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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월호 | 작가 리뷰 ]

김상호-육면체로 만들어낸 공간의 흔적
  • 편집부
  • 등록 2013-05-07 17:30:29
  • 수정 2013-05-08 09: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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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Kim Sang Ho

육면체로 만들어낸 공간의 흔적

|김성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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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47)는 건물의 이미지를 응용해 작품을 만든다.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현대사회에서 볼 수 있는 건물의 흔적을 제시하고자 흙을 이용해 기하학적 형태의 조형작품으로 완성된다. 육면체의 형태 위에 공간이 나뉘어져 있고 빛에 따라 음영이 구분된다. 의도된듯한 컬러 포인트는 자칫 지루할 것 같은 작품의 형태에 한번더 시선을 끌어들인다. 지난 2월 2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펼쳐진 그의 열세 번째 개인전에서는 이런 현대사회를 닮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생각 넓히기의 과정들

김상호가 본격적인 도예작업을 시작한건 부산대학교 도자전공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1993년)하면서 부터다. 당시 간간히 물레작업을 병행하며 자기 표현적인 조형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던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좋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방법, 즉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며 상상력을 넓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도자재료 이외의 부수적인 재료(오브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태토 이외에 나무, 철, 동판, 알류미늄,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고 원하는 작품제작을 위해 과감히 흙을 포기한 채 타재료 만으로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 주변의 도예인들은 그런 그의 작업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흙 이외의 재료로 만들어진 작업을 도예작품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그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갔고 마침내 1994년 ‘목장승과 선돌’을 주제로 자신의 첫 개인전을 치르게 됐다. 그는 “당시도 현재도 마찬가지, 나 라는 사람은 도예를 전공한 사람일 뿐이지 점토라는 재료에 국한되어 작품을 전개하는 작가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1995년 대학원을 마치고 2000년 8월 ‘분청+옹기’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그동안 제작해왔던 오브제 위주가 아닌 옹기라는 작업에 주변인들은 의아해했다. 오브제 작가에서 큰 독을 잘 만드는 도예가로 인식이 바뀌어 갈 때 쯤 2년 뒤 ‘장군+분청’이란 주제로 다시한번 작업에 변화를 줬다. 당시 장군이나 분청을 다루는 도예가들도 많았기에 특별한 주제가 아닌 세 번째 전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주제를 왜 똑같이 다루냐”는 질타도 받았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방향성에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주변인들의 평가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당시 전시에서 선보인 장군은 일반적인 장군의 형태와는 달리 몸체가 육면체였다. 장방형의 몸통부분을 가로나 세로로 길게 늘이거나 부피volume을 없애는 방식으로, 판작업을 이용해 장군을 제작했다. 원통형인 장군의 기본 형태가 아닌 장군의 조형적인 형태를 제시한 전시였다. 첫 번째 개인전과는 달리 두 번째, 세 번째 개인전은 오브제적인 요소가 녹아든 전통적 용기가 소재로 다뤄졌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용기의 디자인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완성한 것이다.

 

