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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월호 | 작가 리뷰 ]

윤정훈-현대 마연토기의 화려한 탄생
  • 편집부
  • 등록 2013-03-06 14:22:03
  • 수정 2013-03-06 14: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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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Yoon Jung Hoon

현대 마연토기의 화려한 탄생

계룡산 북쪽에 위치한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상신계곡 옆에 나 있는 상하신길을 따라 오르면 그 끝에 계룡산 도예촌이 보인다. 말굽 형으로 둘러쳐진 산자락 품안에 포근히 안긴 그림 같은 마을. 특히 요즘같이 비가 자주 오는 날이면 구름이 산중턱까지 내려와 그야말로 절경이 연출된다. 한창 장마철이었던 지난 7월, 구름을 헤치고 꼬불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 계룡산 도예촌에 위치한 윤정훈의 작업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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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먹이 번조를 기본으로 완성한 토기

현재 윤정훈 작가(51)는 선사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토기제작 기법 중 ‘꺼먹이 번조를 기본으로 한 현대적 마연토기’ 연구에 매진 중이다. 이를 위해 주변 지인들로부터 토기 관련 도록, 문헌 등을 빌리고 공주, 부여 등의 박물관을 수시로 방문해 사진촬영 및 스케치를 하며 그 시대의 토기 제작자들과 최대한 교감하고 있다. 연구 중인 마연토기 제작기법을 살펴보면 먼저 태토는 일반 생산된 유색태토에 계룡산 서남쪽에서 채취한 여러 색상의 흙을 첨가한다. 그리고 열 충격에 잘 견딜 수 있도록 활석을 약 15%정도 넣는다. 샤모트를 섞기도 하지만 깔끔한 마연을 위해 되도록 거친 샤모트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제작된 흙으로 물레성형을 한 후 변형시키고, 흙가래를 쌓고, 도판을 밀어 기물을 제작한다. 기물에 색 화장토를 덧바르는 경우도 있지만 유약은 칠하지 않는다. 완성된 성형기물은 매끈한 돌, 수저, 스테인레스 철판을 오려낸 도구를 이용해 완전 건조 전 2, 3회의 마연기법으로 광택이 나게 한다. 이후 마연한 광택이 사라지지 않게 저화도(약 1000도)로 번조를 시작한다. 번조의 경우 여러 색상의 표현과 의도하는 이미지(패턴, 색이 만들어낸 형상, 분위기) 조절이 가능한 노천 번조 (모래, 연탄재, 난석 등을 이용)를 활용한다.

윤정훈은 평소 미국의 색면추상화가인 마크로스코Mark Rothko, 1903.9.25(라트비아)~1970.2.25의 그림을 좋아해 왔다. “마치 어릴 적 고향 여름날의 강렬한 석양빛의 느낌을 뿜어내는 듯한 매혹적인 색채의 그림들. 그 그림들을 모티브로 마연기법과 노천번조를 응용해 나름대로 그러한 색상과 느낌을 작품에 표현합니다. 번조의 결과가 불특정하게 나오는 것을 부분적이나마 의도대로 조절(통제)해 불길에 의한 여러 가지 추상적인 이미지를 도자표면에서 얻어내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의 작품이 가진 특징이다.

계룡산 도예촌에서 시작된 도예 인생

윤정훈 작가가 흙작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8년 대학졸업 후 도예가였던 친구의 작업실을 우연히 찾았을 때다. 친구의 흙작업과 전시된 도자기를 처음 접하게 된 그는 흙이 가진 편안함과 소박함, 그리고 자연스러움에 녹아들었다. 당시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후 취업 준비에 한창이었지만 흙작업에 매료된 그는 그간 해오던 취업준비를 포기했다. 그렇게 흙과의 인연이 시작됐고 흙작업을 배우기 위해 이곳저곳의 도예가들을 찾아다녔다. 차근차근 물레성형부터 배워나갔고 친분을 이룬 도예가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도자재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방법을 공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93년, 계룡산 북쪽 자락에 20여명의 도예가들이 모여 도예촌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본격적인 도예작업을 위해 작업실을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그토록 염원해 왔던 작업실이었기에 손수 기둥을 세웠고 벽돌을 쌓아 페인트를 칠했다. 특히 한쪽 벽면을 전부 유리로 제작한 2층 차실은 지금까지도 그의 자랑거리다. 낮이면 멋진 계룡산의 풍광이 창문에 가득하고, 저녁이면 누워 달과 별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완공 후 하나 둘 작업 도구들과 가마를 들여놓았고 결혼 후 살림 또한 이곳으로 옮겼다. 이후, 작업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경희대학교 대학원에 입학, 본격적인 도예 공부를 하기 위해 작업실을 뒤로 하고 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외에는 늘 도예실기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렇게 3년간의 대학원 생활을 마친 후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02년 드디어 첫 개인전인 석사학위 청구전을 열었다. 그는 첫 개인전에서 ‘약연의 형태미가 반영된 도자조형연구’를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 음양을 비롯한 상대적 관념(개념)들을 도형화한 작품이었다. 부푼 기대를 않고 시작한 첫 개인전이었지만 번조 후 파손율이나 색상의 착안, 표현기법에 대한 정리 등 아직 배우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았다. 이후 7년이 지나 선보인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관계Relation’를 주제로 마연과 꺼먹이 번조를 기본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첫 개인전과는 달리 작품 이미지는 단순화시켰고 조금 더 다양한 제작 기법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연토기의 세계는 한 없이 넓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작가 윤정훈은 “모든 도예가들이 그러하듯 현재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초기에는 급격한 온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기물이 파손되거나 금crack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유롭고 다양한 색으로 잘 표현된 큰 항아리마저도 한쪽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작업에 대한 의욕조차 반감이 됐다. 그로 인해 토기 작업을 포기하고 깨어짐이 덜한 다른 도예작업을 해볼까도 수없이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실패 확률이 줄어들고, 번조 방식을 통제할 수 있는 요령도 터득하게 됐다. 현재는 좀 더 새롭고 재미있는 표현방식을 구사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그렇게 어렵게 완성된 작품 중 두 번째 개인전에서 판매됐던 「장작가마 무유번조 항아리」는 그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일반적인 무유번조에서 볼 수 있는 빛깔과 달리 한 몸에 여러 가지 색상이 표현되어 있었고, 기물형태도 자그마하지만 알토란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너무 아쉬워 후에 구매자에게 그 작품을 되팔기를 청했었지만 단호히 거절당했다”고 한다.

윤정훈은 오는 8월 16일 (사)골프존문화재단의 문화·예술인 후원사업 공모에 선정, 지원을 받아 자신의 세 번째 개인전2012.8.16~8.22, 대전 모리스갤러리을 선보인다. 그는 이번 전시에 선보일 작품에 대해 “그간 천착해 왔던 선사시대 토기제작과 마연기법, 꺼먹이 번조의 기본을 좀 더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라며 “이전과는 또 다른 현대적 미감을 반영한 단순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전시준비를 통해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 즉 흡수성이 높고 강도가 약한 토기의 문제점 극복을 위해 전시이후 또 다시 재료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도예의 세계는 한 없이 넓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라고 말하는 도예가 윤정훈. 정체돼 있지 않고 변화하기 위해 늘 도예 작업에 매진하는 그의 이번 세 번째 개인전이 사뭇 기대된다.

김성희 기자 masader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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