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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6월호 | 작가 리뷰 ]

네덜란드에서 만난 작가들 (1)-안톤 레인더스Anton Reijnders
  • 편집부
  • 등록 2013-07-02 16:52:23
  • 수정 2013-07-02 17: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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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만난 작가들 (1)

Unfolding Meaning

안톤 레인더스Anton Reijnders

최석진 미국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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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여름 네덜란드의 덴 보쉬에 있는 유러피안 세라믹 워크센터European Ceramic Workcenter, sundaymorning@ekwc, 이하 EKWC에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했다.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작업 하기를 희망 했었는데, 마침내 덴 보쉬에 도착해 책에서만 보던 인상적인 도자 건축물이 있는 정문에 내리니 앞으로 맞이할 경험들에 마음에 설레였다. 그곳에서의 3개월은 세계 각국에서 온 작가들과 작업하며 도자 예술의 많은 가능성을 공부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한, 작업실 바로 옆의 운하를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매주 광장에서 열리는 야시장, 곳곳에 깊은 전통을 품고 있는 건축물들을 보며 네덜란드의 역사와 미학을 맛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체류하는 동안 EKWC의 도움으로 네 명의 네덜란드 도예 작가들을 소개 받아 그들의 삶과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치 여행에서의 기념품 같이 마음에 인상을 남기는 특별한 시간 들이었다.

 

안톤 레인더스는 도자 예술의 폭넓은 기술적, 예술적 정보를 담고 있는 『The Ceramic Processes』 를 집필한 저자로, 특히 한국에는 2001년 세계 도자 비엔날레의 <세계 현대 도자전>과 2006년 클레이아크김해 미술관에서의 <세계 도자 건축전>전시로 잘 알려진 작가 중 하나이다. 그의 작업실은 EKWC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다. 미리 레인더스가 그려준 약도대로 광장과 상점을 지나 돌 조각으로 포장 된 길을 걸어 그의 작업실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로 눈에 띄는 도자 작품들과 커다란 전기 가마가 반갑게 느껴졌다. 그의 작업실은 마치 명상을 위한 장소 같았다. 흰 페인트로 칠해진 벽과 벽 위 높은 유리창으로 비추는 빛이 공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했다. 공간을 따뜻하게 데우는 온화한 빛은 작가의 손끝을 떠나 벽에 기대거나 서 있는 무채색의 작품들을 어루만지며 대화하는 듯해, 시공간을 떠난 절대 존재에 대한 어떤 의식을 치르고 있는 듯 했다.

레인더스는 전통 기, 과일, 또는 나무와 건축물 부분 등의 형태를 축소하거나 과장해서 만들고, 그룹으로 함께 모으며 진열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의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과 공간에 관심을 주고 집중하는데 있다. ‘의미를 찾아서’는 내 작품의 핵심이다. 우리가 무엇을 볼 때 사물은 여러 겹의 선입관에 둘러쌓인 어떤 심볼과 같이 이해된다. 나는 이런 추측과 가정을 걸러낸 사물의 본질을 바라 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는 일본의 전통 화가 셋슈(1420-1506)의 풍경화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광활한 자연 공간에 풍경의 정수를 표현하는 셋슈의 회화는 레인더스의 미적 감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또한, 일상의 오브제들을 조합해 설치함으로서 그들의 형이상학적 관계를 만드는 토니 크레이그Tony Cragg와 역동적 에너지를 구체화한 작품들을 발표하는 조셉 보이스Joseph Beuys에게서 큰 영감을 받았다.

 

