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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월호 | 뉴스단신 ]

라꾸
  • 편집부
  • 등록 2013-07-03 10:03:22
  • 수정 2013-07-03 10: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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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서국진의 유약이야기 ⅩⅩⅩⅪ

라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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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꾸야끼樂燒, 락소, raku firing는 사질점토沙質粘土로 성형된 기물에 납 산화물과 같은 저화도용 융제融劑, flux가 다량 함유된 유를 바른 다음 시유된 기물을 예열된 가마에 넣고 단 시간에 번조하는 도자의 기법을 말한다. 이러한 라꾸는 번조의 각 과정들이 퍼포먼스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도자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라꾸의 시조始祖 조지로長次郞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저택 주리꾸다이聚樂第, 취락제. 즐거움과 행복이 모여드는 대 저택, 행복이 가득한 집의 축조에 기와를 납품하던 조선인 아버지飴屋,아메야와 일본인 어머니貞林, 데이린, 비구니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업을 이어받은 조지로는 센리뀨千利休와 교류하게 되면서 히데요시의 저택 안에 주라꾸야끼聚樂燒,취락소라는 가마를 만들었고 여기에서 최초의 라꾸 다완이 탄생하게 되었다.

당시 일본의 다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선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행위를 음다飮茶라 하지 않고 도를 행하는 의식이라 하여 다도茶道라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선종적 철학이념禪宗的 哲學理念을 바탕으로 선을 수행하는 과정으로써의 찻그릇茶碗의 의미는 밥그릇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차를 마시는 그릇은 이성적으로 디자인된 실용적인 그릇 보다는 다소 불편함이 있다고 해도 선적禪的영감이 내재해 있는 최상의 것, 최고의 것을 선호하게 되었을 것이다. 일본 다도의 미적 중심은 와비わび, wabi와 시부이渋い,しぶい, shibui의 개념이다.

와비가 금욕禁慾, 무상無想, 고독孤獨, 고요古謠, 검소儉素, 소박素朴 등 무형적無形的이고 관념적觀念的인 개념이라면 시부이는 와비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나 물리적이거나 실제적인 면이 강한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시부이는 시각적 측면이 강한 미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시부이의 대표적인 예는 일본의 정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원의 마당을 대나무 빗자루로 쓸어내는데 아무렇게나 쓸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패턴을 만들어 내고 그 위에 자그마한 돌맹이 한두 개를 올려놓거나, 가을이라면 낙엽을 몇 잎 놓아서 정돈된 가운데 흐트러짐을 즐기는 그러한 여유, 그것이 시부이라고 한다면 한국 사람으로서 일본의 미적 정서를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한편 조지로는 센리뀨의 지도, 감독 하에서 센리뀨가 필요로 하는 다완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특이하게 다완에 당삼채唐三彩의 기술을 도입하는데 그것이 조지로의 생각인지 센리뀨의 발상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조지로가 활동하던 16세기는 중국의 명대明代이지만 명대라고 해서 삼채는 소멸하고 오채五彩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채 역시 삼채를 기반으로 발전한 것이고 명대에도 삼채가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경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지로의 이채과문평발二彩瓜文平鉢은 사질이 많은 점토로 성형된 접시에 삼채의 녹유綠釉가 시유되어 있는 좋은 예이다.

 

