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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월호 | 작가 리뷰 ]

그렉 페이스Greg Payce
  • 편집부
  • 등록 2013-03-07 17:05:06
  • 수정 2013-03-07 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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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페이스Greg Payce

 

최석진 미국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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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여름, 캐나다의 마델타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Medalta International Residence Program에 초대작가로 참여하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곳에서 온 작가와 학생들과 같이 작업할 기회를 가졌다. 참가자 중에는 캘거리Calgary 시의 알버르타 컬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Alberta College of Art &Desgin에서 몇 명의 도예 전공 학생들이 있었는데 필자와 방을 같이 쓰던 한 학생을 통해 자신의 지도 교수인 그렉 페이스Greg Payce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페이스는 2005년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에 초대되었었고 그의 작품을 비디오와 책을 통해 많이 보아 왔던 터라 그와 인터뷰할 계획을 했다. 그와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레시던시를 마치기 일주일전 캘거리 시에 있는 그의 집에서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른 오후, 그는 집 뒷마당에 있는 작업실 앞에서 활짝 웃으며 필자를 맞았다.

작업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지런히 정리된 작업 도구들과 함께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생경한 음악이 필자를 맞았다. 작업실 벽면의 선반에는 도구와 책들이 깔끔하게 수납 되어 있고, 작업실 한 가운데에는 사진 작업을 할 수 있는 조명과 카메라 부스가 설치되어 있으며, 테이블과 가마 그리고 물레 등이 한 사람이 작업하기에 편리하게 실용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도예계에서는 그렉 페이스에 대해 캐나다의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현대 도예 작가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사진과 비디오의 영역으로 끊임없이 그의 창작 세계를 심화해 왔는데 필자는 그의 널리 알려진 작품인, 정밀하게 성형된 화병을 여러 개 같이 진열하면 화병 사이에 사람의 옆모습 형상이 만들어지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 아이디어는 1990년 후반 경 도자 역사책을 보던 중 우연히 시작되었다. 이탈리안 전통 마욜리카 도자기 중 약을 담는데 쓰였던 약병Italian Ceramic Apothecary Jars은 손에 잡기에 편리하도록 병의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형태이다. 그는 그 형태를 보면서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두 형태 사이에 보여지는 공간인 네거티브 스페이스에 주목했다. 그 공간에 어떤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공간에 어린아이, 남자의 옆모습,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전체 실루엣의 모양을 만들게 되었고 2001년에는 두 개의 화병 사이에 사람 실제 크기의 옆모습 형태를 담기도 하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 물레 성형을 배웠다. 지금까지 40여 년이 넘는 경험으로 물레에서의 작업은 그에게 마치 손의 연장처럼 편하다. 그는 매우 느리게 작업 하는 편이다. 먼저 두 개의 화병 사이의 공간에 사람의 얼굴 옆 모습을 만들기 위해 그 형태를 면밀히 검토한 후 그림을 그린다. 약 10-15센티 길이의 두꺼운 하드보드지를 여러 개 만들어 얼굴의 옆모양을 그린 후 선에 따라 그 형태를 오려낸다. 이것을 나무 판에 고정해서 물레 옆의 벽에 붙이고 물레에서 성형을 시작 한다. 그리고 물레로 기를 만든 후 하드보드지로 만든 모형을 이 형태에 대고 사람 얼굴 형태의 윤곽을 잡는다. 여러 개의 부분을 만든 다음 이것을 조합해 전체의 형태를 만드는데, 페이스는 자신의 작업에서 보통 15프로 정도 실패를 경험 한다고 말한다.

 

그는 1994년부터 표면 유약 효과로 테라시질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시질레타로 다양한 색을 만들어 각각을 작은 병에 넣고 마치 아크릴 물감처럼 필요할 때 마다 사용한다. 그는 작품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점토를 볼밀로 갈아 시질레타를 만들고 여러 스테인을 사용해 다양한 색상을 만든다. 점토가 반쯤 건조 되었을 때 붓을 사용해 시질레타를 바르는데 보통 가로로 여러 선을 만들면서 서로 대조되는 색상을 사용하기를 즐긴다.

그는 “나는 표면에 뚜렷한 색상 대비를 만든다.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눈이 그곳에 머물며 표면 위에서 매우 활발히 반응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그는 전기가마를 사용해 1,200도에서 1,222도정도 사이로 번조한다.

 

그는 1996년경부터 자신의 작업에 영상을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가지의 이미지가 모여 움직임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비디오 영상을 활용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2m 50cm 정도의 기를 세워 놓고 두 개의 기 사이의 빈 공간에 비디오를 투사하는 작업을 했다. 그는 작품을 만들기 전에 작품의 소재 및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것 또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한다. 또한 리서치를 통해서 그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전하며 완성되는가 하는 것을 검토한다. 2007년부터는 큰 크기의 렌티큘러lenticular 입체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렌티큘러 사진 작업은 3차원의 영상을 창조 하는데, 그렉 페이스는 그 작업을 통해 작품을 보는 것으로부터 경험하는 것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고 설명한다.  

 

직장인 학교에서는 행정과 가르치는 일을 하며 자신의 작업실에서 일주일에 3일 작업한다. “나에게 예술은 하나의 재미이다. 나는 작품을 팔기 위해 만들지 않는다. 다만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 지 알고 싶어 만든다. 나는 작품을 통해 평소 흥미로워했던 곳을 향해 모험하고 싶다.” 작가로써 그는 지난 28년 동안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었다. 최근에는 그의 비디오 작업의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한 것으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작곡가를 고용해 자신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작곡을 하고 있다. 그에게 음악은 그대로 작품의 영감이 된다.

그는 도자예술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도예는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가장 큰 문이다. 나는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에서 도예의 역사를 보면서 ‘도예는 언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15세기의 유럽의 델프트웨어 접시에 그려진 페인팅을 보면 그 시대와 그것에 담길 것과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한다. 

필자는 교육자로써의 철학이 궁금했다. “젊은 작가들은 시도하며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학교에서 제자들이 자신 스스로 누구인가 하는 것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학생들이 도전하며 서로서로 돕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데, 특히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만약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까지 해 온 많은 것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학생들은 나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감을 주며, 예술가로서 나를 성장하게 한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많은 작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작가에게든 작가 자신의 고유의 에너지가 있는데, 작가와의 만남은 항상 그들의 기와 영감을 느낄 수 있는 흥미 있는 시간들이다. 그렉 페이스와의 두 시간 남짓 이야기 하며 조용한 음성으로 천천히 말하는 그에게서 작가로서의 뿌리 깊은 신념을 느꼈다. 작업실의 CD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은 그의 요청에 의해 작곡가로부터 만들어진 퓨전 현대음악이었다. 그의 작업실에 퍼지고 있는 독특한 음악이 그의 예술 철학을 소리로 들려주는 것 같았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이 지나쳤던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의미를 주는 것, 그의 음악이 그것을 들려주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사색가였고 완숙한 예술가이며, 이 세상의 언어와 시각 예술, 아름다운 조형 세계에 취해 있는 감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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