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학술 네트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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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일 목원대학교 도자디자인학과 교수
"지구상에는 약 4,700종의 포유동물이 존재하지만, 모친의 젓을 빠는 이들의 아기들의 모습중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아기´만이 보이는 특이한 모습이 있다. - 젓을 빨다가, 한 순간 갑작스레 동작을 멈추고는 ´대기하는 시간´을 갖는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
아기들의 젓을 빠는 중에 보이는 이 행위는 소위 ´본능.´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교류´하고자 하는 놀라운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인간과 지구상의 다른 존재들 사이의 차이로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보다 월등히 높은 문명을 창출해 낸 것도 이러한 인류의 ´적극적 상호 교류´의 열매인 듯하다. 이렇듯 인간은 예로부터 교류를 통하여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관계를 정리 해왔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수 없는 동물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를 둘러싼 주변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찾는 것처럼 인간의 본질적인 본능을 토대로 하여 대학 도자관련 학과의 발전과 위기극복의 해결책을 적극적 상호교류 즉 대학 간 네트워크인 [관계]를 통하여 꾀하고자 한다.
199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 실시된 학부제와 복수전공제 등과 같은 시장논리와 저조한 취업률과 같은 효율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경제구조의 여파로 학과의 존립근거가 위협받고 있다. 도자는 우리나라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가꾸어 발전해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임에도 불구하고 몇 해 전부터 지방대학에서 시작된 도자관련 학과의 축소 및 폐과가 유행처럼 번지고 마침내 도자산지로 유명한 여주의 한 대학에서 더 이상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으며 사실상 폐과 되었다.
지방대학 폐과의 가장 큰 원인은 지지부진한 입시경쟁률과 재학생 등록률, 졸업생 취업률 등을 수치로 계산해 기준에 미치지 않을 경우 조치되는 학과일몰제 등의 시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 도자교육과정에서는 작가이외의 길을 생각할 수 없었던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고 있고, 오늘날까지 도자영역에서 활동범주의 확장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 세상은 작가, 작가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이론가, 기획전문가, 큐레이터, 딜러, 경매사, 행정가 등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생시절에 받았던 교육에서는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전공학생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는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문제는 자연스럽게 입시생으로부터 도자전공이 외면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련의 사태를 시장의 변화에 의한 자연스런 구조조정으로 본다면 위기라는 표현보다는 도자전공을 포함한 공예 전반적인 학문이 좀 더 풍요롭게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인 대학 간 도자학술 네트워킹을 제안한다.
대학중심의 네트워크
학술을 전제로 한 네트워킹은 결국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학술교류의 단계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지며 학술교류의 유형은 학점교류, 학술협정, 컨소시엄 등의 형태를 가진다. 이 가운데 학점교류는 대학 간의 가장 초기적인 형태이며, 학술협정은 보통 자매결연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대학의 컨소시엄은 지역대학간 대학연합 또는 동일한 형태의 대학들 간의 연합 등으로 구성되나 단순한 학술협정보다 동일한 의견을 낼 수 있는 협의체의 형태로 학술협정보다는 대학 간 교류가 긴밀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국내외 대학 및 연구주체들과 자매결연을 통한 학생 및 교수교류, 상호학점 인정제도, 공동연구 등의 미비한 활동수준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며 운영상에 있어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홍익대학교와 경희대학교는 교류협정을 체결하고 본교에서 개설되지 않은 전공과목을 서로의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학점 인정을 하는 제도가 시행중이다. 교류대학원에서 학점을 취득하고자 하는 학생은 논문지도교수와 협의하여 수강할 교류대학원과 강좌를 결정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여 실제로 수업을 듣는 학생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학 간의 교류협력은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인적, 물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비용의 절감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간의 협조와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대학에서 개최하는 특강이나 워크샵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한 정보의 공유를 시작으로 가능한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참가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간단하지만 체계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이 있다면 효과적인데 같은 뜻을 가진 대학이 모여 만든 일종의 협의체(이하 가칭-세라넷)를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대학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려 할 때 협약된 학교는 자체적으로만 홍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무적으로 ‘세라넷’에 알리고 세라넷에서는 이미 정보공유에 동의하에 저장된 모든 학교와 학생들에게 SNS와 이메일 등의 연락을 통해 내용을 알려 모두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때, 각 학교는 주중 하루를 전공 Day로 지정해서 다른 학교에서 실시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더라도 교수가 출결을 부담 없이 체크 해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축구에서 방법의 예를 들 수 있는데 FIFA는 각종 클럽리그 등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A매치 대회 개최기간을 일정한 시간에 약속하여 개최하고 클럽일정에 방해되지 않도록 참여가 가능하다. 도예를 전공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세미나와 워크샵과 같은 행사에 참여하려할 때 일정한 요일을 정하여 시행한다면 평일에 개최하더라도 교양수업 등의 불출석을 막고 협조전 등을 통해 학교에서 출석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출석을 독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정상으로도 일관되고 합리적인 계획이 가능하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2012년 12월호 특집 기사 부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