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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월호 | 전시토픽 ]

솔직하고 소탈한 자연의 세계 - 해주 가마, 또 다른 백자의 재발견
  • 편집부
  • 등록 2013-03-07 16:41:31
  • 수정 2013-03-07 16: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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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소탈한 자연의 세계 - 해주 가마, 또 다른 백자의 재발견

The Song of Nature

2012.6.13~7.15 서울 북촌민예관

|박남희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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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북촌민예관에서 6월 13일 <해주 가마, 또 다른 백자의 재발견:솔직하고 소탈한 자연의 세계>전이 개막했다. ‘해주 백자’는 조선시대 말 널리 퍼지기 시작한 민간 가마들 가운데 황해도 해주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백자를 일컫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간 조명받지 못했던 ‘해주 백자’의 가치와 면모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신라 말부터 제작되기 시작한 백자의 역사에서 ‘회화와 도자가 한 몸이 된 솔직하고 소탈한 해주 백자’의 의미를 발견하게 좋은 기회이다.

어떤 예술도 그것이 기인하는 환경적 요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나 도자는 원료가 되는 토양과 기후와 같은 근원적인 조건과 가장 밀착된 예술 유형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100여점의 해주 가마의 백자들은 그같은 예술의 보편적 원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주 백자’ 의 형식적 특성은 ‘기형의 큰 크기’와 ‘회화적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실제로 ‘해주 백자’를 ‘해주 항아리’로 얘기하는 것은 그것이 기인한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납득할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 조선시대 도자기 산지로 남쪽이 많았다고 하지만, 북쪽에도 함경북도 종성, 함경남도 이원, 북청, 평북 영변, 정주, 귀성, 평남 성천, 순천, 대동, 그리고 황해도의 수안, 봉산, 강원도 금화, 평강 등에 백자 가마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황해도 해주는 도원자료가 풍부하여 관요나 남쪽 가마들에 비해 규모가 커서 항아리와 같은 큰 기형들이 많이 제작되었다. 사실 기형이 크다는 것은 기능적인 부분에서나 심미적인 부분에서나 또다른 특성이 기인할 수 있는 형식적 조건을 갖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들 커다란 백자 항아리는 기능적으로는 주로 곡물을 저장하는 용기로 사용했을 것이며, 조형적으로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세부 장식보다는 넓다란 기형의 몸체 부분에 자유로운 회화적 표현이 가능했을 것이다.

큰 기형에 회백색에 가까운 유색을 바탕으로 한 ‘해주 백자’의 몸체는 그림 그리기 좋은 조건을 타고 났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관요에서 화공에 의한 문양이나 그림이 그려진 것과 다르게 해주 가마에서는 도공 스스로의 표현에 의해 완성된 것이라는 점이 다양한 소재와 재료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청화로, 철화로 자유롭게 붓질이 오가며 완성된 이미지는 순박하고 숨김없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함과 간결하게 생략하거나 과장하는 재치가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표현된 어조화를 비롯해 여러 식물들, 한자,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들이 때로는 간결한 선적인 움직임만으로, 때로는 대칭적 구조의 문양으로, 때로는 농담이 가해진 수묵처럼 표현되어 있다. 예컨대 「청화백자 철화화접조문 항아리」에서는 기형 전체를 아우르며 꽃나무, 나비 그리고 새가 담백한 청화의 코발트 블루 색조와 강조점을 주는 갈색조의 철화로 조화를 이뤄 보여주고 있다. 기형의 입구 부분까지 일체화되게 이미지를 넣어 전체적으로 꽉 찬 한폭의 두루마리 회화를 조금씩 펼쳐보듯 기형의 둥근 몸체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청화백자 철화노송정자학문 항아리」의 경우 전각을 배경으로 놓고 전면에 노송의 뻗은 가지와 잎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청화를 주조로한 색조에 포인트로 농도가 낮은 철화가 살짝 가해지고 있다. 어찌보면 전면의 노송이 과장된듯 보이지만 그 역시 시점과 개성이 충만하다. 즉 비례가 맞지 않는 집채의 표현이나 덧칠된 붓질이거나 이성적인 형태나 묘사보다는 도공 자신의 관점이나 표현에 의한 기형 위의 그림들은 민화에서 전해지는 정서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즉 삶의 세계에서의 염원을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담는 솔직하고 직접적인 그들만의 소통 방식을 느낄 수 있다. 세련되지 않아서, 오히려 솔직하고 대담하고 과감한 필치에서 전해지는 해방감들은 ‘해주 백자’에서 발견하는 유기농 자연 세계와의 만남과 같이 다가온다. 또다른 관점에서 이 전시는 백자를 보는 관점의 폭을 열게 하고, 역사적으로 백자에 대한 해석이 더욱 풍부해지는 계기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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