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재 분청도예전 2002. 9. 4∼9.10 갤러리블루
자유로움의 특권 글/한정림 갤러리블루 큐레이터
황선재 분청도예전이라는 전시명에서 그의 솔직한 고집을 엿볼 수 있다. 분청사기는 각각의 기법에 따라 다양하고 재미있게 변하는 소재가 특징이다. 표면을 장식한 기법은 몇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상감(象嵌), 인화(印花), 조화(彫花), 박지(剝地), 철화(鐵畵), 귀얄, 덤벙 기법이 그것이다. 그의 1999년 제2회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분청사기 작품을 보면 사각형의 기(器)표면에 인화(印花)문으로 장식하였고, 기(器) 표면전체에 새겨진 동일한 문양의 반복적인 통일감 표현에서 작가 의지를 볼 수 있었다.
푸른색이 약간 나는 유약으로 정결하면서 신선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제3회 황선재 분청도예전에서는 일상에서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항아리, 자배기, 쌀독, 접시(벽장식과 접시의 기능) 등을 선보였다. 이 작품들에선 귀얄기법을 작가 독특의 손재주로 색과 선, 면을 조형적으로 표현하였다. 귀얄은 올이 굵은 풀비를 사용해 표면에 백토를 발라 장식을 위한 분장으로 사용되었지만 백자를 모방해 가는 과정에서 문양의 한 형태로 사용된 듯하다. 율동적으로 남겨진 붓 자국이 훌륭한 장식 효과를 낸다. 현대 작품에서 주는 풍요로운 소재로 인해 작가만의 소지에 알맞은 백토를 장식했다.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볏짚과 갈대를 꺾어 여러 가지 크기의 붓을 만들어 귀얄 기법으로 장식 했다는 그의 작업 과정에서 수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붓(귀얄)자국의 표현에 작가는 “초벌 번조 후 유약 시유시 심심함을 참지 못해 귀얄 위에 철채를 듬성듬성 뿌려댄다며" 현대인의 습성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먼지 가득한 마당의 싸리비 자국 위에 물을 뿌리듯이 철채를 듬성듬성 뿌려 댄 자국과 황토를 섞어 표현된 분위기가 소박하면서도 역동적인 강인함을 볼 수 있다. 작업을 통해 호기심을 새로움의 충격으로 표현하기 보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것을 자유로이 표현하는 것이 황선재가 갖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분청도예는 삶을 알아가듯 일상적인 것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한 것과 같다. 전통과 현대적 기법을 적절히 표현하고 내면의 것을 분청으로 표현하려 한 것 같다.
그의 작품에는 일상적인 조형과 자극이 없는 무의미 속에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한 질서와 여유로움의 자유가 있다. 끊임없는 활동력의 원인인 새로움에 대한 갈망에서 정제된 작품, 제작 과정에서의 수고가 그를 작가로서 작업에 몰두하게 한다.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일상적이지 않으므로…" 말을 끝맺기보다는 일상 자체가 만든다는 그 자체가 되는 작가이길 바라는 욕심이 생긴다. 다양한 분청을 즐길 줄 아는 그의 모습에서 더욱 강한 아름다움과 진취적인 작가로서의 강한 의지를 확인 할 수 있는 비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