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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월호 | 전시토픽 ]

양구백토의 반향反響 - 김익영 전
  • 편집부
  • 등록 2013-03-06 14:33:12
  • 수정 2013-03-06 14: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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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29- 9.30 양구백자박물관 개관 6주년 기념 기획전

양구백토의 반향反響 - 김익영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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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섭 문학박사, 양구백자박물관 관장, 도예가

 

 

미국의 도예가 스테판 디스테플러Stephen Destaebler는 “예술가들은 작업을 하지 않는 고통이 작업의 고통을 넘어서야 작업에 임하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예술가들에게는 자신과 작품과의 일체감이 너무 커 작업을 그만두고 난 후에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는 어쩌면 오늘 소개하는 작가가 그런 마음으로 평생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도예가 김익영은 50년 넘게 조선백자만을 연구하고 작업해온 한국현대도예 1세대이다.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뉴욕 알프레드 대학원에서 도자를 연구하였다. 김익영 도예가가 대학에서 화학을 연구한 것은 미학적인 도자 작업에 있어서 과학적 바탕까지 겸비할 수 있게 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도예작업을 함에 있어 수많은 실험을 통한 결과물로 개선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익영 도예가의 화학 전공은 과학적인 이론을 통해 조금 더 빨리 이상적인 결과물(유약 또는 태토)을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의 도예관은 조선백자의 미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백자는 화려하지 않으며 담백하고 청초하다. 단순미가 특징인 조선도자는 현대의 감성과 잘 맞는다. 조선 시대의 백자가 현대 도자가 지향해야할 미적세계라고 보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은 그래서 전통의 맥을 잇고 있으면서 현대에 맞는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도예가 김익영 전>을 양구 백자 박물관에서 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양구지역은 질 좋은 백토가 매장되어 있고 백자 생산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고려시대 후반기부터 20세기까지 백자 생산을 지속하여 600여년의 전통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려말선초에는 나라를 세우고자했던 건국의지를 담은 <이성계 발원백자 발(1391년)>을 비롯해 예빈시礼賓寺, 사선司膳, 순, 공안부恭安府와 장 명 등의 중앙 관청에 공납하는 백자들이 제작되었으며, 분원 설치 이후에는 분원에 양구지역의 사기장들이 입역되었음은 물론, 분원에서 사용되는 백토를 1년에 500~550석 정도를 꾸준히 공급한다. 양구지역 자체 내에서도 지역민이 사용하는 백자를 제작하였고 분원에 공급하는 백토를 시험 번조해보는 역할도 겸하게 된다. 이렇듯 양구 지역은 도자사와 도자원료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 잠시 맥이 이어졌다가 완전히 끊기게 된다. 이후 지난 2006년 양구의 방산에 양구백자박물관이 생겨남으로서 그 소중한 명맥을 다시금 이어가게 되었다.

조선 백자의 엄정하고 절제된 조형성은 한국인의 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든 위대한 결정체이다. 자연환경에 순응하고 순리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생활철학이 담겨있고, 한국미의 정신이 이어져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전통의 계승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절대적인 요소다. 예술은 전통이 바탕이 되는 현재로 이어져야 하며 또 그 자체가 미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21세기를 사는 오늘에도 전통의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소위 글로벌시대인 오늘날에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인생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작품들과 시대적, 공간적 배경인 양구 백자 박물관과 역사적 의미와의 조합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를 전해준다.

모든 예술작품들은 공간 속에서 존재한다. 전시되어지는 공간에 따라 그 작품이 지닌 의미와 가치가 상승되기도 하고 하락되기도 한다. 공간은 때로 인간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반백년 백자의 인생을 살아온 김익영 도예가의 작품이, 조선 백자의 시원始原이며 600년 전통이 살아있는 양구백자박물관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다.

예술로 회자되는 여러 갈래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공예는 인류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으면서 우리 일상의 가장 소소한 삶 속에 진리가 있음을 말해주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는 현대 미술의 모든 장르가 녹아있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거기에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무수히 접하는 평범한 음식들을 특별한 지위로 올려주는 도자기…

노자는 천하 만물은 유에서 나오고 유는 무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릇을 만드는 일은 비움을 생성하는 일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공간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그릇을 빚음으로 해서 창출되는 이 비움이라는 또 다른 공간은 존재론적 공간이 아닌 채움을 위한 창조적 근원으로서의 공간인 것이다.

 

김익영 도예가의 작품들은 전통도예 기법이지만 현대적 감각의 결과물이며 쓰임으로서의 가치를 가짐과 동시에 조형으로서의 가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기존의 김익영 도예가의 모든 작품들은 백색을 주조로 하는 색채들이지만 시각적으로 지루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깊이 있는 맑음으로 인해 더욱 순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단순하게 처리한 기형들은 창조적이며 다양한 조형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김익영 도예가의 작품들은 양구 백토를 사용했으며 이제까지의 작업들과는 조금 다르게 은은한 색을 가미했다. 노랑과 청색의 유약 또는 안료들이 파스텔 톤으로 엷게 덧입혀져서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재유는 실제 나무재로 조합된 유약과 흡사한 느낌을 전해주며, 여전히 자연스럽다. 작품의 크기 또한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가형합家形盒은 양구백토가 가지고 있는 단점들을 다른 재료로 보완하여 스케일 있게 제작되었으며 , 의자 시리즈薰風 또한 커다란 규모로 실제 사용에 있어서도 편안함을 제공해 준다. 조형작품과 함께 기의 형태를 가진 작품들조차도 노익장을 과시하듯 위풍당당한 크기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듯하다. 작가의 그러한 결과물들은 현대에 존재하면서 과거와 맞닿아 있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시간의 역사와 상호소통하며 새로운 세계를 펼쳐준다. 또한 우리는 여기에서 흙과 불의 살아있는 힘이 상호작용하며 상생相生하는 가운데 특유의 에너지로 창출되는 창조적 조형언어에 주목하게 된다.

전시장에는 이전의 작업이었던 백자사면합白磁四面盒, 백자사면기白磁四面器, 백자수반白磁水盤, 백자편호白磁扁壺, 문방구 세트등도 전시된다. 또한 부분적으로 양구지역에서 19세기에 제작된 양구백자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장이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으나 양구백토로 제작된 김익영 도예가의 작품과 양구백자는 ‘양구백토’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따라서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느낌의 작품관람이 가능하다. 그리고 김익영 도예가만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양구백토로 제작된 작품과 이전의 작품에서도, 같은 느낌의 관람이 가능하다.

조선백자의 미를 바탕으로 한 도예관으로 형태감과 조형미를 현대적인 생활개념과 연결 지은 작가의 작품들은 오랜 시간 숙성되어 온 한국미의 정신이 깃들어져 있다. 그런 작품들을 접하면서 작가의 오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공유하고 그의 삶을 관조하게 된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김익영 도예가는 말한다.

 

“백자는 곤란한 재료입니다. 도자기중 백자가 제일 어렵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최고 수준이 요구됩니다. 순도 높은 백자일수록 다루기 어렵습니다. 또한 백자소지는 물레를 하고 변형해도 견딜 수 있는 소지이기도 한데, 나는 이 특성을 주목했습니다. 때문에 얼마만큼 이 소지가 변형을 감당하고 견뎌 낼 수 있는지가 나의 지속적인 관심사입니다.”

 

이번 전시 또한 김익영 도예가의 지속적인 백자의 관심사 속에서 진행되었을 테고, 앞으로도 그의 관심사는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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