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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9월호 | 작가 리뷰 ]

조현성-유리에 시를 담다
  • 편집부
  • 등록 2014-10-31 16: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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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Cho Hyun Sung 유리에 시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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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종필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교수

 

「오후의 파란하늘blue sky afternoon

현재 조현성 작가는 미국 뉴저지 주에 위치한 위튼 아트 앤 컬쳐 센터Wheaton Arts and Cultural Center 의 미국 유리 창조 센터Creative Glass Center of America 에서 거주 작가로써 작업하고 있다. 남부 뉴저지는 미국 산업유리의 기점으로 미국내 유리산업에 있어 아주 유서가 깊은 장소이다. 작가가 작업하고 있는 윗튼 아트Wheaton Arts에는 유리 센터 외에도 갤러리와 미국 유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국 유리 박물관Museum of American Glass도 함께 위치하고 있다.

조현성 작가는 남서울 대학교에서 유리를 처음 접한 후 유리 블로잉 기법에 매료돼 학부생활의 많은 시간을 블로잉 스튜디오에서 보냈다. 2002년 학부를 졸업 한 후에 국민대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유리 블로잉 기법을 이용한 여러 작업들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중 연어의 귀소본능을 인간의 삶에 빗대어 묘사한 그의 논문 작품은 제5회 익산 한국공예대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되었고, 같은 해에 한국공예가협회에서 선정한 제31회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혀성은 대학원 졸업 후 유리 블로잉 스튜디오를 열어 작업하던 중 유리예술분야에서 많은 작가층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에서 스스로를 더욱 연마 할 필요성을 느껴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미국 중부 일리노이주 남부에 위치한 서던 일리노이 대학교 카번데일 캠퍼스Southern Illinois University Carbondale에서 두번째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언어와 문화적 장벽 외에도 전공분야에서 부족한 지식으로 인한 여러 가지 고충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현성 작가는 방학이 되면 필척 글래스 스쿨Pilchuck Glass School이나 코닝유리박물관 Corning Museum of Glass과 같은 유리 전문 교육기관에 장학금을 신청해서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 이러한 조현성 작가의 작업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은 그의 작업을 보다 더 잘 다듬어 주었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09년에 미국의 스튜번 유리Steuben Glass 주체로 열린 국제 유리 공모전 <BIGG: Breakthrough Ideas in Global Glass>에서 세계 여러나라의 젊은 유리 작가들 중에서 당당히 Best in Show로 당선되기도 하였다. 또한 20010년에는 클리브랜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Cleveland Institute of Art에서 방문작가로 초대 되어 작품 시연 및 강연을 하였고, 크라이슬러 예술 박물관Chrysler Museum of Art의 유리 스튜디오 오픈닝 초대 작가로 선정돼 작품 시연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는 2010년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한 조현성 작가는 미국 현대 유리의 거장 행크 아담스Hank Adams의 눈에 띄어 지금의 위튼 아트 앤 컬쳐 센터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박물관을 방문한 관객들에게 유리 블로잉 시연과 작품 디자인, 스튜디오 관리를 하고 있으며, 미국 유리 컬렉터들이 주관하는 연례 예술행사인 ‘글래스 위크앤드Glass weekend’와 올해 열린 ‘스튜디오 무브먼트 50주년’ 행사에 초대된 방문 작가들과 작업을 도모하며, 다양하고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또한 위튼 아트의 유리 스튜디오 디렉터로 활동하는 행크 아담스Hank Adams의 작품 제작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제작시연. 클리브랜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Cleveland Institute of Art

 

