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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월호 | 작가 리뷰 ]

이린_유약을 디자인하다
  • 편집부
  • 등록 2013-03-05 15:59:56
  • 수정 2013-03-05 16: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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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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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둥글다. 지구도, 세포의 원형도, 닭의 알, 사람의 머리, 눈도 동그랗다. 둥근 것들로 만들어진 이 세상 속에서 네모난 것은 어찌보면 환영받지 못하는 형상인지도 모른다. 허나 더 자세히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것들 중엔 네모난 모양이 대부분이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휴대전화, A4용지, 표지판, 건물 등 자신도 모르는 사이, 네모난 것들로 가득 찬 시대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인간이 지향하는 네모난 세상을 그려내는 작가(58) 이 린. 그의 각진 형태의 작품 속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 있다. 그 삶이 점토와 유약으로 치환돼 은유적이지만 강렬하게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내리고 있다.

 

네모난 삶을 위하여...

최근 열린 이 린의 5번째 개인전 <네모난 삶을 위하여>2012.12.12~2013.1.8 서울 통인화랑는 지난 2009년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 <네모난 삶>전의 연장이다. 그는 당시 네모난 삶을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각자의 개성과 목표를 위해 수많은 실패와 희열 속에서 포부와 열정으로 살아가는 삶’이라 정의했다. 당시 유화 12호 정도 크기의 벽걸이용 평판에 칠해진 진한 적붉은 색의 유약이 도드라진 작품은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동그랗고 둥근 것들이 채우고 있는 세상에서 작가는 ‘네모난 것’을 선택해 ‘네모난 삶’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도 간단하게 “내가 가진 것들을 표현하기에 형태가 알맞았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결국 ‘네모난 삶’이란 사회 또는 그 안에 속함을 뜻하며,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돌진하는 삶이 아닌,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찾아가는 삶을 말하는 것이다. 둥그런 삶이 단지 이상향 적인 삶이라면 네모난 삶은 실제적으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현실의 삶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존의 평판작업에 이어, 네모난 삶속에 다양한 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했다. 「열정」, 「전념」, 「얼음장」, 「사랑」, 「마음을 움직이다」 등이 이번 전시의 소제목들이다. 이 제목들은 완성된 네모난 삶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라 말한다. 각각의 소제목들에 맞게 회색, 적색, 분홍색 등의 네모난 바탕 안에는 꽃모양, 얼음장이 깨진 듯 한 이미지, 점묘법같은 문양의 점들이 그 속에 배치돼, 디자인적으로 높은 구성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그동안의 지속적인 유약실험으로 완성됐다. 그의 유약표현은 요변에 의한 것이 아닌 철저하게 계산되어진다. 스프레이로 유약을 뿌린 다음, 굳어진 유약을 손으로 움직이거나, 스티커, 주사위를 이용한 유약시유를 시도한다. 다른 색과 농도를 오버랩하기 위해 재벌이후 삼벌, 사벌도 서슴치 않는다. 몇 번의 번조를 거쳐 살아남은 중첩된 색깔은 그 선명함을 잃지 않는다. 작가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작품에 대해 “그동안 내가 찾아 헤맸던 것을 찾은 기분입니다. 이제는 내 속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작품을 통해 모두 표현되리라고 봅니다.”고 말한다. 결국 이것은 작가 자신이 ‘완성된 네모의 삶’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 안에 있는 완성된 작품

작가는 젊은 시절 “내가 지금 시도하는 것들이 한 작품에 모두 나타날 것이다, 언젠가 그런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말을 곧잘 해왔다. 이후 이 린은 명확치 않지만 끊임없이 자신 안에 부유하며 존재하는 완성된 작품을 추구해 왔다. 긴 작품활동 기간에 비해 전시 횟수는 짧지만, 꾸준하게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이것을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그의 작품은 무엇을 의도하기 보다는 계속적으로 내제된 표현욕구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작업을 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으면 또 다른 방식, 형식의 작품을 시도했고, 그 속에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느끼면 다른 것을 찾아가는 작업방식으로 긴 여정을 보내왔다. 그는 “내 작업은 단절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으며, 각각 유기적 연결성을 띄고 있습니다. 모험을 좋아하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하게 됩니다. 결국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 어떤 작품’에 도달하기 위해 나 스스로가 찾아 가는 것입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의 진화는 1979년 단국대 요업공예과(현, 도예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캔사스예술학교Kansas City Art Institute에서 수학, 이후 15년 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삶의 변화에 따른 작업여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생 시절 물레작업을 거쳐, 미국에서 물레를 이용한 도조작업, 고체유약 및 다양한 유약을 사용한 작업, 이후 평판작업까지 거치는 과정은 현재 작품의 기반이 됐다.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인 독특한 유면효과는 도예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고체유약을 사용한 작업은 당시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독자적인 기법으로 도예의 새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였다. 실제로 그의 작업실에는 그동안 작업해온 작품들과 현재 진행 중인 작품들로 빼곡이 채워져 있어, 그 역사와 많은 작업량을 보여준다. 그것은 원하는 형태나 모양, 느낌이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만드는 우직한 작업방식에 기인한다. 일례로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진 「빈 마음」이라는 작품은 물레성형작업으로 마음에 드는 형태를 성형하고, 유약이 발라져 번조되기까지 약 4년에 걸쳐 완성되어졌다. 그에게 작품의 완성은 모든 과정을 마치고 그 작품을 바라볼 때, 내가 원했던 그 아이디어의 실현이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실패도 많다. “실패한 작품을 보며 어떻게 잘해볼까, 뭐가 부족한 가를 생각하다보면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결국 많은 실패로 인해 깨달은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 기법, 의미 이 모든 것이 서로의 상호작용을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창조된다고 봅니다.”

 

흙을 다루는 모험가의 여정

이 린이 추구하는 좋은 작품은 ‘바라보아 에너지가 넘쳐, 생명력이 넘치는 작품’이고 그에게 작가란 ‘자신과 보는 사람에게 어떠한 느낌이나 에너지가 전달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다. 작품을 만듦에 있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적은 없다는 그는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어 표현하고자하는 욕구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그것을 따라 작업해온 35여 년 동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자신의 마음에 있는 것을 다 드러내 표현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절제의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것뿐이다. 그는 작품이 완성되면 작업실에 설치된 거치대에 걸어둔다. 해가 지고 어두워졌을 때 조명을 키고 작품을 바라보면 빨려 들어가는 듯 강력한 흡입력이 있는 작품이 있다. 유약색깔과 형태 이런 것들이 잘 융합된 그런 생명력이 있는 작품에 큰 애착을 갖게 된다. “이번 전시준비과정을 통해 그동안 생각하고 생활해 왔던 것들이 작품에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만족스럽게 표현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비로소 앞으로 가야할 작업의 틀을 잡은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세분화되고 깊이 있게 작업할 생각입니다.”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작가로 부터 조용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완성의 실현에 대한 의지 엿볼 수 있었다. 유약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생명력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 이 린. 그는 자신 안에 있는 삶의 가치를 찾아다니는 끈질긴 모험가며, 그 여정은 그가 작업을 하는 동안에 계속 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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