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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월호 | 작가 리뷰 ]

권오훈-사유에서 도전으로
  • 편집부
  • 등록 2014-03-12 18:17:37
  • 수정 2014-03-12 18: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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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훈 Kwon Oh Hoon

사유에서 도전으로

 

|우관호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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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권오훈의 작품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모듈에 의한 방식modualarity과 연속적 방식seriality의 수학적 구조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얇은 판들을 켜켜이 쌓아나가면서 전후로 반복되는 미묘한 요철을 만들어 기본형을 구축하고 다시 동적인 기하학형을 얹어 새로운 일루젼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다.” 라고 읽어 낸 바 있다.

2012년의 개인전에서 미술이론가 이봉순은 움베르토 보치오니의 형식에 비추어 “선형 구조는 실재공간에서 현실적인 움직임을 수반하기 보다는 빛과 선에 의한 시각적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라고 집약시켰다. 양자를 엮어 보면 권오훈의 작품은 기하학적 형식을 갖춘 절제된 조형과 빛에 의한 일루젼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작가는 단호하게 우주공간의 이미지 즉, 행성 궤도, 블랙 홀 등의 제목이 시사하는 것과 같이 과학적 관점의 수많은 항성, 행성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조형화하였다고 한다. 또한 높은 질량으로 행성 및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천체 즉 블랙홀과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공간들을 감성적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평소 말을 아끼는 작가가 이와 같은 제작노트를 공개하는 것은 그 동안의 작품들이 가진 기하학적 조형에 함의되어 있는 오랜 제작경험과 삶에 대한 사유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몇 점의 연작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다지 두껍지 않은 육면체를 외형으로 하고 있으나 중심을 파고 들어가는 타원의 궤적들과 열려진 공간은 ‘상상하기 어려운 공간’에 대한 과학적 수용의 결과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삶의 어떤 부분 또는 삶에 대한 사유적 이미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전시 작품도 권오훈 특유의 한결같은 제작 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그 동안의 것들과 비교하면 내부의 조형에 집중하고 있음이 두드러진다. 앞서 말 한 내용적 해석은 차치하고 내부의 조형이 가지고 있는 사뭇 경이로운 기술의 구현 또한 괄목할 만하다. 흙은 수축한다. 따라서 재료의 물리적 속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하지 않으면 안되는 노작들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평면위에 타원을 그리거나 철이나 돌을 소재로 깍아 만드는 제작방식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수분이 많은 흙을 사용하여 기하학적 입체를 만드는 것은 과정 그 자체가 도전이다. 하나의 타원 궤적을 위해 다섯 장의 석고판이 필요하며 조금씩 어긋나게 겹쳐진 14겹의 궤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모두 70장의 섬세한 석고판이 있어야 한다. 내부 공간을 위한 70장의 석고판과 외부를 위한 틀이 준비되면 슬립을 붓고 따라내는 통상적인 제작방법이 진행된다. 이후 작가는 슬립이 굳어가는 시간을 읽어내어 석고판을 분리하여 완성시킨다. 그러나 석고판을 걷어내는 과정 또한 녹록하지 않다. 1mm에 못미치는 얇은 두께의 흙은 순식간에 건조되어 내부의 석고판을 물게 되며 조금 시간이 지나면 건조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게 된다. 따라서 매 순간 집중하고 긴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허버트 리드가 역설한 도예의 근본적 추상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물레에서 만들어지는 좌우대칭의 기하학적 추상. 그러나 그것은 추상예술이 가진 미적 범주에서 슬쩍 밀쳐져 일상의 사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은 그것이 가진 조형적 매력을 탐구하는 한편 낯설고 관념적이거나 때로는 서사성을 표방하는 조형을 탐닉하고 있으며 그러한 행동들이 마치 진보적이고 전위적인 노력으로 간주될 때도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행동과 결과물이 현대미술의 다양성 속에서 나름대로의 자리매김을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처구니없는 자기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간과할 수 없다.

권오훈의 작품은 작지만 깔끔하고 이성적이다. 어디에 두어도 단정한 잘 기른 난초 한포기와 같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그저 감탄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그것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까다롭고 지루한 과정과 노력 그리고 치밀함이 담보되어야 하는지. 또한 허버트 리드에 의해 정의된 도예의 추상성과는 다른 추상성을 위한 도전적 양식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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