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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월호 | 작가 리뷰 ]

박소영-여행으로 빚어낸 하얀 집
  • 편집부
  • 등록 2014-03-11 18:20:21
  • 수정 2014-03-11 18: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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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Park Soh Young

여행으로 빚어낸 하얀 집

│김성희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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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00)은 집을 주제로 한 조형물을 제작한다. 지난 시간동안 경험했던 생활, 사람들, 색다른 풍경들을 페이퍼클레이 기법을 이용해 백자작업으로 풀어낸다. 작품을 보면 마치 설원 위에 지어진 집들처럼 신비롭고 얇은 흰 도화지를 잘라 만든 듯해 보는 이로부터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독특한 그의 작업을 만나보기 위해 현재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천 분원의 BI센터를 찾았다.

 

 

 

베네치아의 집을 흙으로 빚다

박소영은 대구예술대 도자디자인과를 졸업 후 2002년 이태리 파엔자 국립도예학교에 입학, 8년간 해외에서 흙작업을 해왔다. 당시 이탈리아 내에서 도예작가로 유명한 지오반니 치마티Giovanni Cimatti 교수의 어시스턴트로 지내며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남는 시간에는 틈틈이 여행을 다니며 작업에 대한 영감을 떠올렸다.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던 중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독특한 유럽의 건축 양식이었다. 그중 이태리 북부 항구도시인 베네치아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작업실로 돌아와 처음으로 그 지역의 풍경을 흙작업으로 풀어냈다. 집에 대한 단순했던 호기심은 시간이 흐르면서 확대됐고 여행지뿐만이 아닌 작업실 주변 집과 마을의 형태까지 모두 작업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아마도 외국에 머물다보니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리워 무의식적으로 집이란 소재가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말한다.

시간이 흘러 파엔자 국립도예학교를 졸업하게 된 그는 무얼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한국에 돌아가야 할지, 남아서 공부를 더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런 와중에 지오반니 치마티 교수는 이태리 중부 토스카나 지역의 국제도예학교를 그에게 소개했고 마침 비어있는 조교 자리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었다. 이태리에 머물 수 있게 된 그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토스카나 국제도예학교는 Jane Perryman, Gabriele Koch, Josh Deweese, Walter Keeler와 같은 해외의 유명 도예작가들이 참가하는 국제워크숍이 매년 펼쳐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워크숍에서 유명작가들 스텝으로 작업을 도왔고 이를 통해 흙작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유명작가들이 자주 방문하는 만큼 유럽 내의 여러 큐레이터들 또한 학교에 자주 찾아왔다. 작품을 홍보하고 싶었던 그는 노르웨이에서 찾아온 큐레이터의 눈에 띄었다. 그의 작품이 마음에 든 큐레이터는 곧바로 개인전에 대한 제의를 해왔고 그렇게 노르웨이에서 첫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첫 개인전 후 본격적으로 작업에 임하고 싶었던 그는 학교 조교일을 그만두고 파엔자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는 지역의 도예공방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기법들을 공부했고, 유럽의 크고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도자축제에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렇게 이태리에 머물며 총 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2011년 클레아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자신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자 국내에서의 첫 번째 전시를 선보였다.

 

 

페이퍼클레이 기법으로 완성되는 작업

박소영은 흙작업을 진행하기 전 먼저 제작하고자 하는 집들을 드로잉으로 그려낸다. 주로 그간 여행지에서 봐 왔던 집들과 주변의 마을들, 또는 상상 속 건물들의 형태를 스케치한다. 독특한 발상의 전환과 집의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되도록 정성을 기울여 그림을 그린다. 점과 선을 이용해 집과 집들을 연결하고 색감을 입혀 완성한 그림은 마치 밤하늘 별자리를 보는 것 같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드로잉이 완성되면 흙작업이 시작되는데 소지는 주로 백토를 사용, 휴지나 종이를 섞어 페이퍼클레이를 직접 제조해 작품을 제작한다. 독특한 것은 국내 백토와 함께 독일에서 산업용도로 개발된 포셀린 페이퍼를 구입해 함께 사용한다는 점. 국내 백토는 점성과 강도가 약한 편이라 성형 상에서의 실패율을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 포셀린페이퍼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성형을 위해 조합된 백토는 얇게 펴서 건조시키고 흙판으로 만들어낸다. 이후 작업용 칼을 이용해 필요 없는 부위를 잘라내고 휘어내 원하는 형태의 집을 제작한다.

가마번조는 보통 1280도의 고온에서 무유로 진행된다. 기물이 너무 얇은 탓에 간혹 멋대로 변형돼 버리기도 있지만 꼼꼼한 작업으로 이뤄진 탓에 대부분 본래의 모습을 갖추고 완성된다. 가마에서 나온 작품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설치작업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조립식 모빌과 벽걸이 작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흙으로 쓰는 시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 새로운 풍경이나 사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그의 작품들은 비슷한듯 하지만 다르다. 각 여행지에서 느낀 마을의 모습이 항상 다르듯 그의 작품 또한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기억으로 제작된다. 그의 작품을 대하는 관조자는 작가의 그런 경험과 변화를 함께 보고 느낄 수 있음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정체성에 대해 의아함을 품기도 한다. 또한 독특한 성형기법으로 제작된 만큼 대부분 작품을 신기하게 바라조기도 한다. 때론 이런 관심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 누가 관심을 갖고 자신의 작품을 지켜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박소영은 올해 11월,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ARTC Company 갤러리에서 자신의 여덟 번째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집을 테마로 한 드로잉과 소품들을 접목한 설치작업을 구상중이다. 또한 전시를 비롯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홍콩아시아아트페어, 공예트렌드페어 등 올 가을, 겨울에만 세 개의 굵직한 행사에 참여한다. 바쁜 일정이지만 즐겁기만 하다. ‘도예가는 흙 위에 시를 쓰는 사람이다’라는 지오반니 치마티 교수의 조언처럼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쉴 틈이 없다. 이를 위해 앞으로 열심히 흙작업에 매진해 대중과의 소통에 대한 기회를 만들고자 하겠다는 박소영 작가. 집의 소중함과 함께 자신의 작업을 발견하게 해준 베네치아에서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한번 흙으로 시를 써 보이겠다는 그의 다음 전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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