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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월호 | 특집 ]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디지로그Digilog 섬유공예
  • 편집부
  • 등록 2013-05-07 17: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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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디지로그Digilog 섬유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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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호 용인송담대학교 섬유패션디자인과 교수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The digital age에서 일반적인 디지털의 개념을 새삼 논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서 유일唯一한 공예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 것을 지면을 통하여 이야기 하고자 하며 이를 ‘디지털 공예’라고 정해 놓고 ‘현대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섬유공예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섬유공예는 크게 나누어 염색dyeing, 직조weaving, 텍스타일textile, 섬유예술fiber art로 나누며 각 영역마다 독특한 언어로써 표현되고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한편으로는 예술품으로 혹은 공예산업의 한 축이되어 발전되어 왔다. 특히, 80년대에 이르러 스위스 로잔느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시작된 섬유예술은 섬유공예가 예술로 승화되어 한 영역을 차지하게 되는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되는데, 이러한 아우라Aura는 진품original으로써의 가치를 지닌 사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섬유공예품들은 대부분이 일품성一品性으로 수공예적handicraft이며 독창적이고 개별적인 사물인 것이다. 이 사물들은 각각의 객체들마다 독창적이며 각기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속성이 곧 그 사물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이와 같은 섬유공예를 ‘아날로그Analog 섬유공예’라 말할 수 있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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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대부분의 섬유공예분야가 산업화되어 공예의 본질의 속성 중 하나인 수작업handmade이 거의 없는 상태로 컴퓨터나 기계에 의존하여 대량생산되는 공산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텍스타일 분야는 종래의 방식과는 다르게 10여 년 전부터 상용화된 기술인 디지털 날염DTP,Digital Textile Printing으로 염료 분사방식이나 열 승화전사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섬유공예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기술이며, 섬유뿐 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에 프린트 할 수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의 변용, 조색 및 배합을 할 수 있어 일반날염과 비교할 수 없는 색 표현과 작가들의 표현의 영역을 자유롭게 확장하는게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제도, 제판, 염료배합 등 공정을 생략하여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 빠르게 변하는 트랜드trend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최근 수년간에 걸쳐 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 제고 등에 따라 텍스타일 분야는 그 영역을 급속하게 넓히고 있으며 지난 2005년부터는 정부 주도로 디지털날염기술 국산화를 본격 추진함에 따라 국내디지털프린팅기기의 국산화율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날염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단순한 실사출력물이나 복제물로써 공예가 가지고 있는 본질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n은 그의 논문[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기계적 복사가 예술에 끼치는 영향을 논의하면서, “기계적 복사는 예술작품의 독특한 권위aura를 위협한다고 주장하였다. 기계적 복사본은 원본이 갖고 있는 이러한 진품으로서의 속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 양식은 원본의 권위를 위협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원본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 버리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디지털 작품들은 지금까지 원본original을 전시하는 장소로 간주되는 미술관이라는 개념에도 큰 혼란을 줄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미 많은 섬유공예가들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디지털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이 시점에서 우리는 발터 벤야민의 주장을 참고로 디지털 시대의 디지털digital 섬유공예의 개념을 재정비할 필요가 절실하다.

 

필자는 2008년에 개최된 2008공예트랜드페어(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최 / 코엑스)에서 공예산업기획관을 기획하면서 디지털공예digital craft를 주제로 선정한 바가 있다. 그 당시 혼재되어 있는 공예에서의 디지털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디지털 공예는 지금까지의 공예 개념과는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정형화定型化된 틀이 존재하지 않으며,복제가 가능하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동시성同時性을 가지며, 표면에 나타나는 공예의 본질인 물성과 특성을 언제든지 변용變容과 차용借用 할 수 있으며, 같은 디지털 정보data라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작가 개개인이 다르게 적용할 수도 있다.”

 

다시말하면, 현대 디지털 시대의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공예 본질의 속성과 특성, 의미, 이미지 등의 요소들이 직접적으로 서로 다르게 융합convergence, fusion된 작품이나 제품으로서

‘디지털Digital + 아날로그Analog = 디지로그Digilog 공예’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논점에서, 기존의 섬유공예는 섬유만의 고유한 물성과 특성의 본질과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시각이미지는 항상 같이 상존한다. 반면 디지털 시대의 섬유공예는 디지털이라는 첨단기술로 융합시켜 본래의 시각적 이미지나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 개개인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본질과 상관없는 새로운 개념의 아우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부터 시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백bag(그림2)이 있는데, 명품 가죽백bag의 표면적 시각이미지를 원본 그대로 스케닝scanning하여 그 데이터data를 직물에 프린트한 제품으로, 시각적으로는 명품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는 그대로 간직하면서 물성이 다른 직물(천)과 융합하여, 보기에는 가죽가방인데 그 물성은 직물로 되어져서 원본과는 또 다른 새로운 개념의 명품 가죽백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보여지는 이미지는 명품브랜드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판매 가격은 대략 명품백의 10분의 1이하의 수준이기 때문에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제 디지털 시대의 문화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물리적인 벽과 거리의 간극을 무색케 하고 있다. 생활기반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었고, 유비쿼터스 시대로써 어느 공간에서도 각종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등 우리들이 사이버 공간에 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환경 변화에서 우리가 과거부터 인식해 온 섬유공예의 본질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시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섬유공예는 본래originally와 가상현실기법virtual reality technique의 융합convergence된 작품이나 제품이라고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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