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윤
Lee Hwa Yoon
일상의 사물이 만들어낸 이미지
|김성희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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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윤(34)은 일상의 공간에서 매순간 인상적인 사물이나 풍경을 관찰한다.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물건들,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풍경 등 그 이미지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수집하고 해체하고 사유를 더해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 시킨다. 오감으로 받아들인 이미지들의 변화과정은 그에게 있어 마치 놀이와도 같고, 형태 언어로 써내려간 일기이며 생활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기하학적 도자조형물
지난 6월 서울시 논현동에 위치한 웅갤러리에서 <Drawing in the space- 공간에 그리다>를 주제로 한 이화윤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하학 형태의 도자조형물들이 벽면과 바닥에 설치돼 있다. 작품에는 제목이 따로 달려있지도 설명이 붙어 있지도 않아 관람자의 궁금증을 더욱 유발한다. 둥근 원형 조형물에는 길쭉한 기둥이 튀어나와 있고 홈이 파여져 있으며 빙글빙글 미로가 새겨져 있다. 마치 글자와 조립식 퍼즐 등 다양한 형태를 연상시킨다. 또한 흑색, 회색, 백색으로만 이뤄진 무채색의 색감은 관람객들을 흑백 TV 속으로 초대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제작한 이런 기하학적 형태의 조형물들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들이다. 공장과 굴뚝, 도로 위 차선, 흔한 상가간판들, 아파트 창문, 조립 나사 등 다양한 사물들이 그의 상상력과 손을 거치며 단순하고 색다르게 표현되고 완성된다.
작품제작은 가장먼저 주제가 되는 사물에 비친 빛과 그림자에서 시작한다. 대상을 가장 단순하게 바라보기 위함이며 다양한 상상력을 통해 이를 드로잉한다. 다시 몇 번의 반복된 스케치를 통해 최종형태로 그려낸 후 어디에 사용될 지, 혹은 어떻게 쓰여질 지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인전이 열린다면 전시될 공간의 크기와 넓이는 어떠한지, 조명밝기는 잘 맞는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사용될 소지는 백자토와 조형토, 흑토가 있는데 백자토의 활용도가 가장 높다. 크림상태로 풀어서 사용하는 백자토는 적정비율의 신문지 종이죽과 혼합돼 페이퍼 백자로 만들어진다. 페이퍼는 성형 시 수분조절에 용이하고 그 형태를 견고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핀칭과 코일링으로 작업이 진행되며 일부는 검정색 화장토로 색감이 입혀진다. 모든 작업은 무유번조로 이뤄지며 다이아몬드 블록과 글라인더를 사용해 부분연마를 진행한 후 최종 완성된다.
독일 유학 시 사용한 재료 수급에 어려움 겪어
이화윤의 작품은 과거 독일 유학 당시 오랜 고민 끝에 얻어낸 작업 결과물이다. 건국대학교 공예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코블렌츠 응용과학대학 예술도자유리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자신만의 작업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심도 있는 작업을 위해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늘 드로잉북을 지니고 다녔다. 또한 작업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독일 내에서 발색이 좋은 양질의 백자토를 스스로 구입, 다소 까다로운 본인만의 형태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섬세한 코일링, 핀칭 등을 이용한 핸드빌딩작업이 가능했고 소지 덕분에 가마 번조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 또한 줄일 수 있었다.
대학원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작업을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판매하는 소지가 문제였다. 독일에서 사용한 백자토와 달리 한국의 백자토는 강도가 약해 세밀한 작업이 힘들었고 가마번조 시 쉽게 휘고 부서지기 일쑤였다. 어쩔 수 없이 독일에서 직접 백자토를 수입해 사용했고 이마저도 힘들어지자 페이퍼를 섞은 백자토를 직접 제조해 사용하게 됐다. 2010년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이즈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을 선보였다. 주변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작품의 형태가 너무 이국적이라는 평가 또한 잇따랐다. 그는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 유학 시절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작업이 너무 한국적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기는 하지만 아마도 제 작업이 두 나라에서의 경험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움이 아닌 더욱 발전된 변화로 선보일 세 번째 개인전
지난 2010년 독일에서 돌아온 이화윤은 현재, 경기도 이천시 율면 소재, 작은 마을에서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며 단국대학교 도자조형디자인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작업실 공간은 개조되지 않은 집안의 방 한 칸과 옆에 딸려있는 창고(가마실)가 전부지만 작업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그는 다음 전시를 구상 중이다. 구체적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생활그릇’전을 계획하고 있다. 도예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집중해 보고 싶은 아이템이라 서다. 주된 도자조형작업은 지금까지 해온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주제를 더욱 명확하고 심화시킬 수 있는 사물들을 찾아 자신의 작업에 접목, 조금 더 몰두 하고 싶을 뿐이다.
그의 작업방향은 또 다른 새로움이 아닌 발전된 변화와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늘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사물을 연구한다.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작업이 그가 원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주제보다는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작가 이화윤.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