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이´와 ´장이´는 의미가 다르다. ´쟁이´는 성질과 습관 또는 행동, 모양 등이 일정한 사람을 말하고 ´장이´는 어떠한 기술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흙작업을 하는 도예가들 중에서 옹기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옹기장이´라고 불려야 함이 마땅한데도 왠지 ´쟁이´가 어감상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지난달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젊은 옹기장이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이미 중견작가의 위치임에도 아직도 젊은 옹기장이로 불린다. 활동하는 옹기작가의 수가 워낙 부족한 탓이다. 경상남도의 유명한 옹기마을에서 대를 이어 작업하는 그가 서울 중심에서 열린 대규모 축제에 시연작가로 초청돼 서울을 찾았다. 회포를 풀기위해 숙소 근처 한 식당에 들어가 마주 앉았는데 음식냄새를 뚫고 파스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고마, 흙쟁이 티내느라 그런다 안캅니꺼. 내사마 벌써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말입니더.."최근 들어 성형작업을 무리해서 하면 몸이 아픈 신호를 보내와 어깨와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찜질을 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로 기네스 기록을 세우고, 또 다시 기록을 갈아치우기 위해 준비하며 유능한 옹기작가로 한창 주목받고 있는 그에게 몸이 힘들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 여간 마음이 쓰이는게 아니었다. 옹기장이는 작업하는 방식적 요인 때문에 좋은 건강을 유지하기 힘든 편이다. 크고 무거운 항아리 성형을 많이 해야 하고, 전통방식의 발물레와 삐딱한 형태의 의자 때문에 한쪽 어깨에 무리가 생기기 쉽다. 실제로 수년간 작업을 해온 옹기장이들은 한쪽 팔이 상대적으로 길다. 또 타렴질을 하면 손가락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고, 수없이 반복되는 수레질은 손목에 무리를 준다. 이정도면 그릇을 만들면서 거의 온몸을 불살라야만 하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옹기장이들은 유난히 이 분야를 자랑스럽게 고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지닌 옹기기술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비슷한 옹기들이 있따. 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흙가래를 타렴질한 뒤에 곧바로 수레질을 하며 형태를 만들어 완성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그러면서도 기물의 벽이 단단하고 얇아 곧바로 물레에서 떼 내 옮길 수 있는 기술, 외국의 도예가들은 그토록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대형 옹기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직접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기술뿐만 아니라 성형하는 모습과 경쾌한 수레질 소리는 그 자체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예술행위이다. 실제로 우리 옹기장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 대학 등으로부터 시연 작가로 초청돼 마스터로 대접받고, 차별화된 멋진 예술 퍼포먼스를 펼치며 세계를 섭렵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작가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도자분야 중 우리가 아니면 그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고, 세계 도예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최고의 기술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옹기기술. 그 훌륭한 기술을 지닌 이들이 스스로에게 ´작가´도 ´장이´도 아닌 ´쟁이´로 불리는 사실과 젊은 도예가들이 도전을 기피하는 분야로 인식되는 현실은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