영역 없는 시도의 연속

2006년 선보인 세 번째 전시의 주제는 ‘연’이었다. 김상호는 분청작업을 하며 평소 장식 소재로 연을 자주 다뤄왔다. 그가 연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부산 근교에 위치한 연밭에 우연히 갔다 실제 살아 있는 연잎과 연방, 연꽃을 본 이후다. 연에서 보이는 선적인 요소들과 자연스레 퇴색되어가는 색들이 너무도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 중 연방의 형태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연방에 담긴 요소들을 해체, 6가지의 다양한 형상들로 전개 시켰다. 작품설치 또한 네온과 LED를 사용해 조명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도 꽤 괜찮았고 작가 또한 나름 만족할만한 작품이었다. 이 전시 작품은 1년 후 다른 갤러리에서 초대전으로 기획돼 한번더 전시를 갖게 됐다. 연을 통해 생명력을 품고 있는 씨앗, 연밥에 담긴 알들의 형태에 집중하게 된 그는 이후 단순하면서 묵직한 덩어리의 형상, 육중한 육면체, 입방체와 공간 그리고 빛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결국 다양한 생각과 시도 끝에 2009년 개인전부터는 현재 작업의 모티브가 된 ‘건물, 공간’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동일한 주제로 전시가 지속됐고 작품은 사실적인 형태에서 점점 기하학적 형태로 변화하게 됐다. 가장 최근 전시에서는 ‘집’이란 주제로 완성된 기하학적 형태의 조형작품이 등장했다. 규칙적이고 안정감 있는 형태인 육면체를 응용, 현대건물의 이미지를 살린 작품이다. 유년시절 고향인 부산 지역에서 봐왔던 언덕 위 네모난 건물들, 그 기억들이 지금 작품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열세 번의 개인전을 펼쳐온 동안 그의 작품들은 일관된 주제로 이어져 왔다기 보다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소재로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생각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그의 작업철학이다. 전시 때마다 늘 여운을 남기며 다음 전시를 연구한다. 그는 “다양한 소재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완성됐을 때의 형태를 스스로 상상하게 된다. 그때 느끼는 설레임과 기대는 어느 것 하고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자연스러움 자체에서 얻어지는 작업의 영감

김상호는 작품을 제작할 때 가장 먼저 작품의 주제가 될 소재를 찾는다. 소재를 발견한 후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스케치는 거의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부분은 간단한 스케치를 하지만 대다수가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며, 구체적인 계획보단 큰 그림만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편이다. 그가 현재 이러한 작업 성향을 갖게 된 이유는 머릿속 사고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계획보다는 우연적인 발견에 의한 작업이 더 좋은 성과를 냈고, 생각지 못한 발견에서 희열을 자주 느껴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펼쳐진 열세 번째 개인전 작품 역시 대다수가 이런 방법으로 제작됐다. 작업 도중 잘려 버려진 점토판을 이어 붙이고, 부딪히고 떨어져 자연스레 형성된 무늬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자연스러움 그 자체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이어나간다.

작업은 주로 판 성형 위주로 점토판들이 조립되었다. 만들어진 육면체 위에 대략적으로 잘려나갈 부분을 그리고, 칼로 컷팅 한 다음 안쪽 면에서 접합 할 것인지 뒷면에서 접합할 것인지를 순간적 직관으로 판단한다. 각과 면이 정확히 떨어져야 하는 형태이다 보니 도구역시 일반 도자용도구가 아닌 여러 가지 끌과 조소용 도구. 커터 칼을 주로 사용한다. 태토는 건조 시 변형을 고려해 산청토 3, 백자토 1, 비율로 섞인 점토를 주로 사용하고 유약은 흑매트유와 흑유, 투명유, 색화장토로 장식, 일부는 내화갑을 사용한 무유 톱밥번조로 마무리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음영과 디테일을 선명하게 나타나기 위해 주로 흑색유약도 사용했다. 그는 “내 작업방식은 특별한 것이 없다. 특별한 것이 없기에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사고로 완성되는 조형적 가치

김상호는 “작가의 삶이란 반은 생활인으로 나머지 반은 수도승으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정진해 나가는 수도승과 점토와 불이란 매개물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조금씩 깨달아가는 여정이 서로 닮아있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끝없는 수행 과정이 바로 그에게는 예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어딜 가든 아직도 학생 신분이라 공공연히 말을 한다. 그 만큼 아는 것 보단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어느날은 밤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며 자책하곤 한다. 작가의 작품과 그 평가에 대해 주변의 인식과 평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에 대한 진정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을 제작할 때 항상 전시를 선보인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한다. 그러면 매 순간마다 긴장감 속에서 주제를 생각하게 되고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치밀한 계산으로 완성되는 작업보다 자유롭게 사고하는 작업방식이 그가 원하는 방향이다. 이런 생각으로 올 해 가을쯤 열네 번째 개인전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 전시와 마찬가지로 최근 관심을 갖게 된 집과 공간, 건물에 대한 작업은 계속 진행하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함이 이 시대에 필요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김상호 작가.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생각하고 표현, 발전시키는 그의 작업에서 깊은 조형적 가치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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