센리뀨가 조지로에게 라꾸 다완을 만들게 한 것은 고려 다완(당시 조선사발을 통칭함)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은 다도를 통한 선 수행으로 다인의 수가 급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라꾸는 다도에 의해 발생하게 되었고 조지로 사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지로의 공을 인정하여 제자 다나까 소게이田中宗慶에게 주라구야끼의 락 자를 딴 락금인樂金印을 하사했는데 그후 그 ‘락’ 도장을 가업의 상징으로 삼고 계승하여 지금도 라꾸야끼樂燒로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조지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로는 사자연와獅子煉瓦의 명문銘文이 있는데 “天正二 春 依 命 長次郞 造之(천정이 춘 의 명 장차랑 조지)”라고 조지로의 이름과 연호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천정 2년 즉 1574년 봄에 상급자의 명령에 의해 조지로가 만들었다는 뜻이며 만들어진 제품이 기와이기 때문에 조지로는 라꾸 다완을 만들기 이전에는 가업을 이어받은 기와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라꾸는 16세기 일본에서 조선인 기와공 조지로와 센리뀨 그리고 초대初代 조지로로부터 15대 라꾸기치자에몽樂吉左衛門에 이르기 까지 라꾸의 명가名家로써 약 4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라꾸기법이 서구에 전해진 것은 1900년대 초반 영국사람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에 의해서이고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 안젤로 가르지오안젤로 가죠,Angelo Garzio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1911년경 일본에 살았던(1911년~1920년) 버나드 리치는 우연한 기회에 라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대단히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열된 가마에 두껍게 시유된 주전자를 넣은 다음 약 한 시간 반 후에 가마에서 주전자를 꺼내어 식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급랭에도 깨지지 않는 도자기’ 이 경험은 화가인 버나드 리치를 도예가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버나드 리치는 도자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또한 동경에서 일본의 위대한 도예가이자 다인인 오가따겐잔尾形乾山, 1663~1743의 6대손에게 라꾸를 배운 후 겐잔 7대의 칭호를 받고 영국으로 돌아가서 1920년부터 1930년 사이 영국에서 라꾸 작업을 했으며 1940년에는 『A Potter´s Book』을 출간함으로써 라꾸를 서구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이 책에 의해 1940년대 미국에서는 동양의 도자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러한 버나드 리치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미국에서는 라꾸 기법의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도예가들이 나오게 된다. 그들은 워렌 길버슨Warren Gilbertson, 폴 솔드너Paul Soldner, 핼 리거Hal Riegger들이었다.

워랜 길버슨은 1938년부터 1940년 사이에 일본에서 라꾸를 배우고 1941년 시카고예술학회Art Institute of Chicago와 1942년 미국요업협회American Ceramic Society의 연차 총회의 보고서에 라꾸의 공정, 유약, 장식, 가마의 형태 등에 관하여 발표하였으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미국 라꾸의 대중화에 기여한 도예가는 폴 솔드너와 핼 리거이다. 폴 솔드너는 1960년경 버나드 리치의 『A Potter´s Book』에 수록된 정보만으로 라꾸 작업을 하던 중 낙엽 위에 올려진 작품에 그을음이 스며들게 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도자기물에 그을음이 스며들게 하는 기법을 ‘postfiring reduction’이라고 했고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라꾸 번조의 과정을 ‘연을 먹이다’ 또는 ‘꺼먹이 번조’라 칭하고 있다.

핼 리거는 폴 솔드너 보다 앞선 1948년부터 라꾸 번조를 계속하다가 1958년 Haystack Mountain School of carft(Haystack Mountain 공예학교)에서 라꾸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폴 솔드너와 무관하게 postfiring reduction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같은 시기에 장 그리피스진 그리피스, Jean Griffth와 워싱턴 대학교 대학원 학생들도 버나드 리치의 영향으로 라꾸 파티와 데몬스트레이션을 하면서 postfiring reduction도 활용하였으나 그것이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몰랐다.

한편 폴 솔드너가 1970년대 초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그을음이 스미게 하는 방법이 일본의 전통 라꾸 방식에는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웨인 힉비Wayne Higby, 데이빗 미들브룩David Middlebrook, 안젤로 가르지오Angelo Garzio, 짐 룸벅Jim Romberg, 릭 허쉬Rich Hirsch 등 도예가들은 라꾸의 다양한 기법 개발과 일본 전통 라꾸 방식에는 없었던 postfiring reduction기법을 더욱 발전시켜 미국식 라꾸 기법을 정착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 현대도예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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