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 흔들리는 백자, 백자를 만드는 도예가 구로다 타이조(黑田泰藏)
글/사진 김소연 통인가게 큐레이터
타이조는 1946년 일본 시가현(滋賀懸)에서 태어난 올해 56세인 도예가이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가 있다고 해도 좋은 나이인 것이다. 타이조는 19세 때 프랑스 파리에서 도예가 시마오까 다쯔죠(島岡 達三 인화문 상감의 인간국보가 된 일본 도예가)씨와의 만남을 계기로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다쯔죠씨의 소개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게단 보딩(Mr. Geatan Beauding)에게 사사받으면서 도자기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보딩은 당시 캐나다 현지에서 전위 예술가로 평판이 높았으며, 외국인 도예가의 선구자로 일본에서는 ‘게다를 신은 보딩’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일본의 도예법을 익히기도 하였다. 타이조는 약 13년간 캐나다에서 도예를 익힌 후 1981년에 귀국해 일본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타이조가 백자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9년여 전이다.
현대 일본 도예에 있어서 백자란 중국의 당송시대와 조선왕조의 백자를 충분히 숙지하고 음미하여 그 형태와 질감을 표현한 것으로써 존재감이 있고 풍만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로다 타이조의 백자는 본질적인 조형성에 있어서 기존의 백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보는 사람에게 어떤 존재감을 의식시키지 않는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백자의 정신은 추상성의 덩어리이며, 사실 백자는 형태조차 없는 물건이다’라고 타이조는 백자를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한다. 타이조 작품의 특징은 확실히 그 조형에 있다. 그러나 지금 많은 도예가들이 시도해 보고 있는 것 같이 소재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 조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념으로 자신의 마음을 형체에 표현하려는 목적을 위해 자토를 선택하고 물레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독특한 음영을 강조하기 위한 면치기나 존재감을 추구해서 중력에 반하는 크기를 추구할 필요 등은 없다.
그것은 한 순간 ‘무심’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지만 무의식과는 분명하게 멀다. 아이디어나 기술 만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경계하고 표현을 컨트롤하려고 하는 분명히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 작가 고유의 형체는 보는 상대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 같이 생각한다. 도자기가 아니라고 하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흙과 물레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은 결국 원형이고 그릇이다. 도예가 타이조의 일도 자토에서 물레 그리고 다시 그릇(=도자기)이라고 하는 형태로 완결된다. 최근 특히 물레로부터 만들어진 그의 그릇들은 완전히 추상형태라고 느껴진다. 다만 그릇이라고 하는 세계에 옮겨 두는 것은 매우 적당한 것이다. 그런 깊고 우아함이 있다. 이두(伊豆)반도에는 많은 도예가들이 살고 있다.
타이조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멀리 대마도(大島)가 바라다 보이는 높은 곳에 세워진 그의 집은 맑고 아름답다. 그런 의식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타이조의 백자인 것이다. 불규칙하게 미묘한 강약을 가지고 있는 그릇의 윤곽이 마치 흔들리고 있는 듯한 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얇게 올려지는 가장자리가 공중으로 녹아 들어갈 것만 같은 마무리 방법도 상당히 인상 깊다. 채색도자-색회(色繪)가 나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과장된 것이 늘어남으로 인해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자신의 마음이 줄어든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백자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형체에 표현하기 위해 태토를 선택하고, 물레를 찬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그의 작업실 물레 앞 창의 미닫이는 언제나 닫혀 있다고 한다. 물레장의 타지오는 중력과의 발란스 가운데에서 숨을 낮추고 발돋움하는 흙의 선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백자에 빠져 오직 한마음으로 백자를 추구해 온 타이조는 현재 일본의 도예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