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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월호 | 작가 리뷰 ]

박부원-왕실도예의 계승자, 도예의 신선神仙
  • 편집부
  • 등록 2013-03-08 08:46:22
  • 수정 2013-03-08 08: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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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원 Park Bu Won

왕실도예의 계승자, 도예의 신선神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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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식 고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지당 박부원 선생은 무엇보다 달항아리의 작가로 명망이 높은데 실로 이 분야에서 탁월할 뿐 아니라 거의 독보적이다. 그가 만든 달항아리는 그 크기에서 압도할 뿐 아니라 조형미와 우아미, 고졸미古拙美까지 갖추고 있다. 달항아리는 물론 백자나 분청사기 등 그의 모든 도자기 작품은 그의 인격을 닮은 듯 소박하면서도 깊은 멋, 편안하면서도 고상한 아름다움을 잔뜩 풍긴다. 따라서 누구든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그의 예술세계는 물론 그의 인격세계로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지당선생의 도예인생 반세기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이제 그가 평생을 일군도예세계의 선경仙境으로 나들이를 해보고자 한다.

 

첫째, 지당선생의 작품은 가슴으로 다가가면 생명生命의 도자이다. 깎고 토닥거려 만든 작은 다완에서부터 다듬고 어루만져 빚은 달항아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자들이 마치 호흡을 하고 피가 흐르듯 한결 같이 살아있다. 세상에는 마치 기계로 찍어낸 듯 사발처럼 생기 없고 밋밋하기 그지없는 도자들이 많은데, 지당의 다완은 잡으면 온기가 느껴지고, 그의 달항아리는 품으면 되레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따스한 사랑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그것은 무엇보다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하실 적에 동식물과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 넣으셨듯이 그도 작품하나하나마다 사랑의 손길로 혼을 불어넣어 만들었기 때문이다.

둘째, 지당선생의 작품은 눈으로 바라보면 기품氣品의 도자이다. 지당이 강원도 산골과 이천을 거쳐 광주 땅에 자리 잡은 것이나 왕실도자 초대명장으로 추대된 것은 그가 활동지역에서나 기술적, 예술적 수준에서 관요의 실질적 계승자임을 보여준다. 그의 스승 지순탁池順鐸선생의 작품들도 전통도자의 재현으로 대단한 완숙미가 보이지만 지당의 작품에는 관요적인 우아함에다가 서민적인 질박함, 그리고 분청자기에 나타나듯 자유분방함 같은 예술적 취기가 곁들어져 실로 옛 멋과 새로운 미가 어우러진 기품이 묻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지당의 작품은 관요자기와 스승을 능가하는 청출어람의 명품자기들이다. 우리는 그가 만든 달항아리의 거대함과 당당한 위풍에 압도당하며, 그가 빚은 도자들의 유연하면서도 소박한 선에 감탄하고, 또 그 도자기들에 서려있는 질박하면서도 은은한 빛깔들에 놀란다.

셋째, 지당선생의 작품은 영혼으로 품어보면 은혜恩惠의 도자기이다.

지당의 황토빛, 흙빛 다완들은 고향의 흙과 갯벌을 보여준다. 그의 설백색 다완이나 백자병을 보면 그 고향땅 위로 하얗게 쌓여가는 백설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그의 달항아리를 보노라면 그 고향하늘 위에 두둥실 떠있는 보름달을 만난 듯하다. 이처럼 지당의 도자기들은 고향을 생각나게 하고 어머니품을 그립게 하며 동심의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그의 작품들은 힘든 타향살이를 하는 지상의 모든 나그네들에게 이러한 고향의 빛깔과 형상, 정취로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

지당의 작품들에 이러한 의미가 담긴 것은 그가 인류가 돌아가야 할 영원한 고향인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위로부터 오는 은혜로 만들어져 그 안에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또한 이제 그 은혜의 도자기들은 지친 인생들에게 위로를 주고 은혜를 끼치는 것이다.

 

나아가 지당의 다완을 보면 백두의 천지天池와 한라의 백록담白鹿潭이 연상된다. 우리나라는 가장 높은 산들이 삼천리의 최북단과 최남단에 자리잡고 있다. 그 백두산과 한라산의 산정에는 한결같이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나 일본의 후지산에서는 볼 수 있는 큰 분화구가 만든 호수들이 있다. 그것들은 하늘을 향해 놓인 거대한 막사발이요, 대형 다완같은 형상인데, 마치 하늘의 하나님을 향해 은총의 채움을 구하며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그 그릇에 위로부터 임하는 신의 은총이 차고 넘칠 때, 우리민족은 해한解恨의 위로를 받고 우리 조국에는 축복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지당의 다완을 보면 하늘을 향해 신적 은혜를 사모하여 그것으로 충만하고 싶은 깊은 뜻이 담긴 듯하다.

주지하는 바대로 조선도자기는 왕실에서 운영하던 관요官窯와 민간이 하던 지방요地方窯로 나뉜다. 광주의 관요에서 만들어진 순백자는 도자제조의 기술력과 예술성이 정점에 달한 도자예술의 결정판이었고, 그 맑고 찬란한 빛깔은 가히 백자미학의 절정에 이른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한편으로는 조선왕조의 쇠락, 다른 한편으로는 외래실용도자기의 유입과 더불어 관요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그로부터 한 세기, 관요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 그 관요의 전설들이 지당선생에 의해 찬란하게 되살아나게 되었던 것이다. 지당선생의 백자작품들은 명불허전 왕실도자명장 1호답게 관요의 진정한 복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왕실도자의 참된 후예요, 실질적 계승자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작품전시장지당 박부원 도예전 2012. 5. 00 갤러리000에서 사라져 간 옛 전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조선을 도자의 나라라 칭송한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는 ‘나는 조선도자기와 둘이서 한방에서 보낸 몇 해 동안의 행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을 빌리면 명품 조선 도자로 가득 찬 이 공간에서 우리는 얼마나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느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 누가 나보고 신선의 나라에 도선陶仙이 누구인가 물으면 나는 망서림없이 지당선생을 지칭할 것이다. 도예의 신선에게 방외方外의 객이 이런 말을 던지는 것 자체가 모욕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달항아리를 사랑한 것밖에는 죄가 없는데 이런 글로 신선의 작품을 논하게 하니 불역낙호不亦樂乎? 도예의 신선이 여전히 우리 같은 범부들을 보면서 천상의 작품을 만들고 있으니 불역낙호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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