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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월호 | 특집 ]

건축도자 아상블라주Assemblage의 새로운 가능성
  • 편집부
  • 등록 2013-07-03 09: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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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도자 아상블라주Assemblage의 새로운 가능성

건축도자 아상블라주Assemblage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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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레이터

 

프롤로그

 

문명이 점차 발달되면서, 그 산업화의 영향으로 ‘흙’ 대신에 철근, 시멘트, 콘크리트, 플라스틱 등 다양한 기타 재료들이 흙의 영역을 잠식하고 대체하게 되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회색도시로 변모되어 가고 있고, 인간의 정서도 마천루摩天樓 숲 속에서 점차 메마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인류의 역사와 시초를 함께 하는 흙의 필요성이 다시 화두로 대두되고 있고, 자연과의 조화를 모색하는, 인공미가 절제된 ‘자연으로의 회귀’ 현상이 사회 내부에서 발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주변의 공공시설물이나 아파트 벽면, 가로 구조물, 지하철 역 등의 건축물에 범용되는 견고하고 내구성 강한 석재가 매연이나 산성비 등으로 인해 오염되고 부식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면서, 기능적으로 석재를 대신하고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색이 들어간 ‘흙’으로 만들어진 건축도자의 사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두로 시작한 ‘건축도자’ 활용도에 대한 언급은 기실 건축물에 적용하는 도자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능적인 용어로 해석될 수 있다.

 

의미의 축소 및 합성의 느낌이 강한 ‘건축도자’라는 개념을 클레이Clay와 건축Architecture의 합성어, ‘흙+건축’으로 놓고 본다면 ‘흙’의 자유로운 표현과 확장된 공간작업으로 순수예술의 영역을 넘어 예술과 인간의 삶을 더욱 밀접하게 통합시키는 것 까지도 건축도자의 영역 안에 포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건축도자는 단편적으로 건축 내외부에 ´흙´이라는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미적 가치와 친근감을 전달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장식 또는 설치되는 도자를 연상하기도 하지만, 좀 더 넓은 범주에서 접근한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일상적 공간과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에 맞닿아 있는 ‘흙’, ‘물’, ‘바람’, ‘불’ 이상 네 가지 원소가 복합적으로 사용된, 계도성啓導性을 포괄하는 예술전반의 것을 지칭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감성적 시그널Signal의 교류

 

동시대의 현대작가들은 숙련된 지각력과 탁월한 미적 감각으로 다양한 크기와 비례, 양감과 질감을 갖춘, 여러 가지 형태와 색상으로 제작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류나 유행의 구미에 맞춘 작업을 추구하는 작가군이 있는가 하면, 감성적 시그널의 교류가 가능한 미적 표현력을 극대화하여 완전한 예술형식을 선보이는 작가군도 있다. 아래 단락에서 소개하는 4인의 작가들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주요 기획전에서 현대적인 감각과 진일보된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 도예가들이다. 이들은 완성도 있는 조형계획안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심미안을 십분 살려서 작품제작에 임했다. 관람자의 시각과 마음의 개방도에 따라 예술을 향유하는 양상과 기호嗜好는 다르기 마련이다. 다만 다수의 대중이 향유할 수 있고, 작품을 이해하고 수용 가능한 임계치臨界値를 예술가가 넘어서지 않는 것도 예술을 생성하고 공급하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도예라는 한정된 ‘벽’을 허물고, 특정분야나 영역을 구분 짓는 경계를 넘는 작업을 예술가가 시도하는 것은 의미 있는 도전이자 미지의 모험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술의 경우, 그 예술 영역의 배타적인 장벽과 경계를 낮추고 허물게 되면, 그 모호해진 경계는 새로운 예술형식과 내용을 창조할 수 있는 여지를 확장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예술의 장벽과 경계는 예술을 창조하는 이와 향유하는 이 모두에게 다양한 미학적 통로를 열어줄 수 있게 되며, 새롭고 다양한 예술이 창조되고 공존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이 열릴 수 있도록 한다.

