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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6월호 | 작가 리뷰 ]

주세균-연필로 그린 도자기
  • 편집부
  • 등록 2013-07-02 16:26:17
  • 수정 2013-07-02 17: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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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균

Ju Se Kyun

연필로 그린 도자기

|김성희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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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균(34)은 한국의 전통도자기를 그린다. 「백자철화문항아리」, 「백자달항아리」,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 「물가풍경무늬정병」 등 우리나라의 국보 및 보물 도자기들을 초벌도자기 위에서 연필로 스케치한다. 마치 성능 좋은 카메라로 잘 찍어낸 흑백사진처럼 세밀한 묘사를 통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트레싱 드로잉 시리즈Tracing drawing series를 만들어 낸다.

 

자화상이 표현된 ‘트레싱 드로잉’

트레싱 드로잉, 즉 ‘베껴 그리기’라는 의미의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세균은 실제 전통도자기가 담긴 사진을 수집, 이를 통해 초벌 도자기위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 작품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전통문양 뿐만이 아닌 물레성형 과정에서 생긴 손자국과, 가마 번조 상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균열까지 기가 막히게 잘 묘사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실제와는 다르다. 전통문양들은 반전 또는 왜곡돼 있고 곳곳에는 그리다만 빈 여백까지 보인다. 재벌 없이 완성된 작품의 특성상 언듯 보면 미완성 된 작품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한쪽 부분만이 찍힌 사진을 보고 진행된 작업이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물이다. 작가는 작업을 진행할 때 보통 도자기 사진을 모니터 화면에 비춰 확대 한 후 세세한 부분까지 그림으로 그려낸다. 평면인 2차원의 사진을 보고 3차원적 입체물인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보이는 부분만이 반복적으로 스케치되고 완성된다. 완벽한 듯 보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모호함,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현대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지만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전통에 빗대어 스케치로 풀어낸 것이 트레싱 드로잉 시리즈다.

 

흑연과 도자기로 완성되는 작업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사용하는 연필심, 즉 흑연은 주세균에게 매우 특별하다. 미대입시를 치러 본 모든 수험생이 그러했듯 그 또한 당시 예술의 모든 의미는 연필로 표현되고 완성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직도 오른쪽 중지 손가락의 끝마디 연필 한 자루가 지나간 자리가 볼록한데 그에게는 무언가를 배우고 느낀 성장통의 한 흔적과도 같다. 대학 시절, 조각을 전공했지만 평소 전통, 특히 도자기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다. 당시 도자기는 그에게 가장 완벽한 예술품이었다. 전통도자기 위에 새겨진 문양, 매끄러운 선, 장인의 손맛까지 그에게는 모든 것이 작업 소재가 됐다.

실제로 그의 최근작인 「트레싱 드로잉 시리즈」를 비롯해 대부분의 작업을 살펴보면 흑연과 도자기가 작업의 주제로 사용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패턴시리즈」에는 도자기에 존재하는 당초문양과 함께 무궁화가 등장한다. 패턴 안에 그려진 무궁화 그림은 각각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일정한 모양의 형태가 유지된 도자기 속 패턴의 형식을 깨뜨리기 위한 표현이다. 「백자 달항아리Moon Jar」란 작품 또한 독특하다. 작가는 검은색 도자기 위에 베우비파우더를 발라 하얀색의 달항아리를 만들어냈다. 흙으로만 완성되는 도자기의 일반적인 상식을 완전하게 벗어나 있다. 「노셔널 플레그 시리즈」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국기를 만드는 작업이다. 도자나 흑연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지만 지금의 작업에 영감을 준 중요한 초기 작업 중 하나다. 국기들의 심벌을 모아 모두 수평으로 놓고 바닥에서 색모래로 제작, 그려진 국기들을 다시 붓으로 쓸어 담아 섞는다. 주세균은 이런 독특한 작업기법, 상식의 영역을 교묘히 깨는 작업들을 통해 지금의 작업인 트레싱 드로잉 시리즈를 완성한 것이다.

 

독특한 작업이 때론 독이 됐던 과거

주세균은 생활에서 만나는 수많은 환경을 통해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즉발적인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생각하는 편이고 작품으로 전개시키는데 심사숙고하고 수정 하는 편이다. 그리고 고정관념을 벗어나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논리적이고 합당한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주변인 또는 관람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애매하다며, 도자기인지 회화작품인지 아니면 조각 작품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이런 작업 성향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조각을 전공했던 그는 마음 한 편에 늘 도자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전공으로 도예작업을 배우기 시작했고 조각과 회화 작업에 도자기를 접목시켰다. 하지만 조각전공도, 도예전공도 그의 작품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가마재벌 없이 완성된 작품을 도자기라 부르기 모호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공예품이라며 조각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작업에 임했지만 이러한 이유로 학점 또한 제대로 받지 못했다. 졸업 후, 자신의 작업방향에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활동하다 2012년 클레이아크 김해 레지던시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 다양한 단체전에 초대됐고 개인전도 갖게 됐다. 이후 부모님이 계신 경상남도 양산 석계면 근처에 개인 작업실을 만들었고 지난 5월에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아트 레지던시 공모에 당선, 현재 그곳에 입주해 개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남다른 시각과 새로운 사고가 진정한 작가의식

마크 로스코Mark Rothko1903.9.25~1970.2.25, 라트비아와 빌 비올라Bill Viola 1951.1.25~,미국 작가는 주세균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작가다. 그는 “두 작가 모두 몽환적이면서 서정적 내면의 표현력이 뛰어난 대가로 뭔가 뚜렷하지 않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가”라고 말한다. 이는 그의 관심사와 비슷하다. 최근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이 많다. 논리적인 것 보다는 감성적이고, 보이는 세계보다는 영적인 세계를 궁금해 한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종교생활(불교) 덕분이기도 했지만 개인 작업에도 도움이 되기에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나가고 있다.

그는 올해 8월말 부산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펼칠 예정이다. 「트레싱 드로잉 시리즈」와 「패턴시리즈」 작업을 지속하며 조금 더 진보한 작품을 구상 중이다. 아직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가능성을 찾고 있는 시기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작품이 오브제적인 특징을 가졌다면 설치, 영상작업과 병행해 더욱 확장된 예술영역의 자유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렇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을 바라보고 새로운 해석을 전달하는 것이 작가로서 생각하는 예술관입니다”라고 말한다. 작업을 위해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주세균. 정해진 기준이 아닌 스스로 개척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그의 다음 전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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