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영 AN JAE YOUNG
전환된 회화적 자율성
글. 김은진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책임연구원
작가 특유의 시원한 날렵한 직선과 곡선의 어우러짐은 흙작업과 평면작업에 고스란히 세련미와 당당함으로 동시에 뿜어낸다. 그의 화폭과 흙을 이용한 조형작업은 쉽지 않은 품격과 고급스러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 안재영이 1달(2012.11.28-12.27) 동안 초대 전시를 여는 성경미술관은 중국 요녕성에서 관리하는 최고의 국립미술관으로 중국내 메이저 미술관 중 하나이다. 작년부터 해오던 작업들 연작을 다듬어 전시를 연다. 도자조각과 기器. 평면도자 등 흙을 이용한 도예작업과 페인팅과 흙을 함유한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안재영은 필자와 이십년 된 후배이다. 인간의 순수한 마음과 한결같은 마음을 항상 전해 받는다. 작가 이전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언가 일을 하다 보면 쉽지 않다.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 남을 속이는 사람들 위선자들 오해와 편견 등 사회적으로 출세했다는 사람의 오만함과 자기기준 무시 이런 모든 것 들을 잘 감수하며 현명하게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잘 이겨내고자 하는 한결같은 작가의 솔직성과 순박성에 글을 요구 받고 내 마음의 양심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식견을 어찌 풀어 말을 쉽게 잘 담글까 하고 더욱 나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만든다.
안재영은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작가이다. 이탈리아 국립도자미술학교와 바지아노 오페라아카데미에서 디플롬을 받은 다채로운 작가이다. 현재는 과거를 담고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작가 안재영의 작품도 작가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게 될 길을 함축한다. 뒤돌아보면 작가는 자신을 찾기 위해 참 먼 길을 돌아왔다. 그는 오래도록 갈고 닦아 온 도예적 역량에서 페인팅과 도자를 같이 나아가고자 한다. 이 과정들은 아마도 의미심장한 미술가 도예가가 되기 위해 어려운 여러 현실을 극복해가며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자기 버림의 도전일 것이다. 그의 인생을 쏟아 부어 건져 올린 회화적 조형성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긴 여정을 함께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금번 그의 작업에 나타난 표출들은 그의 관심 그의 예술을 떠받치는 정신적인 요소이다. 입체작업을 주로 하던 안재영 작가의 최근 평면작업들을 통한 그의 터치와 자유로움을 보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꽃길이 있다는 표현을 새삼 갖게 된다. 재료와 영역을 구애하지 않고 주로 도예와 회화작업을 하는 그의 미감과 성실성은 그만의 여유로움으로 화폭과 공간空間에 종을 울리고 있다.
도자陶瓷에서 시작하는 그의 조형적 탐색들은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고자 경계를 넘나드는 단초다. 그의 행보는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이미 20대 젊은 작가 시절 ‘흙삽’으로 보여주었던 인간 삶에 대한 미시적 인식은 현재 동시대 미술 언어에 더 가깝다. 이 후 그는 자신이 이룩한 조형세계를 떠나 더 보편적이고 더 고전적인 평면적 양식에 이른다. 흙 판에 꽃과 물고기 동물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가 보여주는 꽃과 물고기 동물의 형상들은 우리에게 삶에 대해 희화적 환기를 가져다 주었는데 다시 이번 성경미술관 전시에는 자신이 걸어온 사라진 기억과 흔적들을 연상하며 페인팅과 도자陶瓷로 담았다. 작가가 담은 것들은 지나온 흔적과 추억 그리고 기억들 다양한 그만의 자아自我인 것이다. 이처럼 그의 금번 전시는 자신의 사라진 기억 한조각 한조각의 퍼즐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서 기억을 더듬으며 캔버스와 도자陶瓷에 실었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가며 남기는 기록이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는 잊고 싶지 않으니까 하는 마음이 더 커져 페인팅으로 흙으로 평면과 입체 작업으로 그려냈다.
그가 걸어온 인간적 삶을 돌아 볼 때 그는 어쩌면 자신의 삶을 한줌 한줌 모아 작품으로 조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보여주는 주제 사라진 기억과 흔적들은 열정을 다 받치고 난 후 피어오르는 내면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이 작품들에서 불타오르는 열정과 잿더미 속에 피어나는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전해 받는다. 이제 더 이상 무언가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속에서 그토록 외치고 싶었던 바보스러움을 수줍게 꺼내 보여 주는 듯 설레 인다.
근작에서 보여지는 중요한 것은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흙과 페인팅을 벗 삼아 그만의 회화적 자율성自律性으로 전환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우주적 의식의 변화에 자신을 내 맡긴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 그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그가 찾은 실마리를 보여 주면서 미래에 그가 걷게 될 더 먼 길을 암시해주는 것들로 맬랑꼴리melancholy 하면서도 율동적으로 담아냈다.
우리는 일반인이든 미술인이든 예술에 대해 느끼는 공통점들이 있다. 이 예술에 대해 느끼는 것이 똑같이 다가오는 점들에 대해 기본적인 학자들은 인문학적 사유思惟라는 것을 이용해 표현하고 해석하고 있다. 입체작업을 주로 하던 작가의 금번 사라진 기억記憶과 흔적의 작품들은 요즘의 세련미보다는 순박함 그리고 그 속에 과거 우리선비의 편안함과 순수성이 숨어 있어 그의 화면에 묻은 행복함과 여유로움이 율동적으로 돋아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과 흙을 보고 있노라면 훨씬 넉넉해 보이고 자유로운 향연의 흔적 같다.
사물은 사물본연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재창조하지 않고도 그 사물은 본연의 의미보다 더 많은 본질의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대상이 갖는 사물에 대한 연구는 눈에 보이는 사물만이 아닌 내면 속에 나타나는 또 다른 자아自我가 될 수도 있으며 그 본연의 본질本質을 추구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예술철학적인 정신세계를 통해 새로운 표현양식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독일의 표현주의처럼 인간내면을 읽어내는 무거운 면도 있긴 하지만 작가 안재영은 한결같이 영감에 의하여 파악된 감정의 표출과 자아감정自我感情을 고양시키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는 그의 새로운 예술적 표현과 이단적 경향 때문에 전시대 예술가들의 냉대와 조롱 혹독한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그러한 것들을 딛고 거장이 되었다. 오죽하면 그의 그림을 짐승 같다는 말로 설명하였고 그의 거침없는 색채구사를 야수파라는 별명으로 까지 호칭했겠는가. 앞으로 작가 안재영은 여러 가지 방법론方法論으로 인해 깨닫게 되는 인간본연의 가치價値와 갈등구조葛藤構造를 평면과 입체로 그려나감으로서 자신의 현시점의 상황과 변화를 철학적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가길 바라본다.
안재영의 화면은 탐미스럽다. 필자는 그가 가진 감수성이라는 짐승 때문에 낯선 도시에서도 하루를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부단한 성실함은 여러 어려움을 잘 이겨내 왔고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작가의 가슴에 알알이 큰 내공으로 쌓여있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파노라마로 앞으로 잔잔이 끝없이 갈 수 있게 하늘이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도 첨단에 예민하고, 영역을 넘나들며, 인문학적 요소들을 모아 마지막에 주특기인 미술로 잘 마무리 짓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