 

감성적 시그널의 교류에 대한 예시로 4인의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관람객의 움직임이 가미되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독일 출신의 작가 요하네스 파이퍼Johannes Pfeiffer, 1954의 2009년 작 「삼각분할 Ⅵ-에너지 장場」은 야광색의 애자와 형광 실을 점철點綴하여 만들어내는 삼각형의 그물망 공간에서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빛이 변화한다.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조명의 변화와 빛과 어둠을 교차시키는 작가의 연출 감각은 애자라는 재료 속에 내재되어 있던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발산하며 절정을 이룬다. 파이퍼의 ‘삼각분할’은 빛으로 전환된 에너지를 체험하는 매커니즘이 오롯하게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는 오늘날 산업화되어 대량생산되는 현대 건축도자 재료 중 애자를 활용하여 공간설치 작업으로 완성한 걸작이며, 그의 탁월한 역량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작업에 임했던 캐나다 국적의 작가 로버트 해리슨Robert Harrison, 1955은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메인 스트림이 되는 아치 컨셉의 작품을 야외 풍경 속에 그려 넣었다. 요하네스 파이퍼가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무의식의 발산을 유도하는 추상적 기법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였다면, 해리슨은 재료의 축적과 나열, 중첩 등의 기법을 통해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였다. 또 다른 작가 최인선1964~의 「우리는 모자이크다」라는 작품은 원색의 세면기와 검은 벽면의 드로잉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실상 설치된 작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회화작품을 보는 듯한 인상을 전해준다. 작가는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작가 특유의 드로잉과 다양한 색감 및 흘리기 기법으로 도색한 세면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벽과 바닥을 채워 공간과의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미니멀리스트한 작품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 마스터 작가로 초청되어 작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10월의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는 여선구1960~ 작가의 경우, 조형된 상들의 포갬, 중첩으로 일련의 군상을 일구어내고 있다. 또한 강렬한 색채의 색상 대비 및 유려한 흘림과 포갬을 통해 자신의 격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있으며, 그가 선택한 주제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하여 임의적으로 형태 및 색을 과감하게 왜곡 및 변형하는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상기 4명의 도예가들처럼 대다수 현대작가들은 확장된 공간 개념 속에서 각각 독창적인[독창적이라고 생각하는] 유닛들(오브제들)의 조합으로 미니멀하게 작품 구성의 형식과 내용을 키우거나 조형적으로 조직화시켜 나간다. 또한 그들은 세밀한 계획 하에 시각적 유희의 여러 방식이나 무작위 또는 의도적으로 고안해 놓은 우연성을 이용하여 개념주의적 작업을 하기도 한다. 아울러 그들은 흙과 불, 조각과 회화, 형태와 공간 등 양자 간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 요소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필로그

 

오늘날 도예가들은 예술가 본인의 실험적인 조형감각과 개성을 살린 독창적 기법으로 자신들의 작품에 새로운 예술형식과 내용을 조성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초기 아상블라주 작가들의 시대정신과 재현방식을 언급하고 싶다. 그들은 당대 산업사회의 현실에 주목하면서 예술과 삶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였다. 이 점을 상기해 본다면 현대 작가들이 일상의 소재, 좀 더 범위를 한정하여 ´건축도자´를 가지고 감각적인 실험을 하거나 그들의 개성적인 기법으로 색다른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그리고 특정한 공간에서의 영구보존성을 고려하며 시각적인 상징효과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은 예술가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이와 동시에 예술의 균형의 추가 한 방향으로 기울지 않도록 중용의 가치를 작품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며, 자칫 매몰되기 쉬운 예술의 대중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구축해온 고유한 작품세계에 축적된 예술적 역량으로 그들만의 기법과 창의적 방식으로 응전應戰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대중과 괴리된 예술은 그 존립의 기반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다름없다는 것도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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