제작시연. 크라이슬러 예술 박물관Chrysler Museum of Art

조현성 작가의 작업은 대부분 유리 블로잉 기법Blowing과 에나멜링 기법Enameling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그의 작업은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에 걸려서 완성된다. 유리 블로잉 작업은 먼저 바탕색을 입힐 작은 컵을 만들고 그 컵에 고화도의 유리 에나멜을 이용해 기본 바탕색을 칠한다. 에나멜이 건조되면 채색된 컵을 유리가마에 다시 넣고 서서히 열을 가해 온도를 올려준 후, 유리 블로잉 파이프 끝에 바탕색이 채색된 유리컵을 붙여서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한다. 유리 블로잉으로 완성된 유리는 여러 차례의 소성을 통해서 이미지가 표면에 용융되어 안착 되는데, 먼저 펜촉을 이용해 얇은 선을 그어가며 이미지의 윤곽을 완성한 후에 여러 차례 붓이나 스펀지를 이용해 명암을 완성한다. 유리는 종이와 달리 물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번 덫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하나의 단계가 끝날 때 마다 가마에서 소성해 에나멜을 안착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색을 입히는 순서를 정하는 것 또한 작품 완성시간을 단축시키는 아주 중요한 작업 과정 중 하나이다.

작가의 작업공간

 

조현성작가의 심미적 관심사는 자신 인생 여정에 대한 기록을 유리라는 물질에 담아내는 것이다. 그 여정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경험의 공감 그리고 그것을 통한 교류를 원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의 미국에서의 시골생활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각하기에 충분한 여건이었다.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대도시가 유명한 미국을 보며 자란 작가는 미국에 가기 전 미국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도착한 카번데일Carbondale은 미국 일리노이주 남부의 작은 대학 도시였다. 작가는 그곳에서 느꼈었던 고향에 대한 향수에서 새로운 작업의 아이디어를 찾았다. 유학초기시절, 미국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들 속에는 여러가지 도시의 표정들이 그려진다. 교통체증, 자동차, 신호등, 건물들 그리고 사람들 등.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도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본인 스스로의 기억속의 장소로 이동되어 간다. 때로는 여행을 했던 곳 또는 지금 그가 살고 있는 공간으로 그의 시선이 점점 옮겨 가고 있다. 지난해 가졌던 그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인카운터Encounter>라는 주제로 작업을 선보였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또는 매일 지나치며 마주치는 이미지들을 작업 속에 담아내었다고 한다. 자주 걷던 필라델피아의 어느 거리에서 항상 보던 길에 매여져있는 노란 자전거, 또는 거리의 소화전들처럼 그가 의도 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에 작가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것들에 대한 표현이었다. 그의 작업들 중에서 「리어뷰 미러Rearview mirror」시리즈는 그가 지나온 곳에 대한 잔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자가용으로 이동이 많은 미국의 생활은 그에게 또 다른 공간을 보여 주었다. 자동차라는 공간에서 바로 전에 지난온 길을 보여주는 「리어뷰 미러Rearview mirror」는 그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거울 속 이미지에는 특별하거나 의미있는 무언가가 그려져 있지는 않다. 너무나 일상 적이고 평범한 거리의 전선이나 전봇대 가로등 같은 것들이 주로 그려져 있다. 특별하지 않은 모습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인생 또는 모든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다. 누구나 운전하며 볼 수 있는 의미 없이 지나온 길에 대한 희미한 기억을 끌어냄으로써 작가는 보는 사람과의 공감대를 끌어내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시간은 지나가고 어느 순간 지나온 과거에 대한 의도되지 않은 잔상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작업은 때때로 시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오후의 파란하늘」, 「비온 후 거리에서」, 「이른 아침」, 「안개 낀 아침」, 「온타리오 거리의 소화전」, 「오후 5시 30분」, 「필버트 거리의 노란 자전거」 등. 그의 작품 제목들은 마치 시를 읽은 후의 느낌과 같은 무언가 여운을 남긴다.

「온타리오 거리의 소화전Fire hydrant at the Ontario Street

「안개낀 아침A misty morning

조현성 작가는 올해 9월 플로리다주의 템파에서 있을 2인전 준비로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이번 초대전에서는 전시뿐만 아니라 유리 블로잉 데모스트레이션과 현대미술관Museum of Fine Art에서의 강연도 계획되어져 있다. 전세계가 유난히도 습하고, 더운 이번 여름. 작가 조현성은 어느해 보다도 바쁘게 뜨거운 유리 용해로 앞에서 또다시 유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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