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 & PLAY展 2002. 8. 28 ~ 9. 3 토아트 갤러리
CLAY & PLAY - 아직은 심각하지 않은 흙놀이 글/성미정 시인
어린 시절 작은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만져지던 흙의 감촉은 얼마나 포근했던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흙을 주무르며 놀던 추억을 갖지 않은 이 몇이나 될까. 토·아트 갤러리에 여섯 아이들이 모여 재미있는 흙놀이를 가졌다. 국민대 도예과 대학원에 몸 담고 있는 이 여섯 아이들은 자신들의 흙놀이를 CLAY & PLAY라고 명명했다 여섯 아이들의 흙놀이는 각자의 생김새 만큼이나 다르나 흙이라는 매개체 하나로 그들은 동류 의식을 느끼며 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 비 내리는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그들의 흙놀이를 훔쳐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
이 여섯 명의 아이들은 논문만 발표하고 대학원을 떠나기 보다는 작품 전시회를 통해 그간의 작업을 돌아보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여섯 명의 다른 개성이 모여서 기획된 전시회답게 여러 가지 색깔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 전시회는 지루하지 않은 미덕이 있다. 여섯 아이들의 면면을 잠깐 살펴보면 토우를 만드는 이준성은 불교 설화 십우도를 모티브로 수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물을 만들었다. 수석 형태의 기물 곳곳에 토우를 배치했는데 둘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동양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그 자체로 장식적이며 실용적이다. 도벽 작업으로 논문을 준비하는 김성훈은 이번에는 짧은 유닛를 선보이고 있다. 평소 그는 유약이나 재료, 라쿠 소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유닛에도 그의 이러한 관심이 잘 드러나 있다.
다기류와 연적류를 선보인 민승기와 이번에는 분청 작품을 선보였으나 앞으로는 백자 중심의 작업을 하고자 하는 박중원은 전통적인 우리나라 도자문화와 현대 생활에서 그것들의 쓰임새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초록물고기> 등의 오브제 작업을 주로 하는 남승일은 깔끔하고 다양한 식기류도 함께 선보여 공방에서의 오랜 경험을 통해 익힌 실용성과 대중성을 잘 살리고 있다. 그들은 고독한 흙놀이 속에서 서로의 작업에 영향을 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게 이번 CLAY & PLAY전의 가장 큰 성과였다고 한다. 무겁지 않게, 그러나 경박하지는 않게, 그리고 아직은 심각하지 않은 흙놀이를 즐기고자 하는 그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이들 또한 이 흙놀이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자 한다면 어느 날 이 놀이 또한 심각해질 것이며 어쩌면 이미 심각해진 이 놀이에 그들은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깊은 속내가 일회성의 전시로 끝나지 않고 언제나 지금의 풋풋함을 잃지 않고 도예계의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