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불과 나무, 그리고 흙의 이야기>전
다양한 빛깔로 빚어내는 행복의 노래
2012.6.9~6.14 서울 강동아트센터
그의 작품에는 고향집 흙담같은 따뜻함이 있고,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시냇물을 텀벙거리며 물장구를 치고 물고기도 잡고, 해가 지도록 술래잡기를 하던 자잘한 웃음소리와 귀가를 재촉하는 어머니의 다정함이 묻어있어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에 잠기게 한다.
정형화되고 매끈한 반짝임보다는 질그릇의 투박하고 소박함을 좋아하는 품성이 작품마다에 진솔한 흙의 이야기로 담겨있다. 거친 화장토, 분청토, 옹기토들이 그의 손에 닿으면 마술처럼 새로운 흙이 되어 불꽃 속에서 은은한 빛깔로 태어난다.
땅 속을 헤집어 파낸 흙을 자루에 담아 짊어지고, 숲을 헤치며 쓸만한 소나무를 찾아다니는 자신은 욕심쟁이며, ‘빈 그릇을 보고 행복해하는 바보’라고 얘기하지만 장작가마 앞에서 기다림의 설렘을 아는 도예가이고, 자연의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사색가이다. 장작가마를 축조하며 불을 다룰 줄 아는 토기장이로서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20시간을 끌어 때는 삼벌 ․ 사벌소성도 서슴지 않으며, 가마 속 요변窯變 앞에 겸허하다. ‘천지간 달항아리’의 기면에는 그러한 요변이 달밤의 서정으로 흐른다. 라쿠소성을 한 다완의 균열은 수 많은 갈림길을 두고 선택을 고민하는 인간의 고뇌로, 비를 기다리는 메마른 대지에서 꿈을 놓지 않는 만물의 간절함처럼 보인다.
그의 앞에 놓여있는 흙과 나무는 조우하여 하나가 된다. 「어미독御米독」을 보면 소지 속의 철성분이 불 속에 녹아 검은 점으로 흩뿌려져 인생길의 수많은 추억처럼 반짝이며, 오브제인 나무뚜껑에 새겨진 나이테는 세월의 무게로 내려앉는다.
그는 태토와 유약, 기법, 소성 등에서 다양함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실험가이다. 전시작들 중 「오직 주님」이라는 작품은 그의 정신과 숨결이 오롯이 녹아있다고 보여진다. 나무판의 결을 살려 십자가(예수 형상이 투각된 십자가 도판)의 배경으로 삼고, 다양한 소지로 그라데이션을 한 십자가에 새겨진 예수는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쏟아내며 죄인들을 구원한 사랑을 담고 있다. 거친 선들 사이로 비쳐지는 붉은 빛살이 예수의 찢긴 옷자락과 고통을 만나게 하며, 그 빛살은 진한 구원의 노래로 품어져 나와 부활의 노래가 되게 한다. 종교와 예술의 절묘한 만남이다.
그는 ‘불꽃 머금은 흙’ 속에서 아내의 웃음을 찾아낼 줄 아는 부부 도예가이다. 또한 17명의 공방 문하생들의 <화목토 회원전-4회>을 개인전과 함께 열만큼 배움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자연의 섭리를 역행하려는 인간의 생각을 순수하게 받아들여 온 몸을 불살라 모든 걸 내어주는 불과 나무, 그리고 흙의 이야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빛깔을 꿈꾸는 행복의 노래로 울려퍼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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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희 서울봉화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