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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월호 | 작가 리뷰 ]

권오훈-공명共鳴과 운율韻律의 선형구조線形構造
  • 편집부
  • 등록 2013-03-07 16:20:21
  • 수정 2013-03-07 16: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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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共鳴과 운율韻律의 선형구조線形構造

권오훈 Kwon, O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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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순 조형예술학 박사, 미술이론

 

 

권오훈은 도자 디자인을 비롯해서, 웰빙 환경도자와 모뉴멘트 조각, 벽화 등, 도자조형의 독창적 세계를 확립하고 있는 도예가Ceramic artist 이며, 도자기 제조 방법이 물레 성형기법이나 테쌓기가 일반적일 때, 석고몰드방법을 사용한 도자조형디자인 일 세대이다. 그가 세라믹 디자인과 제작 공정을 지도하여온 단국대학교에서 퇴임하면서 전시회<권오훈 도예전> 2012. 6.27~ 7. 2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4층를 가졌다.

한국의 도예교육이 초기단계인 1960년대 후반에 도예 인생을 시작한 그는, 홍익대의 도예과와 동 대학의 산업미술대학원에서 도자예술, 특히 도자 디자인을 공부하였다. 대학 졸업 직전, 은사님과 함께 NOVELTY(장식용 도자기) 생산업체를 견학한 것은 그의 도예인생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그곳에서 접하게 된 새로운 원료와 기법에 매혹된 그는 졸업 후 10년간 (주)CERART 생산부 차장, 해보산업주식회사 상무이사 등으로 재직하면서 디자인 및 기술개발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1981년 교수직으로 옮겨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자기磁器, Porcelain를 이용한 슬립캐스팅Slip Casting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데, 이것 역시, 그가 기업에서 디자인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당시에 석고 형틀을 이용하여 도자기를 제작한 방법이다.

 

석고몰드 작업과 선형구조線形構造

그의 작품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균질한 선들의 움직임, 부드러운 우유빛깔의 흰색이며, 큐빅cubic이나 구와 같은 기하형태이다. 특히 줄무늬 형상은 그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이자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선형구조 작품들은 조각과 같이 역동적인 시각효과를 창출하는 조형성과 얇고 가벼운 도자기의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세분화된 석고 보드를 재구성하여 형태를 만들어 내는 그의 선형구조 작업에 주목하고자 한다. 권오훈의 세분한 선들, 정확히 5∼7mm의 두께로 균질하게 나누어진 석고로 만들어진 판들은 1차 형태의 몰드에서 만들어진 다음 세분한 것이다. 그는 그 판들을 섞어 재조립하여 두 번째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가 원하는 형상이 얻어질 때까지 계속되는 이 두 번째 과정은 정확한 수치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매우 섬세하고 예민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석고몰드 작업은 조각의 차원에서 외적인 형태를 취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의 작업은 흙으로 형상을 만들어 소성과정을 거쳐야하는 도예의 특성 때문에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는 또 다시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야만 한다. 도자 디자인은 조형성 이상으로 도자기로서의 기능 또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후학 양성은 물론 그의 도예인생은 도자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하는데 바친 셈이다.

 

 

퇴임전 작품의 새로운 시도

이번 전시 작품들에서도 선의 유려함이 두드러지며, 조형성이 강한 입체 작품들과 티포트가 전시된다. 그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기하형태의 중첩과 한 번 쓰고 버리는 몰드를 만들어 찍어내는 방식을 통한 연속 패턴이 유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실험정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과정에서, 정육면체나 구형으로부터 정밀하게 세분한 석고 보드는 기울기나 축을 회전하여 변형 기하입방체 형태를 획득할 수 있지만 다각면체나 중첩된 기하형태, 즉 직육면체나 구형을 결합한 형태는 균일한 수평면을 취할 수 없기 때문에 단일 면의 형태(여기에서는 선형 부조)를 취하는 데 유리하다. 그리고 단일한 면을 취하게 되면 세분화된 석고판을 이용하여 선의 섞기, 재배치,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각기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같은 형태를 반복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번 전시에 보여주는 조형성이 강한 그의 작품들은 이러한 세분화된 석고판의 단면을 취하는 방법, 즉 여러 개의 몰드를 결합하여 Shape이 제각각으로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정제된 선의 리듬에 인체의 유연한 곡선을 부각하여 다양한 형상을 표현했다. 그리고 도자기들은 붉은 색조, 청색조, 흰색처럼 보이지만 거의 식별할 수 없는 아이보리 색조를 띠게 되는데, 이것은 Biscu 아이템(유약이 없는 색채)으로 색을 가미한 것이다.