그는 사물의 본질을 찾기 위해 ‘응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사물을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그 독립성과 본질성을 볼 수 있다." 그는 작품을 만들고 작품이 마음에 들어올 때까지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을 나무 위나, 시멘트 불럭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낡은 수건을 두르기도 하며 또한 조용히 응시한다. 단지 어떤 기본적 형태를 넘어 재료가 어떤 의미를 운반하며 그리고 형태 스스로 어떤 의미를 만드는가를 응시한다. "나의 작품의 결과는 나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른 것이다." 십 여년전 미국 오마하의 비미스Bemis Center for Contemporary Arts스튜디오에서 만든 작품을 네덜란드의 작업실로 가져왔다. 그는 그 작품을 12년 동안 보면서 항상 그것이 미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작은 점토 조각을 작품 위에 올려놓았고 그는 곧 작품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작품이 완성되기 까지 12년이 걸렸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이런 본질성을 찾는 과정에 정적 집중을 불러일으키는 ‘단순함’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거대한 지각의 힘에는 단순함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존재를 다루는 가장 깊은 방법이다" 이 단순함과 더불어 두 개 오브제를 같이 병렬해 놓는 것은 그에게 작업의 시작의 계기가 되는 중요한 단계이다. 작품 「Scio N」은 손톱과 하나의 오브제를 같이 조합했다. 두 개의 요소를 확대, 재생산한 단순한 조합의 형태는 기본적인 건축구조로 더불어 시적 감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작품이 놓이는 장소는 그의 작품의 고유의 가치를 창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작품 「Stage」는 2005년 성당에 설치한 것이다. 역사가 깊은 성당에서 작품설치 의뢰를 받았는데 작품이 놓일 장소는 신자들이 걸어가는 통로였다. 그 장소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자신 스스로 그 곳과 연결해 생각해야 했다. 그는 긴 나무 막대로 지지되는 매우 불안정한 건축을 설치했는데 그곳은 곧 작품과 함께 분리된 장소로서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이 작품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그는 유럽 전통 정물화의 오브제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정물화 속에 있는 과일과 꽃등의 오브제들은 인간에의한 의도적 셋팅으로서 어떤 상징을 가진 조합이다. 정물화 속에는 인간의 모습은 없지만 단지 오브제들로서 우리 삶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오브제들은 그 크기로 인해 어떤 실제적 독자성과 개성을 갖는다. 나는 오브제들의 크기를 모두 같게 하거나 작게 혹은 크게, 그 크기를 바꾸며 성형하는 계획을 했다. 오브제들의 크기를 바꾸는 것은 오브제들 간에 있었던 기본 존재 관계를 잊게 하며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형태로 다가오게 한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높은 곳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 "높게 설치함으로서 우리의 몸으로 그것과 직접 대면하게 된다. 더불어 실제적 무게를 가진 깨지기 쉬운 점토와 무너질 것 같은 불안정해 보이는 전시대의 설치가 작품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는 오브제들의 고유의 색을 지운 무채색의 오브제들로 관객에게 그와 관련된 어떤 연상을 할 수 없게 하고 단지 형태를 이해하게 의도했다고 말한다.

보통 프레스 몰드와 속파내기 또는 슬립 캐스팅을 이용해 성형한다. 표면에 테라시질라타를 얇게 시유해 은은한 광택을 얻는다. "테라 시질라타가 주는 반광의 반사는 점토가 아직 젖어있는 신선한 점토 상태이라는 느낌을 준다." 작품은 1240도에서 번조했다.

 

그는 좋은 예술은 다만 기술적인 것보다는 작품 속에 깃든 철학과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예술이 가진 큰 힘을 다 알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앞에 많은 길이 있으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는 예술가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나는 인간 문화에 필수적인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창작은 우리의 감수성을 기르는 과정으로 우리를 향상시키게 하는 유일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마음을 열고 창조적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어떻게 우리의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가 하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가만히 바라보는 가운데 우리의 감수성을 향상 시킬 수 있다. 우리는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을 갖어야 한다. 마음이 어떤 것을 통제하고 싶은 생각에도 다만 바라보고 내 앞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는 매우 파워풀한 역량이 있으며 우리는 각자 하나의 강력한 에너지이다. 내면의 감각을 개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와의 대화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어 3시간 가까이 계속되었다. 깊은 눈빛과 가라앉은 음색에서 그의 사색이 흘러나왔다. 그가 직접 타 준 차에서도 생각의 진한 농도를 느꼈었던 것 같다. 그와 대화하며 그의 삶의 철학의 진솔한 아름다움이 필자에게 전해졌다. 그의 이력에서 보이는, 세계 많은 곳에서 초대 받아 강의와 워크샵을 했었던 이유도, 그와 만났던 사람들이 그에게서 받은 작가의 깊이에의 감동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광장을 가로질려 EKWC의 스튜디오로 돌아오며 관객에게 인상을 남기는 강렬한 작품은 작가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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