가메시와 같이, 신이철 작가는 ‘흙’이라는 원형의 재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안현정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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