권오훈 교수의 작품의 선형 구조는 실재공간에서 현실적인 움직임을 수반하기 보다는 빛과 선에 의한 시각적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이러한 시각적 움직임은 미래주의 조각가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보치오니의 조각은 사물에 내재된 각기 분리된 두 가지 방식을 융합하여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첫 번째 방식은 사물의 구조적이고 물질적인 본질, 즉 생래적인 특질을 의미한다. 그는 이것을 “절대적인 움직임”이라 일컬었다. 다른 두 번째 존재방식은 사물의 “상대적 움직임”으로써, 관람자가 보는 위치를 옮김에 따라 보는 대상과 주위의 물체들 사이의 결합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양태이며, 정지상태의 한 형태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나타나는 형상과 변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첫 번째 방식은 권오훈 작업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두 번째 방식, 즉 시각적 움직임은 관객의 이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기 보다는 형상 그 너머에 있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과정으로 미루어, 그의 작업은 구체적인 형상으로부터 출발하기 보다는 완성된 결과에 어느 정도 의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형模型이 없다고 간주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관점은 대상의 한정을 부정하는 무의 자각인 동시에 의미의 해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작품의 의미를 관객에게 열어놓은 셈이다.

 

 

공명共鳴과 운율韻律의 도자 디자인

권오훈의 도자기는 기하형태를 선호하고 있지만 정형의 경직 상태 보다는 부드럽고 고품격스러운 움직임이 드러나기 바란다. 그의 작품에서 큐브나 사각형, 기둥과 같은 기하형태의 연속 패턴은 안정된 무게와 질서 속에서 운동감을 발생시킨다. 특히 원뿔, 구 또는 타원구의 방향 이동이나 원심력에 의한 회전, 중심축으로부터 펼쳐지는 부챗살과 같은 사선들과 같이, 단일 방향으로의 이동을 보여주는 균질한 선들의 움직임은 시각적 음향을 창출하는 요소들이다.

1990년 말의 개인전에 전시된 작품은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데 구심점이 되어준다. 이 시기는 그의 도자 조형세계의 개화기이자 안정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기의 작품에서는 현재와 달리 유약과 안료의 처리 등, 다양한 기법과 재료사용은 물론, 도자의 조형적 구조, 면과 선, 명암 대비로 이루어진 단계적 패턴이 돋보이며, 빛과 물의 자연 직관으로부터 기하형태로 이어지는 균질한 선들의 시각적 변주가 완성된 시기이기도 하다. 큐브와 사각 기둥의 변형 기하형태는 다각면체로 이동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이 시기의 작품 중, 균질한 판을 쌓아올린 선들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작품 <빛13>은 특히 조각적이다.

 

마음의 평화를 찾아서 고용하고 한없이 깊은 정적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그윽이 하나의 돌을 바라본다. 침묵 속에 몸으로 부딪쳐 온 시간 긴 세월을 잠자리 날개 같은 옷깃에 스쳐 닳고 닳아 지금의 모습이던가.

권오훈의 작가노트에서

 

위의 글에서와 같이, 권오훈은 현대 건축이나 구조물에서 보다는 바람, 빛, 꽃잎과 같은 생물이거나 돌과 같은 자연요소나 유연성을 지닌 비가시적인 형태에서 작품형상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레이스의 유연성을 이용한 비정형 형태나 돌의 자연 질감과 기하형태의 대비가 나타난 1994년의 작업, 돌과 기하형태, 그리고 액체를 결합시킨 2001년의 작업, 채집한 자연석과 레이스(천)의 결합, 나뭇잎이나 나비와 같은 모양의 왁스로 제작된 패턴으로 형상을 새기는 등, 자연과 인공의 요소들을 결합시킨 2002년과 2004년의 작업은 더욱 그렇다. 이들 작품들은 그가 도자기법과 조형성의 다각적인 면모를 탐구하고 있음을 실증하는 부분이다.

한편, 2007년에 소개된 그의 도자 조형물은 황토와 백토Kaolin를 결합한 것으로 습도 조절 및 탈취 기능을 갖고 있는 웰빙 환경조형물은 또 다른 그의 실험무대이다. 이 조형물들은 두 개 이상의 모듈을 쌓아 올려 세운 기둥형태의 성공적인 모뉴멘트 조각들이다. 그 중, 유동적인 각도로 펼쳐진 부채모양의 「날개 3」은 바람에 움직이는 돛에 부딪치는 빛살을 연상시킨다.(작가는 이 작품은 ‘돛’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스스로 “교수 또는 작가라는 호칭보다 세라믹디자이너로 호칭되는 것을 더 좋아 한다”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듯, 그의 도자기는 빛과 울림이 느껴지는 세련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필자는 지금도 그의 작업실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선반에 진열된 하얀 석고판들과 작업대들, 소성 가마들, 수많은 도예작업의 흔적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손때 묻어난 도구들... 그곳에는 도예가의 열정과 단아하지만 섬세한 변화가 있었다. 그의 선형 작품을 접했을 때의 흥분은 더욱 그러하다.

이번 퇴임전은 50년 가까운 그의 도예인생을 돌아보는 한편, 세라믹디자이너로서의 조형세계에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의 작업실에 스며드는 맑은 햇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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