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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월호 | 작가 리뷰 ]

윤정선 _ 화폭 위에 그려진 도자조형
  • 편집부
  • 등록 2013-03-04 16:28:19
  • 수정 2013-03-07 09: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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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김성희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갤러리 담에서 윤정선(40)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마치 안개에 쌓인 듯 흐릿하게 보여지는 그림과 캔버스 위에 부조로 표현된 여성 형태의 도자조각. 전시장에는 흙작업과 유화가 어우러진 작품 총 10여점이 설치됐다. 그림을 그리며 흙작업을 펼치는 그를 만나보기 위해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았다.

 

현대여성의 자화상

윤정선은 여성의 몸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운 선, 그리고 그 형태를 감싸고 있는 그림 속 배경들을 통해 다양한 현대여성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캔버스 위 여인의 몸체가 흙을 이용한 부조로 표현됐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여인의 몸체에는 마치 문신이 새겨지고 상처가 난 듯, 독특한 무늬를 지니고 있다. 가마 불길 속 그을음을 통해 생긴 이 무늬는 여인이 갖고 있는 숨겨진 기억이나 상처, 고민, 우울함이다. 화폭 위에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거나 소극적으로 보이는 몸동작 또한 작가가 표현한 심리적 불안감과 초조함이다. 도자조형물의 배경이 되는 화폭 위 그림은 작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억이 엉켜있는 일상적 순간들이다.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 삭막한 시멘트건물과 공사장, 메말라버린 풀과 나무, 햇살이 비취는 실내 풍경 등 작가는 상상력과 함께 유년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 유화로 그려 표현했다. 가느다란 실타래처럼 기억나는 어렴풋한 순간들, 늘 함께 해왔던 일상의 공간이 담긴 그의 그림에서는 마치 안개에 둘러싸인 듯 한 몽환적인 비쥬얼이 느껴진다. 그가 완성한 작품은 현대여성에 대한 표현이자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힘들었던 가정형편 때문이었을까, 여인 형상에서는 왠지 모를 아픔과 함께 고독함이 느껴진다. 작가는 유년의 소중한 기억들과 답답한 현실세계의 모습을 오버랩 시킨다.

 

도조+회화

그가 작업에 사용하는 태토는 주로 샤모트 질이 많이 들어간 조형토와 청자토, 잡토다. 이 흙을 섞어 물리적 가압을 통해 가장 먼저 여인의 기본 형태를 만든다. 그는 섬세한 얼굴 표정과 고운 여인의 몸을 나타내기 위해 많은 사진자료 수집과 함께 실제 본인을 모델로 활용한다. 원하는 만큼 자료가 모이면 아이디어 스케치 후 도구를 이용해 정밀 작업을 진행한다. 흙성형이 끝나면 적당한 건조 뒤 화장토를 입히고 내화갑을 이용해 무유로 번조한다. 매끄러운 유약을 입힐 경우 원하는 인물의 표정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유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번조 시 기물 위에 다양한 무늬가 나타나도록 소나무조각과 톱밥, 소금, 금속산화물가루 등을 가마에 함께 넣는다. 톱밥은 고온에서 서서히 타들어가면서 작품에 검은 연을 먹이는 효과를 주고 소금은 자연스러운 무늬와 함께 부드러운 유면을 만들어준다. 회화작업은 흙작업 이후에 진행된다. 먼저 인물의 배경을 위해 원하는 사이즈의 캔버스를 고르고 공간을 여러 각도로 구상한 후 오일페인팅을 한다. 인물의 공간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저채도의 색감과 부드러운 톤의 명암을 살려 그려낸다. 이렇게 완성된 캔버스 위에 공업용 에폭시를 이용, 미리 계산해둔 공간 위에 도자조형물을 부착시켜 작업을 마무리한다.

 

여섯 번의 개인전, 진화하는 여인상

윤정선은 가장 최근에 열린 2012.11.28~12.9 갤러리 담을 포함해 <自․ 花․像>전2001년 통인화랑, <자화상-탈색된 시간>전2005년 통인화랑, <시선_ The Gaze>전2007년 갤러리 담, 2010년 키아아트 등 지금까지 총 5번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첫 전시를 펼치기 이전까지 그의 작품들은 현재의 작품과는 많이 달랐다.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시절 작업은 나무와 돌, 나룻배, 새, 물고기 형상 등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오브제 작품이 대부분. 당시 학과 수업에 맞춰 따라가기 급급했던 그는 원하는 작업방향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인체를 소재로 선보인 전시는 첫 개인전부터다. <自․花․像>을 주제로 한 전시에서 그는 인체를 환조로 제작, 작품들을 완성했다. 처음 시도한 작업이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의외로 괜찮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인상을 선보였는데 특히 젊은 여인상은 대부분 판매가 됐다. 그는 “당시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은 여인의 뒷모습이나 다른 부분들이었다. 헌데 보는 이들은 언제나 앞모습만 보려했다”고 말한다. 그는 세 번째 전시에서 이런 관념을 깨기 위해 과감히 환조에서 벗어나 부조를 캔버스 접목해 펼쳐보였다. 인물을 반으로 잘라내고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만을 부조로 제작, 원하는 스토리를 담아내기 위해 아크릴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렸다. 조금씩 자신의 작업을 찾아가기 시작한 그는 이후 네 번째 전시에서 수정이 용이하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색감을 내기 위해 아크릴이 아닌 유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폭의 사이즈를 키워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섬세한 흙작업으로 인물을 표현해 나갔다. 최근 전시인 전에서는 섬세한 디테일보다는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부조로 표현된 조형물에서는 여성이 가진 고운 선이 잘 살아났고 화폭 속 그림과 색감은 더욱 안정됐다.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핵심만을 살려 작품을 제작한 점이 눈에 띄게 변한 점이다. 그는 “다섯 번의 개인전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 매 전시를 통해 같은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가 아닌 발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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