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_ 현대공예전
The Poetic Object_ Contemporary Crafts
2012.9.28~2013.3.31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공예 상설전시 공간을 재개관하는 의미로 펼쳐진 <시적 사물_ 현대공예전>이 오는 3월 31일까지 미술관내 제 2원형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젊은 모색>(2002)전 이후 10년만에 펼쳐진 이번 공예전은 전용일 국민대학교 금속공예학과 교수에 의해 기획됐다. 전시에는 미술관 소장품 64점과 외부 초대작품 43점, 총 65명 공예가들의 작품이 선보였다.
참여 작가들 중 특히 도예가로는 박석우, 오천학, 윌리엄 데일리, 이세용, 윤광조, 유남희, 최성재, 김익영, 김석환 등의 작품이 전시장 내에 설치됐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만나는 것이 박석우의 작품이다. 주로 완성도 높은 기능적인 도자용기들을 제작하는 작가는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중간에 끼어 있는 듯한 연작들을 선보였다. 섬세한 유약의 색감을 통해 드러나는 착시적 효과와 의외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시장을 시계방향으로 돌다보면 「판타지」라는 주제를 가진 오천학의 항아리 시리즈가 시선에 들어온다. 작가는 백자항아리에 상회기법을 사용, 화려한 원색의 생동감 있는 붓 터치를 작품위에 가미했다. 미국의 건축도예가 윌리엄 데일리의 「난형-향우」는 기의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실용성보다 조형성이 강조된 작품이다. 마치 기하학적 추상을 공예에 옮겨 놓은 듯 하다. 주로 백자를 제작하는 이세용은 현대적인 감각의 형태와 개성 있는 드로잉을 더함으로서 도화陶畵의 성격을 작품에 부여했다. 속도감 있는 빠른 필치로 꽃과 새 그리고 동물을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다. 윤광조는 도자 중에서도 ‘조선분청사기’만을 연구하는 작가다. 「심경」은 네 개의 도판을 붙여 성형한 후 반야심경을 음각한 작품이다. 「바람골」에는 귀얄로 화장토를 칠한 후 지푸라기와 죽필을 이용해 선을 표현했다. 마치 한 폭의 격렬한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보는 듯 하다. 유남희의 「곡-구성」은 점토의 성질에 의한 휨에서 얻어지는 곡선과 직선의 조화가 잘 드러나 있다. 표면의 질감과 색채를 통해 공간적 변화를 강조한 점 또한 특징이다. 최성재는 직접 손을 이용해 시문한 현대적 분장분청 항아리를 선보였다. 작가가 손으로 그린 분청의 모양은 마치 지두화指頭畵를 보는 듯 기운차고 활달한 느낌을 준다. 김익영의 「흑유물확」에서는 흑유자기의 세련된 맵시와 질감이 돋보인다. 외형을 구성하는 각 면에 현대적인 감각과 개성을 부여했다. 이밖에도 나무, 금속, 유리 섬유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 참여, 각각 자신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시적 사물_ 현대공예전>에 펼쳐진 공예품들은 재료와 형식에 있어서 매우 다양하면서도, 공예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대다수의 작품들이 기능적 형태나 도구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되었거나, 사용하긴 어렵더라도 일상 사물의 형태나 구조를 차용함으로써 공예품 본연의 친근감이나 친화력을 보여준다. 실내 공간이나 주변 사물과 조화를 이루며 장식의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기능과 조형미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예로, 삶의 공간 속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용일 국민대학교 금속공예학과 교수는 “이번 전시에 선보인 현대공예품들은 현대적 미감과 공예적 속성이 우아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시적 사물_ 현대공예전>을 통해 공예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희 기자 masader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