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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0월호 | 전시리뷰 ]

먼길을 가는 작가에게
  • 편집부
  • 등록 2003-07-12 16:22:05
  • 수정 2018-02-20 17: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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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도예전 2002. 9. 4 ~ 9. 10 통인화랑

먼길을 가는 작가에게 글/장계현 통인화랑 수석 큐레이터

 백자 달항아리들과 이천여 개의 찻잔들과 가득찬 전시장 . 이번 전시에서는 젊은 도예가 최재호가 자신의 지금까지 12년간의 도예의 길을 걸어온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한 작가가 그 나이 또래들이 한참이나 조형 작업에 몰두할 때 물레를 배우면서 백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대학 졸업 후에도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진학을 접고 백자를 배우기 위해 스승을 찾아서 전국을 다녔다고 한다. 작가의 그러한 노력 끝에 만나게 된 스승이 故 이명배 선생이었고 그분 문하에서 졸업 후 2년 여간 백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스스로를 고루한 스타일이기에 다른 쪽으로의 접목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나 본인 스스로가 애정을 갖고 있는 백자에 대하여 잘못 손을 대는 오류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금껏 백자 생활용기에 대한 권유를 많이 받기도 하였지만 제대로 된 백자 작업을 위해 손을 대고 싶지 않으며, 어설픈 생활백자를 만드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조선 시대의 백자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전에 의하면, 고루란, (사람이) 세상의 변화나 발전에 어두워 낡은 생각이나 도덕을 고집하는 상태에 있다라는 말이다.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백자에 대한 집착은 혹자가 보면 정말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우둔한 도예가로 보기 십상일 것이다. 전시장에서의 반응도 예상대로 였다. 작가가 지금껏 심혈을 기울인 백자달항아리나 백자병 향꽂이, 연적 등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무심하였다. 대신 작가가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해 온 것 중의 하나인 찻잔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은 지대하였다. 벽면에 설치된 아크릴 선반 위에 놓여진 이천 여 개의 찻잔이 근래에 들어서 보기 힘든 설치 느낌을 자아내는 분위기 속에서 작가가 여러 가지 형태와 유약으로 장작가마 소성을 한 찻잔은 세인들의 관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였던 백자 작업과 찻잔이라는 전통의 테마 속에서 현 시류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처음 생각대로 스스로 수련기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백자에서 작가는 아직은 자신의 색을 드려내지는 않고 있다. 조선 백자라는 커다란 교과서에서 작가 자신이 소화해 낼 만큼의 작업의 여지가 아직은 더 필요한 듯하다. 현재의 전통도자는 이천이나 여주 일부에서 청자나 백자의 재현과 더불어 변화와 재창조의 기치아래 많은 조형상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 양상은 전통도 아닌 것이 현대 도자도 아닌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답답할 수 있는 조금은 앞이 보이지 않을 작업에 묵묵히 땀 흘리는 작가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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