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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월호 | 전시토픽 ]

<2015 크로스·오버Cross·Over Ⅳ : 도자십자가>전
  • 편집부
  • 등록 2015-09-03 18:15:25
  • 수정 2018-01-02 17: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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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크로스·오버Cross·Over : 도자십자가>

7.4~7.19 밀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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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오버_Cross Over>전은 십자가라는 오랜 종교 상징을 공통의 표제를 삼아 한국의 도예가들이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전시다. 종교와 예술의 오래된 관계를 인류문화 발전과 궤를 같이 해 온 가장 오래된 미술형식인 도자예술로 새롭게 풀어내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여 작가들은 대부분 평소 종교미술에 매진하던 이들은 아니다.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재료와 방법으로 주체적 개성을 표출하고 우리 시대의 미의식이 요구하는 새로운 도자조형의 언어와 형식을 창출하기 위해 고민해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크로스 오버>전은 단순한 종교미술 형식에서 이탈한 새로운 십자가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표현의 장이며, 동시에 오늘날 세계도자문화의 큰 흐름 속에서 한국 현대도예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재료와 방법, 조형정신을 목격하는 장이다.

참여 작가들은 십자가라는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작가들이 고심해 내놓은 십자가의 이미지와 의미는 모두 다르다. 이처럼 우리가 십자가라는 하나의 단어에서 파생한 다종다양한 십자가를 대면할 수 있는 이유는 도자예술의 표상이 그것을 바로 작가가 대상을 어떻게 보느냐, 또 어떤 재료와 방법으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예가들은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해독한 결과를 직접 몸을 흙과 부비며 형상화하고 최종적으로 불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따라서 우리가 참여 작가 수만큼이나 다종다양한 흙과 불의 십자가를 마주하는 일은 작가들의 독특한 개성과 삶의 태도를 일일이 만나는 일이며 그 가운데서 그와 닮은 우리 모습과 생을 발견하고 반추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자연재의 성질에 순응하고 그와 조화함으로써 형상을 얻는 도자예술을 통해 인간보다 위대한 존재의 섭리와 인간의 태생을 새롭게 재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공예와 예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현대 도자예술의 독특한 지형만큼이나 <크로스 오버_Cross Over>전에는 도자예술의 다양한 표현들을 만날 수 있다. 신앙심이 깊은 작가는 십자가를 예수님의 보혈과 영성의 대상으로 여기는 고전적 시각에서 은혜로운 십자가를 만들어낼 것이다. 어떤 이는 십자가를 종교물이 아닌 우리 생활공간을 바꾸고 마음의 평안을 주는 좋은 공예품으로서 해석하기도 한다. 공예품이 아닌 예술적 표제로서 십자가를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들을 회를 거듭하는 이 전시에서 발견하는 일도 더 이상 생경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종다양한 십자가를 대면하는 목도目睹의 즐거움 이외에 이번 전시의 숨겨진 즐거움 중 하나는 발견發見의 즐거움일터다. 4회째를 맞이하는 만큼 작가 개별이 회마다 생각과 표현을 달리하여 만든 십자가들의 추이를 비교하여 살피는 것도 이번 전시를 들여다보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처럼 타고난 그리고 단련된 재기로 재료를 다루고 형상화하는 작가들의 탁월한 성취를 같은 장소에서 시간차를 두고 목격하는 것은 우선, 한국현대도예의 표현과 지형의 변화를 감지하는 일이며 둘째, 인간 삶 그리고 정신을 위로하는 종교와 예술의 오래된 관계와 접목의 가능성을 세밀하게 따라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중한 의미가 있다. 인류문화사 가운데 끊임없이 삶의 유한有限과 인간의 연약軟弱을 위로하고 질문해온 두 매체-종교와 예술의 오랜 조우를 현대 도자예술의 새로운 방법과 해석으로 새롭게 타진하는 이 전시를 해를 거듭해 들여다보고 기다리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지수_미술학박사, 도예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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